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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암정보]사망원인 1위 암, 어떻게 알려야 하나?
고정혁기자2008년 10월 16일 18:35 분입력   총 88088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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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암으로 진단받으면 그 가족들이 환자에게 사실을 숨기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며 가족들을 설득하지만 간혹 가족들의 강력한 요구에 부딪혀 미처 알리지 못한 채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가족의 요구로 환자가 임종할 때까지 환자에게 병명을 밝히지 않고 다른 병명을 말하거나 실제로 말기 암 환자에게 ‘초기 암’이라고 속이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이같은 의사와 가족들의 행위는 윤리적·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최근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는 고려대 의대 가정의학교실의 최윤선·홍정익 교수가 증례보고를 통해 이같은 주제(‘암 진단 알리기’)를 다뤘다.
최윤선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 환자에게 암 진단과 같은 나쁜 소식 전하기에 대해 교육과 수련이 부족하다”면서 “향후 이에 대한 한국 실정에 맞는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환자보다 가족 선호하는 한국 =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인 암. 연간 암발생 약 12만명, 암으로 인한 사망 6만명, 사회적 비용 5조5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수치상의 문제 외에도 암을 발견한 의사와 환자, 그리고 가족 간에 ‘나쁜 소식 알리기’를 둘러싼 갈등과 고뇌 역시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 미국, 질병 알리기 윤리·법적 강제 = 그 동안 환자와 가족에게 암이라는 병명을 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전통적으로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순차적으로 알려서 그들에게 대처할 능력이 생길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나쁜 소식 알리기는 환자의 증상 등에 상관없이 검사가 진행되는 각 단계마다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암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진단결과에 대해 설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환자에게 비록 부정적인 효과가 예상되더라도 환자의 질병과 치료에 대한 의학적인 정보를 숨기지 못하도록 윤리적·법적으로 강제돼 있다.

일본과 미국의 ‘암 진단 알리기 권안’을 보면 일본은 ‘가능하면 환자에게’, 미국은 ‘원하면 환자에게’로 전달 대상을 환자 중심으로 두고 있고, “환자에게 어떤 수준까지 알고 싶은지를 확인하고 거기까지만 말한다”,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말을 하지 말 것”, “의학용어 사용은 삼간다” 등 세부적인 주의사항까지 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데 대한 어떤 기준이나 합의가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다.

최 교수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암 치료의 첫 단계이며 현대의 의학적 치료에서 기본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면서 “환자가 단지 고령이기 때문에 의사가 암 진단을 알리는 것을 주저한다든지, 환자가 나쁜 결과를 통보받는 것이 언제나 정신적인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 윤리상담사, 의사-환자 대화 필요 = 가톨릭 의대 이일학 연구강사(인문사회의학)는 “간혹 의사들은 가족 동의만 받고 가족이 환자에게 암 발병 사실을 전달하는데 관심을 갖지 않거나, 보호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물론 이같은 결과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직접 나쁜 소식을 전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와 전달 방법 등에서 오는 고통 탓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사들의 스트레스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달하는 순간에 절정을 이루며 이후 소식을 전달받은 환자와 가족들의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과 반대로 의사들의 스트레스는 급격히 줄어든다.
이일학 강사는 “나쁜 소식을 알리는 방법, 환자와 환자가족 간의 심리상담, 이를 전달해야 하는 의사들의 고충상담 등 윤리상담사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환자에게 암 발병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의사는 현실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무법인 한강의 의료법 전문 홍영균 변호사는 “환자 스스로 의료진에게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해 치료 선택권을 상실한 것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의사의 경우 환자가 받을 충격과 가족들과의 합의에 따른 ‘선의적 고의’라는 점에서 법률적으로 무거운 비난을 부과할 수는 없고, 현실적으로 소송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뒤로월간암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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