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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료가 과연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고정혁기자2008년 12월 12일 19:49 분입력   총 87857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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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 글로브지의 암 치료 전망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암 치료방법에 진전이 있어서 환자들의 생존율도 높아지고 수명도 크게 늘어났다는 보도가 빈번하고 따라서 암을 치료하는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에 대한 비판도 만만하지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최근에 암을 치료하는데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을까?
이런 문제를 미국의 보스턴 글로브지의 스캇 앨런기자가 최근 기사화하고 있지만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않아서 기사의 내용이 좀 어정쩡하지만 이곳에서 간단히 소개한다.

1. 미국암연구소나 미국암협회의 수장들은 마침내 암과의 전쟁에서 성과를 얻고 있다는 낙관적인 주장을 펴고 있지만 암환자를 지원하는 단체의 관련자들이나 연구가들은 진전이 너무 느린데 대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많은 신약들은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지만 환자의 수명은 겨우 한두 달밖에 연장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실망을 하고 있고 또 암 연구가들이 아직까지도 암 사망의 90%의 원인이 되고 있는 암의 전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실망을 하고 있다.

2. 2002년 이후 암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약간 감소하기는 했지만, 이는 치료방법이 특별하게 개선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금연과 같이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고 또 진단장비가 개발되어 암을 좀 더 일찍 발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암이 전이된 경우 대부분은 1971년 닉슨대통령이 암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을 때보다 환자의 장기적인 생존율이 더 나아진 것이 없다. 1971년 이후 미국정부가 암 연구에 쏟아 부은 돈은 690억불이나 되지만 일례로 폐암이 전이된 환자가 5년간 생존할 가능성은 여전히 3%밖에 되지 않는다.

3. 금년에 미국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무려 56만 명이나 되고 이 상태라면 2~3년 안에 암이 심장병을 제치고 사망원인 1위가 될 것이다.

4. 그동안 암 연구에 막대한 돈을 부어넣었지만 진전은 별로 없었다. 다발성골수종 연구재단을 설립한 쥬세티는 1996년에 다발성골수종 진단을 받았을 때 병원에서 사용하는 치료방법이 자기 할아버지가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았을 때와 똑같았다고 한다.

5. 암치료방법에 약간 진전된 점은 있다. 다발성골수종인 경우 지난 5년 동안 신약이 4가지가 승인되었고 또 유방암인 경우 허셉틴같은 약품이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진전은 금년에만 새로 생긴 140만 명의 신규 암환자들의 두려움을 덜어주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게다가 암 치료 기술이 좀 발전했지만 그런 혜택이 골고루 미치지도 못하고 있다. 예컨대 진행성 유방암에 걸린 백인여성들은 1988년도와 비교하면 수명이 20개월에서 27개월로 늘어났지만 흑인여성들은 1988년도와 비교해서 수명이 전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획기적인 치료방법이 개발되었다고 가끔 떠들어대지만 그런 치료방법은 비용이 5만 불이나 들어가는데도 환자의 수명은 기껏해야 1~2개월 연장시킬 뿐이니 과연 이게 진전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6. 암에 대한 지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미국암연구소와 미국암협회의 수장들은 기존의 방사선치료와 항암제치료로 인한 부작용 같은 것 없이 암을 저지할 수 있게 될 것이란 희망적인 말을 하고 있는 바로 이때에 아이로니컬하게도 비관주의가 등장하고 있다.
2005년에 당시 미국암연구소 소장이었던 에센바크는 한껏 고무되어 암을 제거할 수 있는 목표시한을 2015년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암연구소나 미국암협회의 지도층은 말을 아끼면서 통계자료가 나와 있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암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약간 줄어서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정도만 말하고 있다.

7. 현재 기록적으로 많은 항암제가 임상실험 중에 있어서 암단체장들은 전망이 밝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암협회 회장은 지난 10월 “암과의 싸움에서 확실하게 형세가 변하고 있는 증거는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그런 소리는 이미 1969년에도 듣던 소리라고 일축해버리고 있다. 호지킨병을 극복한 생존자로 포쳔 메거진의 편집인을 역임한 리프에 의하면 “우리가 마침내 암에 대해 진전을 이루고 있고 마침내 상황이 반전되었다”는 똑 같은 소리를 수십 년간 듣고 있다고 힐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망한 암치료제들은 모두 실패작으로 끝났고 암단체장들은 애매한 통계자료나 들먹이면서 암과의 싸움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소리만 했다. 암 치료가 진전이 있는지 지표로 활용되는 5년간 생존율도 따지고 보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검사가 광범하게 이용되면서 암이 발견되는 시기가 더 빨라져서 결과적으로 더 오래 생존하는 것과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8. 암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운 문제를 의도적으로 기피해서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있다. 실제로 미국국립암연구소는 연구비의 몇 %가 전이를 연구하는데 사용되는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6년 동안 미국암연구소에 제출된 연구계획서 중 0.5%만 전이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결장암을 예로 들면 전이가 되지 않은 환자의 90%가 5년간 생존하지만 전이가 된 경우에는 5년간 생존율이 10%로 떨어진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전이에 대한 연구가 너무나 부족해서 전이가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사전에 알아낼 수 있는 방법조차 없다. 또 전이가 된 큰 종양의 크기를 축소시킬 수 있는 약도 없다.

9. 암을 수술 받은 환자들은 암이 재발할지 여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또 전이를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망자 수가 크게 줄어들지도 않는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에 전이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이연구협회의 회원수가 1998년에는 9명이었지만 지금은 250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10. 특정한 단백질이 종양의 성장에 필요한 혈액을 차단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밝혀졌고 이미 1975년에 최초의 혈관생성억제제가 개발되었지만 25년이 지난 2004년에야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얻었다.
암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융통성이 많아서 과학자들도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면 과학자들은 VECF란 핵심적인 단백질 1개가 종양의 혈관 공급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런 단백질이 최소한 6개나 되었다. 현재 이런 단백질을 3가지 이상 사용해서 암 치료효과를 높이는 혈관생성억제제를 제약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혈관생성억제제인 아바스틴이 현재 연간 약값만 3만 불이 넘는데 과연 새로운 혈관생성억제제가 개발되어 본들 그런 약품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가 몇 명이나 될까?

11. 암연구가들은 아직까지도 유망한 아이디어를 치료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약품을 개발해도 정부의 승인을 얻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임상실험에 사용된 개발 중인 항암치료제의 92%는 승인도 받기 전에 폐기되어 버린다.

참고로 보스턴 글로브지는 1872년에 창간된 일간지로 1993년에 뉴욕타임즈가 11억불을 주고 자회사로 흡수했으며 현재 주중에는 하루에 약 38만부가 팔리고 일요판은 약 56만부가 팔리고 있다.

출처:
Scott Allen, "Critics blast slow progress on cancer" The Boston Globe December 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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