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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직녀에게
고정혁기자2008년 04월 05일 20:14 분입력   총 87815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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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에게

                                                 황인상

    당신을 처음 만난 날부터
    나의 마음에는
    알지 못할 줄 금이 하나씩 생기더니
    신기하게도 그림이 되었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그려지고 그림 속
    당신을 쳐다보는 나의 모습이
    웃음 가득하였습니다

    하지만,
    만날 수 없던 날에 그려진 그림 위에는
    찌푸린 외 구름 하나 떠 있어
    아래로 추적추적 비 한줄기 그려 넣고
    빗속에 나를 그려 넣어
    그 비를 오래도록 맞았습니다

    우울한 어떤 날엔
    의외로 단조로운 곡선들만 만들어져
    조그만 뜰에 앉은
    당신의 창백함만 그리고 말았지만
    마음내키지 않아
    당신의 음성과 웃음으로 채색하고
    조용히 붓을 놓았을 땐
    처음과는 달리
    마냥 청순한 수채화였습니다

    그런 그림들을 숱한 날 그리고 모으다가
    습관되이 쳐다보던 하늘 한복판에
    은밀한 화방 하나 차렸습니다

    그림 속의 당신이 뛰쳐나오시며
    나를 부르는 날
    마침내 당신
    혼자만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열겠습니다

    보세요
    당신이 그린 내 마음이 세상 가득
    걸렸습니다

 

뒤로월간암 200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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