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특집기사
암진단의 충격과 감정의 변화
고정혁기자2008년 12월 23일 21:04 분입력   총 880591명 방문
AD

**암진단의 충격

암진단을 받으면 그 충격이 대단하다. 어떤 암진단을 받았는지, 암이 초기, 중기, 말기인지, 암진단을 예상했었는지에 관계없이 충격은 줄어들지 않는다.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들 것이다. 이런 감정들은 지속되거나 여러 양상으로 바뀔 것이다. 소리 지르고 울고 싶고, 눈앞이 캄캄해질 것이다. 충격과 무덤덤함이 교차할 것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거나 심지어 암진단을 받은 것을 ‘잊어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암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 소스라치게 노라서 무섭고, 화나고, 좌절할 것이다.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는 원치 않는 소식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마음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충격을 수용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실제로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충격을 받은 초기에는 여러 가지 처리할 일이 많다. 이때는 질병과 치료 방법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힘을 추스르고, 지지 인원을 파악하며, 직장과 가정의 일을 미리 조정해 놓는다. 일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한다.
작게 보였던 일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되기도 한다.

**감정
두려움과 분노, 슬픔은 환자가 느끼는 감정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런 감정들은 특히 감정 조절을 잘 하는 환자일수록 받아들이기 어렵다. 몸도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데다 마음상태까지 통제 불능이 된다. 치료와 그에 수반되는 부작용, 특히 피로, 불면, 오심은 감정변화를 더욱 악화시킨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감정변화가 정상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감정 표현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가능한 한 감정을 많이 표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혼자 모든 감정을 이겨 내고 싶어할 수도 있고, 또는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감정을 나누기를 원할 수도 있으며, 또는 치료사나 지지 모임의 도움을 받기 원할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든 감정은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필요한 감정이기도 하다. 감정에 충실하지 않거나,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자신에게 화를 내면,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감정이 더욱 악화될 뿐이다. 감정은 아주 필수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감정을 부인하거나 속으로만 삭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마음은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 하겠지만 결국 현실을 피할 수는 없다. 암은 몸 안에 있는 것이고, 아무리 암이 없어지기 바란다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은 암에 걸려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말은 수동적으로 대처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이 말은 암이라는 현실을 수용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시도해 보라는 뜻이다. 암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실은 바꿀 수 없지만 마음가짐은 바꿀 수 있다.

『항암치료를 통한 암의 치유』중에서
지은이 주디스 맥케이와 낸시 히라노는 임상종양 전문 간호사로 수십 년간 암환자를 직접 경험한 바탕으로 이 지침서를 저술했다.

뒤로월간암 2008년 2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