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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상식]모기에게 잘 물리면
고정혁기자2008년 04월 08일 16:02 분입력   총 88335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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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에게 잘만 물리면 암이 나을지도 모른다

인간과 모기는 지구상에서 수백만 년 동안 공존하면서 서로 싸워왔지만 결과는 무승부이다.
인간들은 온갖 방법을 이용해서 모기를 퇴치하려고 노력했지만 모기는 여전히 건재하면서 인간들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가 인간에게 해로운 이유는 피를 한두 방울 뽑아가면서 덤으로 말라리아를 포함한 갖가지 질병까지 옮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고약한 놈들이다. 그런데 그런 백해무익한 모기가 암환자들에게는 독이 아니라 약이 될 수도 있다는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미국 뉴욕대학 의대의 연구진들에 의하면 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 중 하나가 동물실험에서 스스로 종양세포를 찾아가서 죽여버리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건강한 세포는 전혀 건드리지도 않는다고 하니 암치료제로 개발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물론 동물실험에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그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는 추가로 실험을 해보아야 알 수가 있는데, 연구를 주도한 메루엘로교수는 2년 안에 그런 임상실험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문제가 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안전한지 입증해야 하고 그런 후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개발해야 하니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2004년 1월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신드비스 바이러스는 쥐에게 생긴 종양은 부위에 관계없이 피부, 췌장, 복부, 폐에 생긴 것을 모두 죽이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종양을 사라지게 하는데 걸리는 기간이나 주사 횟수는 암의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매일 신드비스 바이러스를 주사로 주입하는 일을 약 1~2달간만 계속하면 많은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신드비스란 이름은 이 바이러스가 최초로 확인된 이집트의 도시 이름에서 따왔기 때문인데 이 바이러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발견이 된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모기를 통해서만 옮겨지고 따라서 모기가 사람이나 동물을 물때 이 바이러스가 옮겨지게 된다.
또 사람이 모기에게 물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과 근육통 같은 감기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나지만 그런 증상은 신속하게 사라진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해가 되지 득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인간의 세포에 침투하는 능력이 있어서 근년에 과학자들은 그런 바이러스의 독특한 능력을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즉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병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세포를 감염시키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이런 식으로 개발해서 암을 죽일 수 있는 바이러스만 최소한 10개가 초기 임상실험 단계에 있다.

그러나 신드비스는 유전자를 조작한 바이러스와는 달라서, 전혀 조작을 하지 않아도 효과가 있고 또 유전자를 조작한 바이러스는 바로 암 종양에 주사를 놓아야 효과가 있지만 신드비스는 인체의 아무 곳에나 주사를 놓아도 혈관을 따라 종양을 찾아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신드비스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면역체계가 이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가 있는데, 동물실험에서는 그런 일조차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신드비스는 면역체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종양세포를 감염시켜 자연적으로 종양세포의 소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신드비스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신드비스 바이러스가 종양세포와 결합하는 것을 선호하는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포를 서로 접착시켜 조직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천연접착제인 라미닌이란 물질이 있는데, 신드비스 바이러스는 바로 이런 라미닌을 수집하는 라미닌 수용체를 통해 세포로 침입하는데, 종양세포는 이런 수용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메루엘로교수는 종양세포가 건강한 세포보다 이런 수용체를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어서 신드비스에 더 잘 노출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신드비스는 암을 찾아내는 뛰어난 장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밝혀졌다.
메루엘로교수의 연구진은 개똥벌레에게 반딧불을 만들게 하는 유전자를 신드비스에 부착시켜서 세포에 침투하면 반딧불을 일으키도록 해보았는데, 놀랍게도 종양에서만 반딧불이 발생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인간에게도 이 바이러스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존의 연구 결과를 참작하면 인간에게도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메루엘로교수의 연구진은 정상세포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이 있는 IL-12란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신드비스에 결합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추가로 연구하고 있다.

모기가 달라 들면 손바닥으로 때려잡지 말고 부처님 같은 마음으로 피를 보시한다면 암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J. Tseng et al., "Systemic tumor targeting and killing by Sindbis viral vectors" Nature Biotechnology 22, 70-77 (January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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