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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양성자치료기를 둘러싼 논란
고정혁기자2008년 12월 12일 19:29 분입력   총 88224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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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작년 4월부터 양성자치료기가 가동을 시작했는데, 미국에서는 양성자치료기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즉 미국의 병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서 이는 마치 미국의료계에서 진행 중인 “군비경쟁”에 비유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에 의하면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증거도 없이 무조건 최신, 최고가 치료방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미국에서 시장논리에 지배되는 미국 건강관리 시스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반영하고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 장비는 거의 빛의 속도로 양성자를 가속화시켜 종양을 향해 발사한다. 과학자들은 양성자 빔은 현재 방사선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엑스레이보다 더 정밀해서 빗나간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더 적고 그래서 아마도 완치율도 더 높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벽두께만 5.5미터인 축구장만한 건물을 짓고 그 속에 222톤짜리 가속기를 설치하는데 1억불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니, 양성자치료센터는 가장 비싸고 복잡한 의료장비가 된다.

2000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단 한군데 병원에서만 양성자치료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5개의 병원이 양성자치료기를 가지고 있고 추가로 10군데가 넘는 병원들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양성자치료센터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미국의 병원들이 양성자치료기로 인해 명성과 이익을 탐낸 결과 생긴 일종의 “군비경쟁” 같은 사고방식이 원인이라고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바드의대와 양성자치료기를 보유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방사선 암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앤터니 지트먼은 이런 사태발전에 대해 흥분도 되지만 두려운 생각도 든다고 하다. 그는 이런 현상은 미국 의료계의 어두운 면으로 보고 있다.

지트먼과 같은 전문가들은 일단 병원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게 되면 의사들은 저렴한 치료방법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경우에도 환자들을 양성자치료로 유도하는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MRI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이와 유사한 걱정을 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지금은 MRI 같은 것이 의료계에서 보편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장비의 남용과 의료비 낭비에 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지트먼에 의하면 양성자가 일부 희귀한 종양을 치료하는데 꼭 필요하지만 많은 양성자치료센터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주로 치료하는 전립선암 같은 경우에는 양성자치료기가 최신 엑스레이장비보다 더 나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비용이 다른 것만 빼고 다른 것은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양성자치료기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양성자치료기가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한다는 주장을 굽이지 않고 있다. 로마 린다 대학병원의 방사선의학 과장인 제리 슬레이터에 의하면 이것은 물리학과 관계가 있고, 엑스레이는 대부분이 다른 곳에 조사가 되지만 양성자 빔은 대부분 종양으로 조사가 된다고 한다.

로마 린다 대학은 199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양성자치료기를 설치했고 지금까지 약 13,000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성과도 고무적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양성자치료기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융자를 알선하는 회사들까지 생기고 있다. 또 주정부나 지방정부들도 의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양성자치료센터를 설립하려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지역병원이나 여러 명의 의사들이 공동으로 융자를 받아 양성자치료센터를 설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흑인들이 주로 다니는 대학으로 의과대학도 없는 버지니아의 햄턴대학이 1억4천만 불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양성자치료센터를 추진할 정도이다. 이 대학 총장의 말에 의하면 흑인은 백인들보다 암 발생률이 더 높은데 양성자치료센터를 만들면 흑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가 있고, 의과대학 같은 것은 필요도 없고 의사들을 고용해서 외래진료센터를 운영하면 된다고 한다.

또 설립이 계획 중인 양성자치료센터들이 서로 너무 인접한 경우도 있어서 시설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오클라호마시티에 2개의 양성자치료센터가 계획 중이고, 시카고의 서부 근교에도 2개가 들어설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센터를 건설하는 회사들은 더 많은 양성자치료센터를 건립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생각으로는 기존의 양성자치료센터는 모두 합쳐봐야 1년에 기껏 몇 천 명 정도밖에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들을 다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또 치료받는 환자들도 흔히 자택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몇 주간 머물면서 치료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양성자치료를 받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국소적인 전립선암 환자들이다. 이런 경우 양성자로 치료하면 엑스레이 치료에 비해 환자의 방광과 직장이 방사선에 적게 노출되어 임포턴스 같은 부작용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최신 엑스레이장비인 “강도조절방사선치료“ 장비가 나오면서 빗나가는 방사선의 양이 적어져서 양성자치료의 장점이 감소되었다.

시카고대학의방사선 암종양학과 과장인 로렌스박사에 의하면 양성자가 더 낫다는 확실한 임상자료가 없다고 한다. 즉 이론적으로는 양성자치료가 더 좋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좋다는 임상자료가 없다. 또 필라델피아의 폭스 체이스 암센터의 연구진이 경제적인 분석을 해본 결과 양성자치료가 소수의 전립선암 환자에게만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마 린다 대학의 경우 전립선암 환자들은 약 2달 동안 매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치료 받는 기간은 매일 1분정도이며 환자들은 방사선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전립선암 초기 환자들은 증상이 없고 또 양성자치료를 받아도 피로감과 요의를 느끼는 것을 빼고는 당장 나타나는 부작용도 드물다고 한다.

현재 의사들은 양성자치료기로 폐암과 유방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도 내려가게 되어 양성자치료센터를 건립해서 운영하는 것이 일상적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2천만불짜리 양성자치료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가 한 군데 있는데 이미 몇 군데 병원으로부터 수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종양을 죽이는데 양성자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탄소이온 빔을 이용한 치료방법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로대학은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프로톤과 탄소를 결합한 치료센터를 건립해서 빠르면 2011년에 문을 열 계획이다. 마요클리닉 역시 프로톤과 탄소를 결합한 치료센터를 고려중이다. 이런 센터는 비용이 최고 3억불이나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로마 린다 대학이 지난 18년 동안 양성자치료기로 치료한 환자의 대부분이 국소적인 전립선암 환자였는데 과연 그런 양성자치료기가 “꿈의 암치료 시대”를 열 것인가? 또, 전이된 암이나 혈액암은 손도 못 대는 양성자치료기가 과연 수백억 원의 가치가 있는 치료장비일까?
그리고 양성자치료기를 유지 보수 관리하는데 매년 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까?

출처: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December 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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