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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기] 암을 정복 할 수 있을까?
고정혁기자2008년 09월 08일 22:48 분입력   총 88069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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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의학이 발달하면 언젠가는 암도 정복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유전자나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언젠가는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과학에 대한 지나친 맹신과 막연한 기대감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의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암이 정복된다는 말은 찾아보기 힘이 든다. 예를 들면 세계보건 기구가 2003년에 발간한 「세계 암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에는 전 세계의 암 발생률이 50% 증가해서 1,500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많은 나라에서 사망자의 1/4이상이 암으로 사망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352쪽의 이 보고서의 어느 곳에도 2020년까지 암을 완치하는 방법이 개발될 것이라는 말은 없고, 다만 “신약이 반드시 종양을 뿌리 뽑지는 못하지만 다른 방법과 병용하면 신속하고 치명적인 많은 암을 관리가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변모시킬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2007년 3월에 『종양학실습잡지』에 게재된 논문에 의하면 미국의 인구는 늘어나고 암 생존율이 개선되어 2020년에는 암 치료 수요가 48% 증가해서 암전문의가 최고 3,800명이나 부족하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논문에서도 2020년까지 암을 완치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은 없고 오히려 암 전문의가 크게 부족할 것이란 걱정을 하고 있다.

물론 10년이나 20년 뒤에 유전자나 줄기세포를 잘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인류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나 줄기세포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하고, 또 과학자들이 불장난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유전자나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목적이 경제적인 이득, 즉 돈벌이에 치중하고 있는 점도 좋은 조짐으로 보기 힘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암을 정복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매우 특이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는 제법 명성을 얻고 있다. 바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 근무하는 브레이빅 교수로 그는 2005년에 암은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매우 실망스러운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기초의학 연구소에서 암 발생과 다윈의 진화론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근 싸이언티픽 어메리칸이란 잡지의 인터뷰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암은 우리 인간이 만들어진 과정의 근본적인 결과”라고 한다. 즉 우리 인간들은 유전자들이 다음 세대에 자신들(유전자)을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적인 식민지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암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우리 인간이 다른 방법으로 생식을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간이 지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생식을 해야 암을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남녀가 섹스를 하지 않고 공장에서 아기를 맞춤 생산해야 할까? 그의 주장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나름대로 매우 본질적인 문제를 논하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암은 인간 진화의 자연적인 산물이다.

유전자는 인간이 장기적인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발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게 복사해서 넘겨줄 수 있도록 최적화된 것이다. 그런 유전자의 속성은 개인적인 욕망과는 무관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암에 대해 최종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

인간과 같은 다세포 생명체는 인체를 구성하는 체세포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생식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생식계보를 따라 발전한 유전자는 기능적이고 생식적인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따라 선택되어졌다. 그러나 체계보는 이리저리 갈라져 나가면서 체내에서 복제되는 능력에 따라 새로운 돌연변이체가 선호되어진다. 따라서 노화세포는 성장조절 메커니즘을 가차 없이 붕괴시키는 쪽으로 진행하며, 암은 진화적인 역동성의 자연적인 산물이다.

2. 유전자를 수리하는 유전자

노르웨이의 라듐병원에서 의대생일 때 브레이빅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상부 결장에 생긴 암세포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의 유형이 직장 부근에 생긴 종양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의 유형과 서로 다른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다른 연구가들에 의해 확인이 되었고, 추적을 해본 결과 특정한 DNA 수리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확인되었다.

이런 유전자들은 다른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생긴 것으로 생명체를 암으로부터 보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왜 장의 상부에 있는 세포가 장의 아래쪽에 있는 세포와는 다른 유형의 수리 메커니즘을 상실했을까? 브레이빅은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결심했다.

수년 동안 자료를 뒤지고 이론적인 모델을 만들어 본 후 그는 DNA 수리능력 상실과 장의 유해한 환경적인 요인 간에 연관성이 있는 것을 입증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암세포들은 특정한 환경에서만 DNA 손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수리 메커니즘을 상실한 듯했다. 따라서 그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수립하게 되었다. 즉 DNA 수리가 생명체에게는 유리하지만 개별적인 세포에게는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 것이다. 이 가설이 여러 과학잡지를 통해 소개가 되었는데, 자동차 경주에 있어서 대안적인 전략이 미치는 영향으로 쉽게 설명할 수가 있다.

3. 수리를 하기 위해 멈추어야 할지, 계속 달려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장이 났지만 굴러가는 자동차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고장을 수리하면 자동차는 정상이 되지만 수리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 만약 고장을 수리하지 않고 그냥 두면 더 고장이 날 것으로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따져보면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예들 들면 계속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그런 상황에서는 차를 멈추고 수리하는 것이 치명적인 일이 될 수가 있으며, 오히려 고장 난 차를 몰고 삐걱대면서도 계속 달리는 것이 더 유리하게 된다.

