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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상식]암, 돌연변이인가? 염색체인가?
고정혁기자2008년 10월 07일 18:34 분입력   총 88075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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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닉슨대통령이 암에 관한 전쟁을 선포한지도 벌써 36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과학자들은 완치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신약도 그 이전과 마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독성도 심하고 효과는 제한적이고 결국은 암이 내성을 갖게 되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이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 바로 버클리에 소재한 캘리포니아대학의 유전자 연구가인 피터 듀스버그교수이다. 그런데 그의 눈에는 지금까지 잘못된 점이 전혀 잘못되지도 않았고 또 전혀 이상하지도 않다. 그의 견해로는 암이란 모두 각각 독특하기 때문에 기적 같은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염색체 이론”이란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는데 논란은 많지만 갈수록 암연구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암 돌연변이 이론”에 의하면 제한된 수의 유전자가 암을 유발하고 따라서 암이란 모두 대동소이한 것이 된다. 그런데 듀스버그가 최근 논문을 통해 발표한 “염색체 이론”에 의하면 암은 심지어 똑같은 조직에서 생긴 것이라도 절대로 동일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모든 암은 각각 세포유전적으로나 생화학적으로 특이한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약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 약품이 암세포보다 정상세포에 독성이 덜하고 그로인해 초기에 발견된 암이 항암제로 타격을 받는 것뿐이라고 한다.

“염색체 이론”에 의하면 암은 염색체 이상인 이수성(異數性)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수성은 현미경으로 쉽게 관찰할 수가 있어서 이 이론을 따르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가 있다고 한다. 듀스버그의 말에 의하면 이수성을 검사해서 암을 조기에 발견도 하고 어떤 약품이 암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도 알 수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것저것 “독약”같은 항암제를 섞은 칵테일을 환자에게 사용하지 않고 효과가 없는 항암제를 찾아서 제거할 수가 있다고 한다. 또 그런 식으로 효과가 없는 항암제를 제거하면 독성을 반이나 2/3로 줄이면서도 암을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가 있게 되어 비록 완치는 아니지만 암치료에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듀스버그와 그의 동료들은 또 다른 논문에서는 항암제의 내성 문제와 그 문제가 “암 염색체 이론”과 연관되어 있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 2000년도에 듀스버그는 대부분의 암연구의 근거가 되는 가정이 잘못되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즉 극소수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세포가 무한정 성장해서 암이 생기게 된다는 “암 유전자 돌연변이 이론”이 암의 여러 가지 측면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가설로 그동안 암연구가들을 오도해왔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그가 제시한 대안이 바로 암은 이수성 즉 46가지 염색체 중 1개 이상이 때로는 중복되거나 결핍되며 그로 인해 수천 개의 유전자가 망가져서 암이 생긴다는 이론이다. 즉 세포성장 과정에 염색체를 복제하는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세포가 분열 증식할수록 더 많은 염색체 이상이 생기게 되고 갈수록 더 많은 유전자를 망가뜨리고 암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품에 대한 내성도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듀스버그는 논문을 통해 돌연변이가 아니라 염색체의 재배열이 암세포의 약제 내성의 원인이란 점을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또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마티닙)이 한때 약제 내성을 과거지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치료제로 각광을 받았지만 결국은 효용이 떨어진 이유도 백혈병의 이수성으로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는 글리벡이 광고처럼 대단한 표적치료제가 아니고 단지 정상세포보다 더 많은 백혈병세포를 죽이는 또 다른 “독약”일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암에 약재 내성이 생기는 것이 “암 염색체 이론”이 옳다는 강력한 근거라고 한다. 또 암에 약제 내성이 생기는 것은 실험적으로 연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보통 일반적인 암은 몇 십 년에 걸쳐서 생성되기 때문에 그런 암을 연구해서 암이 생기는 원인과 결과를 찾기란 힘들고 따라서 돌연변이 이론이 옳은지 염색체 이론이 옳은지 입증하기도 힘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항암제로 치료 받는 환자들은 처음에는 반응이 좋아서 고무가 되지만 결국은 암이 반응을 하지 않고 다시 성장하게 되어 실망하게 된다. 즉 약재 내성은 단기간에 생기는 경우가 흔해서 실험적으로 연구가 가능하다.

듀스버그의 이론은 반박하면서 돌연변이 이론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돌연변이 이론으로 약제 내성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예를 들면 미국립암연구소의 포조와 같은 사람은 유전자 돌연변이, 결실, 전위, 증폭 같은 현상으로 세포의 기능에 여러 가지 이상이 생길 수가 있고 그로 인해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듀스버그는 이수성으로 동일한 암에 전혀 관계없는 여러 가지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원인을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그는 실험을 통해 암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이수성으로 유전자 이상이 많이 생기고 그로 인해 많은 약품에 대해 내성이 생길 수 있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와 달리 돌연변이 이론으로는 암이 약품에 대해 내성이 생기는 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실제로 암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율은 정상세포의 돌연변이율과 별 차이가 없어서 어떻게 동시에 여러 가지 돌연변이가 생겨 동일한 암에서 한개 이상의 약품에 대해 내성이 생기게 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듀스버그는 돌연변이 이론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답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즉 약제 내성이 왜 정상세포에서는 생기지 않는지 설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돌연변이 이론으로는 왜 암세포는 유독한 약품에 대해 내성이 생기는데 우리 몸의 정상적인 세포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듀스버그는 “암 이수성 이론”을 근거로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이수성 세포를 찾아내는 세포 스캐너를 개발했는데 이를 이용하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듀스버그의 이론이 옳다면 이는 암환자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그러나 이론의 내용이나 학계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듀스버그의 이론이 옳은 듯한 생각이 든다.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패러다임이 완전히 무너져 버리게 된다. 또 그와 함께 수많은 논문과 책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된다. 잘못된 이론을 전제로 쓰여진 논문이나 책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듀스버그가 제시하고 있는 “염색체 이론”을 따르면 기존의 암치료방법은 크게 잘못된 것이 되고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 “염색체 이론”이 옳은지 그른지 입증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의사들이 신봉하고 있는 검사방법과 표준 치료방법이란 것이 무언가 심각한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새로운 이론이 하나만 나와도 뿌리째 흔들거리는 방법이라면 과연 그런 치료방법에 귀한 목숨을 맡길 수가 있을까? 또 듀스버그의 이론이 옳다면 지금까지 나온 유전자 치료방법이란 것도 사실상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

매우 고민스런 상황이다. 듀스버그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의사들도 고민하고 환자들도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출처:
(1) P. Duesberg, “Chromosomal Chaos and Cancer”Scientific American, Vol. 296, 52-59 (May 2007)
(2) P. Duesberg et al., "Cancer drug resistance: The central role of the karyotype?" Drug Resistance Updates, Volume 10, Issue 1-2, Pages 51-58

뒤로월간암 200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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