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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알아차리기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5년 11월 28일 12:55 분입력   총 2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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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목 (파인힐요양병원 원장)

요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단순히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이 되는 것이다. 주인과 반려동물은 서로 교감할 뿐 아니라 서로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잘 인지한다. 그런데 사람과 동물은 차이가 있다. 사람에게는 ‘메타인지’라는 것이 있다. ‘인지’는 알아차린다는 것이고, ‘메타’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는 ‘더 높은’, ‘초월적인’이란 뜻이다. 사람만이 갖고 있는 초월적 인지, 한마디로 말해 사람만이 갖는 ‘특별한 알아차림’을 의미한다.

동물에게는 없고, 사람만이 갖고 있는 매우 대단한 능력은 사람의 뇌에만 있는 ‘전전두엽’ 때문이다. 대부분의 포유동물들에게도 전두엽은 존재하며, 전두엽의 크기에 따라서 인지능력의 차이가 있는데, 전두엽 앞에 존재하는 또 다른 뇌, 바로 ‘전전두엽’은 고차원적인 정신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 때문에 사람은 ‘내가 지금 슬픔을 느끼고 있구나!’ 또는 ‘내가 지금 즐거워하고 있구나!’ 하는 식으로 여러 감정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메타인지는 또 다른 ‘나’가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힘이다. 즉, ‘제3자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메타인지를 활용해서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과정을 통해 감정이 정리되고,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를 스스로 알아차리면서 마음이 치유되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견디기 힘든 감정 상태에 빠지기 때문인데, 이 감정을 장 인지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먼저 마치 GPS처럼 내 마음의 위치, 즉 현재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기분이 나빠’라는 두리뭉실한 감정 대신, ‘나 지금 억울해’ 또는 ‘나 지금 화났어’처럼 구체적으로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 보자. 마치 사설탐정처럼 감정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을 명확히 인지하면, 마음속 GPS가 작동해서 감정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다음 심호흡이나 복식호흡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일시 중단하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이란 현재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과정이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이라는 폭풍우에서 벗어나 현재라는 잔잔한 바다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 꾸준한 연습으로 감정조절 능력과 스트레스 감소라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감정에 대한 메타인지를 잘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탁월함을 발휘한다. 대인관계에서의 문제는 감정 표현이 서투르거나, 잘못된 표현을 하는 것과 연결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심리적 소통은 원활해지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이는 곧 공감의 상태이다. 하지만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기에 전혀 쉽지 않다. 자신의 감정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그뿐 아니라 공감하려면 내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서 가장 흔한 다툼이 아마도 부부관계일 텐데, 남편은 아내의 바가지를 지겨워 하지만, 이 세상 거의 모든 아내들은 남편의 못마땅한 점을 토로한다. 남편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뿐이다.

“양말을 벗을 때 제발 뒤집어서 벗지 말고 제대로 좀 벗어.”
“드라이를 쓰고 나면 코드 좀 뽑아 놓으라고 했잖아.”
“치약을 짤 때는 끝에서부터 잘 짜야지 이게 뭐야?”

흔히 듣는 잔소리이다. 그리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내가 만일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정확하고도 차분하게 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 양말을 뒤집어서 벗어 놓으면, 내가 빨래할 때마다 일일이 다시 뒤집어야 해요. 그럴 때마다 빨래며 설거지며 내가 하는 일들을 당신이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아서 화나고 속상해.”
“드라이를 쓰고 코드를 콘센트에 계속 꽂아 두면 혹시라도 화재가 날 거 같아서 불안한 마음이 들어.”

화풀이하는 대신 이처럼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상대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대화법을 ‘나 화법’이라고 하는데,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아이들을 무조건 나무라지 말고, 아이의 어떤 행동 때문에 엄마의 감정 상태가 어떻게 되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표현해 주면 아이가 잘 이해한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어야 이러한 소통이 가능하다. 감정에 대한 메타인지는 스스로의 감정 정화와 치유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타인과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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