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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이야기]축복의 증거, 아내와 새롬이
고정혁기자2008년 04월 04일 15:02 분입력   총 88006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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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36세) | 위암3기 아내의 남편. 세 아이의 아버지.

아내의 이름은 이온유. 우리는 동갑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만나 부부가 되었고, 두 아이를 두었습니다.
셋이었던 우리는 지금 넷입니다.
아내가 암에 걸린 후(2004년) 얻은 새롬.
새롬이는 이제 5개월입니다.
아내는 진행성 위암3기 이외에도 심장판막폐쇄부전증,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정기검사 중입니다.
그러나... 우리 네 식구.
함께 있어 즐겁고 행복합니다.

아내는 2004년 난소종양, 물혹제거수술 이후 위암절개수술을 받았다. 이후,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등을 했으며, 그 외 심장과 갑상선 등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암이란 놈과 싸움 중에 임신을 알게 되었다.
아내의 몸 상태를 지켜보는 나는 한동안 대책 없는 놈이란 손가락질과 핍박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의 강인한 모습을 볼 때 오히려 기쁨으로 반전이 되곤 했다.
시간이 흐르고 임신 38주가 되던 날, 수술 날짜를 잡아야만 했다.

8월 21일, 아내는 다른 산모들에 비해 추가적으로 여러 가지 검사를 해야만 했다. 수술은 오후 경으로 예정되었고, 아내와 나는 초조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새벽녘, 느닷없이 진통이 시작되었다. 약 2주 앞당겨 수술을 하는데도 진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시간이 새벽 4시 무렵부터 3분에 한 번씩 진통이 찾아왔다. 난 즉시 간호사에게 호출을 했고, 잠시 후 이것저것 또 검사가 시작됐다.

초조한 시간은 그렇게 흘러 응급수술이 결정되었으며, 9시 40분경 수술실로 향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아야만 했다.
진통이 계속되고 있어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아내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격려를 해주는 것 뿐 달리 해 줄 일이 없었다. 그저 보호자 대기실 앞에 서서 초조한 마음으로 수술현황 전광판을 보는 것 뿐.

벌써 5번째 수술이다. 수술할 때마다 초조한 마음은 매번 새롭고 두렵다.
날이 가면 갈수록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갈수록 그 초조함은 더욱 더 커지는 듯 했다.

10시경, 수술중이란 표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내와 같은 맘으로 대기실 앞에서 기도하고, 때론 눈물을 훔치며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10시 30분경, 아가가 수술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달려가 산모와 아가의 상태를 물어보았다. 산모는 수술중이며 아가는 숨이 조금 약하고, 울지 않은 상태라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분만 후 채 아가 얼굴도 못 본 채 또다시 수술중인 아내.
세상에 태어나 엄마 가슴에 안겨보지도 못하고 집중치료실로 가는 작디작은 아가.

나는 돌아서서 병원 내 교회에서 주님께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오로지 주님의 놀라우신 기적을 바라며 기도를 했다.

이후, 아내는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향했다. 평소와 달리 편안한 아내의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회복이 채 안되어 병실로 옮겨지며 나를 보고 아내의 첫 마디는 역시
“새롬이는 어때?”
였다. 잠시 머뭇거리며, 나는 대답을 해야만 했다.
“응. 너무 이쁘고 건강해.”
“아무이상 없대? 눈, 코, 입, 다 있지?”
장시간 수술로 지친 아내에게 새롬이가 집중치료실에 있다는 사실을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아내가 슬퍼하고, 눈물 흘릴텐데…. 속이 쓰리고 아팠다.

하루 2번, 2명만 면회가 허락되는 신생아 집중치료실.
초조함 속에 드디어 면회시간이 왔다. 수술실 앞에서 얼핏 보자마자 집중치료실로 들어간 상태라 나는 새롬이 모습이 더 그립고 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는 아가들의 모습, 뚜뚜 하는 심박동소리. 괜스레 섬뜩한 기분이 들고 눈물이 어른거렸다.

그 한쪽 귀퉁이에 자리잡은 새롬이.
링거 주사바늘, 심박동 측정, 산소 호흡기, 등 조막만한 몸에 주렁주렁 온갖 것들이 매달려 있다.
눈물이 절로 흐른다.
어린것이 얼마나 아플까? 아내가 알면 얼마나 슬퍼할까? 목멘 목소리로 담당 간호사께 새롬이 상태를 물었다. 기본검사와 심장, 갑상선검사, 복부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짧은 면회가 끝났다.

새롬이의 걱정도 뒤로 한 채 병실로 돌아온 나는 아내의 몸이 걱정이다.
아내는 위암환자이며, 심장병과 갑상선 질환 등 온 몸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이번 제왕절개 수술 또한, 복부유착이 심해 방광이 찢어지는 일이 생겨 응급수술을 해야만 했다. 이후 혈액검사 결과 빈혈이 심해 철분공급을 해야 했다.
병원에서는 다른 산모와 달리 여러 가지 병으로 후유증 발생이 염려되어 입원일수를 늘여야 한다고 했으며, 방광수술로 소변줄을 꼽고 지내야 했다.
아내에게 또 다른 문제는 안 생기겠지, 주님이 치료해주시겠지,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남몰래 눈물로 하루하루 지새워갔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던 아내는 그 뒤, 힘든 몸을 이끌고 한 걸음씩 운동을 시작했고, 이튿날부터 예배를 드리러 교회를 가곤 했었다.
수술로 인한 출혈과 통증은 계속됐지만 교회로 향하는 아내의 행복한 미소는 감동을 주었다.
예배가 끝나고 병실로 가는 짧은 길조차 복부통증으로 인해 험난하고 힘겨운 가시밭길이었으리라.

사흘 뒤, 아내는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향했다.
결국 나는, 사실을 말해야 했다.
“새롬이 엄마! 사실 새롬이가….”

아내는 놀랍게도 담담하고 의연했다.
“괜찮아. 새롬이는 하나님이 주신 큰 선물이잖아.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으로 아무 이상 없을 거야. 그러니 괜한 걱정하지 말고, 기도 열심히 해.”
아내가 걱정할까 노심초사했는데 오히려 나를 위로해준다.

그리고, 아내와 새롬이는 서로 만나기 위해서였을까?
주치의가 놀랄 정도로 다른 산모에 비해 아내의 회복이 빠르다고 했다. 내가 봐도 놀랄 정도였다.
새롬이도 검사결과 숨도 고르고, 맥박도 좋고, 혈액검사 좋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다고 했다.
분유도 아주 잘 먹고 소화도 잘 시키고. 정말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하고 있었다.

지금 새롬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100일이 지났다. 우리의 소중한 천사.

웃는 모습, 옹알이하는 모습, 똥 싸는 모습, 모두 다 사랑스럽고 행복하기만 하다.
지난 고통의 시간들은 이제 떨쳐버리고, 앞으로 아내와 우리 아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만이 남았으면 한다. 아무리 힘들고, 고난이 닥쳐도 주님께 의지하면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 살 수 있다는 믿음과 기도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환우님들.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2:27)

뒤로월간암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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