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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햇빛이 조절하는 호르몬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고정혁기자2008년 10월 08일 11:31 분입력   총 88372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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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햇빛은 마치 죽음의 광선을 연상시킨다. 햇빛 아래 나서기를 모두들 꺼린다. 엄마는 아기에게 모자 씌우고 썬크림을 바르고 그도 모자라 유모차나 양산으로 철저히 햇빛을 차단시킨다. 아기의 하얗고 뽀얀 피부가 행여나 보기 싫게 타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다.
특히, 젊은 여자는 더욱 햇빛아래 나가려면 조심스럽다. 여름이면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요, SPF지수를 살피고, 화장품도 자외선 차단제가 포함되었는지를 살핀다. 특히 한 여름철의 햇빛은 강적이다. 햇빛만이 문제가 아니라 덥고 땀이 나서 화장한 얼굴이 번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화장품회사에서 지나친 햇빛이 피부암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과장되게 아주 열심히 홍보한 탓인지 햇빛은 그야말로 피부노화의 지름길이요, 피부암이라는 무시무시한 암의 원인이요, 얼굴에 주름과 기미를 만드는 원흉이다. 때문에 여름철 내내 햇빛을 피해 에어컨으로 무장된 건물 안에만 웅크리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물론, 지나친 일광노출이 피부에 화상을 가져오기도 하고 피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쳐서 병이 되는 것은 햇빛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햇빛이 주는 많은 유익함은 덮어진 채 유해한 자외선만 있는 양 지나치게 호도되어 있다.

한마디로 햇빛은 생명의 근원이다.
지구상 만물의 생명유지와 건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에너지원이 바로 햇빛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빛이 없으면 바로 죽는다. 성경에 신께서 천지를 창조할 때 가장 먼저 “빛이 있으라” 하였다 기록된 것도 바로 이때문은 아닐까?
게다가 장마에 태풍으로 비가 계속 내려 며칠이고 햇빛 한 점 비치지 않을 때는 우울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 하늘이 활짝 개어 햇살이 가득하면 마음도 같이 환해진다. 청명한 하늘에 햇살을 사진 속에 담기도 하고, 밖에 나가 채 마르지 않고 나뭇잎에 달려 반짝이는 물방울을 보면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단지, 이런 현상이 기분이 차이일까?
아니다.
햇빛을 쬐면 뇌신경세포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해가 지면 멜라토닌이 분비돼 저절로 졸음이 오게 한다.
과학자들은 이들 호르몬이 분비되기 위해서는 호르몬을 생산하는 유전자가 켜졌다가 꺼지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해가 지면 세로토닌 생산유전자는 꺼지고 멜라토닌 생산유전자가가 켜지며 해가 뜨면 반대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시차가 다른 나라로 여행할 때 시차적응이 안 되는 것도 바로 이 호르몬 분비체계가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고, 엔돌핀의 생성을 촉진시키고, 암세포를 죽이는 T-임파구들을 강하게 하기도 한다.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온다. 햇빛은 가장 좋은 우울증 치료제이기도 하다. 세로토닌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트립토판이 필요하다. 콩 종류에 특히 많은 트립토판은 장에서 소화 흡수되어 그 일부가 세로토닌으로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반드시 햇빛이 필요하다.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도 빛에 의해 조절된다. 세로토닌과는 반대로 빛의 양에 반비례하여 어두워지면 분비량이 증가한다.
멜라토닌은 산소 대사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유해 산소의 작용을 억제해서 노화방지와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겨울 내내 동면하는 동물들은 바로 이 멜라토닌이 계속 분비되는 동시에 생식기가 위축되어 생식활동을 중단하도록 하고, 봄이 되면 햇빛을 보면서 멜라토닌이 하루주기로 분비되어 생식기가 다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멜라토닌이 생식 호르몬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멜라토닌 분비가 비정상적인 사람에게는 생식기 암질환이 많이 발생한다고 밝혀져 있다.

밖에서 농경과 목축을 하던 옛날 사람들과 달리 거의 실내에서 몸은 쓰지 못한 채 정신적인 노동만으로 하루를 보낸다. 여가 시간이 생겨도 햇빛 가득한 운동장 대신 컴퓨터 앞이나 실내 헬스장, 실내 수영장 등 실내공간에서 보내기가 대부분이다.
조사에 따르면, 중년 성인들은 보통 활동시간의 4%미만을 실외에서 보내고, 그나마 그 시간조차 차안에서 보낸다고 한다. 더욱이 야간 근무자들은 활동시간의 2.6%만 빛을 볼 수 있다.
또 흐리거나 추우면 밖에 나가기 싫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햇빛을 보는 시간이 더 짧아지게 마련이다.

당신은 하루에 몇 분이나 햇빛을 쪼이는가?
여름철 휴가로 갑작스레 뜨거운 햇빛에 피부가 화상을 입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우리 몸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은 극히 적다. 더구나, 짐승들과 달리 우리의 몸은 옷으로 꽁꽁 덮여있다. 햇빛 아래에도 직접 햇빛에 피부가 닿는 부위는 극히 적은 셈이다.
그러니, 야외에서 종일 일하지 않는 한 햇빛으로 인한 피해를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그보다는 너무나 햇빛이 부족해서 몸이 햇살을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뒤로월간암 200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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