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특집기사
[심층해부] 유전자 연구 다시 해야한다.
고정혁기자2008년 09월 29일 16:04 분입력   총 880162명 방문
AD

유전자에 대해 제대로 연구를 해본 결과 그동안 너무나 모르는 점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립인간게놈연구소는 11개국의 80개 단체의 35개 연구팀을 묶어서 인코드란 컨소시엄을 조직했다. 이렇게 조직한 국제적인 협력체를 통해 인간 게놈의 약 1%에 관해 4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최근에 그 연구결과가 네이쳐와 게놈 리서치란 잡지를 통해 각각 14편과 28편의 논문을 통해 발표되었다.

이들의 연구 결과 많은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고 그로인해 유전자에 관한 기존의 이론들은 폐기될 상황이다. 즉 인간 유전자 지도를 심도 있게 연구해본 결과 생물학의 기본개념이 거꾸로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 진화에 관한 교과서도 고쳐야 하고 질병의 원인에 관한 설명도 일부 수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그 내용을 일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그동안 유전학은 유전자만 연구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단순히 유전자만 연구하는 것으로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2. 그동안 유전자 청사진은 개별적인 유전자를 모아 깔끔하게 정돈해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즉 유전자 청사진은 단순히 유전자를 모아서 정리해 둔 것이 아니라 아주 복잡한 네트워크로 밝혀졌다. 그런 네트워크 내에서 유전자들은 중복되는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게놈에는 활용이 되지 않는 부위는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게놈 전체가 긴밀하게 연결된 복잡한 네트워크로 밝혀졌다. 이 네트워크 내에서 유전자들은 단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유형의 DNA 염기서열 중 하나일 뿐이다.

3. 그동안 전혀 소용이 없는 “정크 DNA”가 많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크 DNA”라는 것은 애초부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지금까지 전혀 소용없는 것으로 생각되든 DNA 조각이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크 DNA”라 명명한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대부분의 DNA는 RNA라 불리는 기능성 분자로 전사가 되고 이런 전사물이 서로 겹쳐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소수의 개별적인 유전자와 대다수 “정크 DNA”로 인간 게놈이 구성되어 있다는 기존의 개념은 무너지게 되었다.

4. 인간 게놈에 대한 연구결과가 2003년에 발표되었을 때 일부 과학자들은 쌀이 유전자를 5만개 가지고 있는데 인간은 불과 3만개만 가지고 있다는데 대해 놀랐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결과 유전자가 중요하지만 DNA 역시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유전자 밖에 있는 DNA도 정보를 전사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사”란 DNA가 무언가 유용한 것으로 변모하는 것을 의미하며 예를 들면 DNA가 단백질로 변모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5. 유전자 영역 밖에서 많은 전사활동이 일어나며 이는 언제 어떻게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를 관리하는 일종의 관리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가들은 이런 전사활동이 시작되는 부위 4,491개를 발견했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자의 수보다 거의 10배나 더 많은 것이 된다.
유럽 바이오정보연구소의 버니에 의하면 이런 전사활동이 인간과 같은 복잡한 동물이 단순한 4자리 코드의 반복과정에서 생성될 수가 있게 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정크(쓰레기) 취급을 받던 것이 쓰레기가 아니라 진짜배기로 중요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또 이는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6.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기능에 중요한 DNA 염기서열 대부분은 게놈 내에서 진화를 억제하는 영역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 이유는 종이 진화하면서 그 특성을 보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 인간 게놈의 기능적인 요소의 약 50%는 진화과정에 제약을 받지 않는 듯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화적인 억제가 느슨하다면 이는 많은 종의 게놈에 RNA 전이물을 포함한 일단의 기능적 요소가 있는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고 이런 요소들은 생존이나 번식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기능적인 요소들이 진화사를 통해 “자연선택의 창고”같은 역할을 해서 개별적인 종에 특이한 기능적인 요소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너무 복잡해서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유전자에 관한 지식이 대부분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결국 그동안 유전자 지도다 뭐다하면서 과학자들은 마치 유전자의 비밀을 모두 다 파악한 듯이 떠들어대었고 또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갖가지 유전자검사나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떠들어대든 것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 버린 것이다. 그들은 유전자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러면서도 유전자검사나 치료법을 개발했으니 그런 방법이 효과가 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19일에는 유럽 <인간유전학협회> 연례 모임에서 스위스의 통합유전학센터의 알렉상드르 레이몽교수가 참석자들에게 인간 게놈 지도에 큰 결함이 있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끼워 넣는 식의 모델은 무용지물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유전자 치료방법 대부분은 기본방법부터가 틀린 것이라는 말이 된다.

레이몽교수는 <인코드 컨소시엄>에 참여한 사람으로 2003년에 작성된 인간 게놈은 불완전한 것으로 단백질을 부호화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부호화하지 않는 유전자들의 정체와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이번 연구결과로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유전자의 대부분이 이전까지 알지 못한 엑손(진핵)을 이용하고 있으며 또 그런 활동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유전자의 활동 영역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즉 인간 게놈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이라는 말이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까지 유전자가 어쩌고저쩌고 떠들면서 아는 체 하던 사람들이 결국은 유전자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한 것이 되고 또 그들이 연구하고 개발한 유전자 치료법이라는 것이 엉터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유전자의 비밀을 다 파악한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단세포동물인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법조차 아직 제대로 개발하지 못했고 박테리아와 숨바꼭질하는 현대과학과 과학자들이 유전자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듯이 떠들어대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연구비를 타내고 장기적으로는 특허를 얻어 돈을 벌기 위한 술책일 따름이다.

겸손하지 않는 지식, 오만한 지식은 인간 사회에 해만 끼치게 된다. 유전자나 줄기세포와 같이 생명의 신비와 직결되는 문제를 연구하거나 거론하는 사람들은 우선 자신의 마음부터 거울과 같이 닦고 또 닦아 깨끗하게 한 다음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 그른 말이 없다고 했는데 바로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이 생각나는 세상이다.

우리는 유전자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무식한 것을 깨닫고 생명의 신비에 대해 외경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이 생명체의 비밀과 신비를 이해하려면 아직도 많은 세월이 지나야 할 것이다. 11개국의 80개 단체의 35개 연구팀이 국제적인 협력체를 만들어서 인간 게놈의 약 1%를 연구하는데 4년이 걸렸다. 그렇다면 인간 게놈을 모두 연구하는 데만 최소한 396년이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가 알기는 무엇을 안다는 말인가?

출처:
1. Genome Res. 2007 Volume 17, Issue 6: June 2007
2. Nature Volume 447 Number 7146 (14 June 2007)
3. European Society of Human Genetics

뒤로월간암 2007년 8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