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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조상 노릇 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고정혁기자2008년 12월 23일 20:33 분입력   총 87917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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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중에 유전으로 생기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이란 것이 있다. 이런 유형의 대장암은 빠른 경우 10대에 이미 대장에 많은 용종이 생기기 시작하며 나이가 들수록 그 수가 증가해서 수천 개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런 용종을 수술로 제거하지 않으면 암으로 발전하고, 대장암이 발생하는 평균 연령은 39세정도가 된다.

또 이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이 변형된 것이 “약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AFAP)으로 이 경우에는 용종이 발생하는 시기가 늦어져서 44세경에 발생하며 약 55세에 대장암이 발생한다.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의 또 다른 유형은 “상염색체 열성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으로 용종의 수가 100개 미만으로 기본형보다 증세가 좀 덜하다. FAP와 AFAP는 APC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며 상염색체 열성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은 이와는 다른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한다. 이들 3가지 유형을 모두 합해서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은 3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고 미국에서는 매년 800~1,000명이 이런 유형의 대장암에 걸린다.

그런데 미국에서 최근에 연구해 본 결과 1630년 경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 부부 한 쌍이 APC 유전자에 이상이 있었고 그로 인해 그들의 자손들이 “약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AFAP)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유타주의 헌츠맨 암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유전자 지문을 이용해서 유타주와 뉴욕주에 살고 있는 2개 가문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추적해 본 결과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

흥미로운 점은 영국의 대장암환자에게서는 이런 특정한 돌연변이가 지금까지 관찰되지 않은 점이며, 이런 이유로 미국으로 이주한 이 한 쌍의 부부가 유전자 변형의 원조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부부의 자손들은 현재 그 수가 수천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타주에만 약 5,000명이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유난히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서 14년 전에 헌츠맨 암연구소의 연구진이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 자손들이 모르몬교도이기 때문에 교회의 기록부를 통해 가계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할 수가 있었고, 그로 인해 뉴욕에 살고 있는 이들 부부의 자손들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유사한 유전자 변형을 가지고 있는 가계가 미국에 추가로 13개가 더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서 이들 가계도 모두 약 380년 전의 부부와 혈연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 부부의 자손이 독일에도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대장암은 일반인인 경우 80세가 될 때까지 24명당 1명꼴로 발생하지만 약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대장암 발병 위험성이 2~3배가 높아진다. 그러나 미리 이를 치료하면 발병위험을 제거할 수가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한 쌍의 부부는 신대륙에 많은 자손을 남겼으니 종족보존의 책임을 훌륭하게 수행하였지만, 유전자기술이 발전해서 수백 년에 걸친 가족력까지 들여다 볼 수가 있게 되었으니 조상노릇하기도 쉬운 일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출처:
D. W. Neklason et al., "American Founder Mutation for Attenuated 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 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January 2008 (Vol. 6, Issue 1, Pages 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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