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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해부] 허셉틴의 개발자 슬라몬의 연구
고정혁기자2008년 09월 09일 15:52 분입력   총 87872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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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치료가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면?

 유방암치료제 허셉틴의 개발자 슬라몬의 연구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방암환자들이 암을 치료하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고 심부전이나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만 높이는 항암제로 치료받고 있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캘리포니아대학 종양학과 과장인 데니스 슬라몬이 연구해서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협회 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슬라몬은 시시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유방암치료제인 허셉틴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허셉틴은 유방암환자의 20~25%에 있어서 과발현되는 Her-2 유전자를 표적치료하는 치료제로 암치료 방법을 바꾸어 버렸다. 허셉틴의 성공으로 유방암은 1가지 질병이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이며 이들 질병들은 각각 맞춤치료를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입증되었다.

 4% 효과에 비해 부작용 많은 표준 항암제

슬라몬이 연구해 본 바에 의하면 유방암을 치료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암제들이 대부분의 경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항암제는 안트라사이클린계 약품인 독소루비신, 에피루비신, 미톡산트론 등이다. 이들 항암제는 1980년대에 등장해서 기존의 항암제를 대체해버렸는데,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몇 달 뒤에 투여해서 암이 재발할 가능성을 낮추는 데 사용된다.

암 연구가들은 이미 안트라사이클린계 약품이 일부 환자들에게 심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치료 후 수년 혹은 수십 년 뒤에 백혈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안트라사이클린계 약품과 기존의 약품 중 어느 것이 더 효과가 있는지도 분명치가 않다.

1998년에 메타분석 (그 이전의 모든 연구를 분석한 것)을 해본 결과에 의하면 안트라사이클린계 약품이 재발을 방지하는데 기존의 항암제보다 4%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로 인해 부작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표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안트라사이클린계 약품 92% 유방암환자에게는 효과 없어  

최근의 연구에서 슬라몬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토폴-2란 유전자를 살펴보았다. 이 유전자는 때로는 Her-2 유전자와 함께 과발현되기도 하는데, 안트라사이클린계 약품은 토폴-2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유방암의 재발을 억제하게 된다.

슬라몬이 7개 임상실험에 참여한 2,000명이 넘는 유방암환자의 조직표본을 검사해서 분석해 본 결과 안트라사이클린계 약품은 토폴-2 유전자가 과발현되는 유방암환자들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런 환자는 전체 유방암환자의 8%에 불과하다.

결국 온갖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92%의 유방암환자들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아직 이 연구결과는 학술잡지에 발표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유방암환자의 92%가 엉뚱한 항암제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표적치료의 최고 전문가의 연구결과이기 때문에 애써 무시해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토폴-2 유전자 검사방법 나와야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의사들이 안트라사이클린계 약품을 표적치료제로만 사용하고 싶어도 아직까지는 토폴-2 유전자를 검사하는 상업적인 검사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런 검사방법이 한두 달 안에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그런 방법이 나오면 안트라사이클린계 약품도 표적치료제로 사용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슬라몬의 연구결과는 매우 중요해서 유방암을 치료하는 방법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방암환자들은 이런 새로운 연구결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출처

NBC News, June 5, 2007

뒤로월간암 200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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