바로 이런 식으로 위급한 상황에서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긴 암세포가 오히려 더 선호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담배를 많이 태우는 골초의 폐에서는 암세포가 더 유리할 수가 있다. 즉 세포는 수리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경우 특정한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죽어버리지만, 유전자에 문제가 생긴 암세포는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성장하기 때문이다.

4. 인체 내의 진화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환경이 인체 내에서 어떻게 유전자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고 또 이는 다윈이 발견한 종의 기원의 원칙과 부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인간의 인체는 정체된 시스템이 아니라, 세포들이 끝없이 발전하고 매일 새로운 유전자 변이체가 생기는 역동적인 시스템인 것이다. 또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돌연변이체들의 대부분은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되지만 언젠가는 1개의 세포가 면역체계의 방어망을 뚫고 종양으로 발전하게 된다. 즉 암이 생기는 것은 다세포 생명체 내의 진화과정의 하나가 된다. 이는 또 동시에 세대를 거치면서 진화하는 일반적인 과정과도 연관되어 있다.

부모의 유전자들이 결합되어 접합자가 생기면서 생명은 시작된다. 이런 유전자들이 갖고 있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수백만 세대를 거치면서 선택되어졌지만, 수정이 되면 하루 이틀 만에 분열해서 2개의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즉 일부는 생식세포가 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지고 나머지는 체세포가 되어 인체를 구성하게 된다.

체세포들은 원래 상호 협조하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게 되면 그런 협조관계가 깨어져서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되는데, 진화과정이 그런 돌연변이를 선호해서 몸속에 제멋대로 퍼져나가도록 허용해버린다.

5. 시한폭탄

자연선택은 주어진 환경에서 복제할 능력을 가진 유전자를 선호한다. 유전자들은 이런 진화과정을 통해 갈수록 복잡한 자기복제 메커니즘을 개발하게 되어 단세포 생명체가 다세포 생명체로 진화하게 되었다. 인간도 바로 그런 진화의 산물로 따지고 보면 유전자를 세세손손 물려주기 위해 생긴 세포집단이 된다.

또 자식을 낳고 유전자를 물려주지만, 자식이 성장해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면 부모는 자신이 물려준 유전자와는 관계가 없어져 버린다. 손자가 조부모를 돌볼 수가 있고 그런 일은 매우 좋은 일이지만, 조상이 유전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지는 않고 따라서 손자가 조부모를 돌보는 일이 자원의 낭비가 될 수 있다. 결국 인간의 유전자는 인간에게 제한된 수명을 갖도록 진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브레이빅은 인간의 많은 유전자들은 젊은 시절에는 암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도록 되어 있지만 나이가 먹으면 인간을 파괴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젊은 시절에 암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DNA 수리유전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DNA 염기서열이 포함되어 있고 그런 염기서열이 시간이 가면서 파멸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바로 그런 염기서열이 우리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이는 자가당착으로 보이지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합당한 것이 된다.

6. 진화의 다음 단계

암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통계자료를 보면 암 발생건수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암 치료법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은 더 오래 살 수가 있지만 동시에 암 발생건수는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또 암에 걸린 어린이와 청년을 치료하는 방법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많은 암 유전자가 후손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진화의 역동성을 감안하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유전자가 소모품같이 사용되도록 만들어진 인체의 덫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모순을 해결하려면 신약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고 그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

암 치료법은 인체의 자연적인 쇠퇴를 저지하는 시도이며, 정말로 중요한 것은 몸뚱이(유전자)가 아니라 마음과 생각과 의식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정보혁명이나 생화학기술혁명도 유전자로부터 마음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결론

브레이빅의 주장의 요지는 다윈의 진화론을 원용해서 인간에게는 암이 생길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해결방법도 없지만,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생식을 하는 쪽으로 인간이 변해버린다면 해결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서양인의 사고의 밑바닥에는 비관주의적인 성향이 있다. 그들은 역사도 시작이 있어서 끝이 있고 우주도 시초가 있고 종말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그나마 낙관론을 그 밑바닥에 깔고 있는데 브레이빅은 그런 다윈의 진화론을 인체 내부에서 생기는 질병인 암에 적용해서 또 다른 비관적인 견해를 주장하면서도 인간이 유전자로부터 해방되고 있다는 어설픈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을 이런 식으로 적용하게 되면 그럴 듯한 대이론이 되어 버리고 이런 식의 이론과 주장은 서양에서는 아주 잘 먹혀들게 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식의 이론이나 가설이 옳은 것일까?

뒤로월간암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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