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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암페타민, 일본 화학자가 개발한 전통 마약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5년 12월 31일 15:24 분입력   총 6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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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경인 (생명공학 스타트업 머스큘로이드 대표)

메스암페타민은 흔히 영문명 ‘필로폰’, 일본명 ‘히로뽕’으로 불리며, 암페타민 계열의 강력한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일본의 제약회사가 집중력 향상이나 각성 효과를 목적으로 판매하였지만, 강한 환각, 흥분, 중독을 유발하여 곧 불법이 되었습니다. 효과는 단기간에는 각성, 자신감 상승, 피로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만, 부작용으로 뇌 손상, 정신병적 증상(망상, 환각), 심혈관계 질환, 극심한 중독을 초래합니다. 중독성은 한 번 사용해도 강한 의존성이 생기며, 끊지 못하여 재범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메스암페타민은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마약 중 하나로 꼽히며,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많이 적발되는 마약류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메스암페타민이 어떤 마약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은 흔히 ‘필로폰’ 또는 ‘히로뽕’으로 불리며, 암페타민(amphetamine) 계열의 강력한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그 역사는 19세기 말 일본에서 시작됩니다. 1893년 일본의 화학자 나가이 나가요시가 마황에서 추출한 에페드린(Ephedrine)을 기반으로 메스암페타민을 처음 합성했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한 화학 연구의 결과물에 불과했지만, 1919년에 일본의 오가타 아키라가 메스암페타민을 결정 형태로 제조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이후 일본 제약사 다이니폰 스미토모 제약(Dainippon Sumitomo Pharma)가 그리스어인 필로(사랑)와 포노스(일)의 합성어인 “필로폰(Philopon)‘이라는 이름으로 이 약물을 복용했을 때 일을 사랑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아서 이름이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필로폰은 일본어 발음 ‘히로뽕(ヒロポン)’이라는 상품명으로 생산·판매된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독일은 군인들의 피로회복과 집중력 강화를 위해 메스암페타민을 광범위하게 사용했습니다. 일본군은 ‘히로뽕’을, 독일군은 ‘페르비틴(Pervitin)’이라는 이름으로 공급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피로예방과 장시간 노동용으로 판매가 계속되어 일반인들 사이에서 각성제와 다이어트 약으로 사용되다가 심각한 중독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화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메스암페타민이 공식적으로 ‘필로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20세기 중반부터 불법 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1970년 중독 문제가 심각해져 불법 마약으로 규제되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필로폰은 국내에서 가장 흔히 적발되는 마약류로 자리 잡았으며, 범죄와 사회 문제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마약류는 여전히 메스암페타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마약류 1위, 필로폰의 2023년 기준 압수량은 362.3kg으로, 전년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는 국내 유통망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매년 그 양이 증가하고 있어서 심각성이 한계치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40대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20~30대 젊은 세대가 주요 사용층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청년층의 호기심, 스트레스, 사회적 압박 등의 원인과 판매상의 타겟이 젊은 층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매년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으며, 그 양은 하루 평균 5만 2천 명이 투약하는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암수범죄의 특성상 실제 사용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필로폰 사용량이 전국 평균보다 약 1.4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국제적 유입과 지역적 특성이 결합된 결과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낮은 수준의 형량을 비웃는 사례일 수 있습니다.

메스암페타민 확산은 단순한 개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다양하고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필로폰 중독은 폭력, 절도, 사기 등 다양한 범죄와 직결됩니다. 치료비, 단속 비용, 처벌 비용 등 사회적 손실이 막대합니다. 또한 중독자는 가족 관계를 파괴하고 사회적 고립을 초래합니다. 게다가 젊은 세대의 확산은 국가 경쟁력과 사회 안정성을 장기적으로 약화합니다. 특히 필로폰은 국내 거래가 세계 최고 수준(1g당 약 450달러)으로, 마약 업자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이 밀수와 유통의 군침 도는 큰 시장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이는 국제 범죄 조직이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필로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각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예방 교육 강화: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마약이 무서움을 넘어서 마약의 실체와 폐해를 알리고, 개개인이 마약을 경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 유통망 차단: 전통 방식, 국제 특송, 온라인 암거래, 유착 등 새로운 유통 방식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 치료 및 재활 지원: 단순 처벌이 아니라 중독자를 환자로 인식하여 치료와 사회 복귀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합니다.
- 국제 협력: 국경을 넘어 유통되므로, 주변 국가와의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입니다.
- 사회적 인식 개선: 마약을 단순한 호기심이나 유행 또는 재미로 보는 시각을 바꾸고, 나이, 성별, 직업, 지위 등을 막론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메스암페타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각한 마약 문제의 중심에 있습니다. 압수량 증가, 젊은 세대 확산, 외국인 밀집 지역의 사용 증가 등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라 부를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단속을 넘어, 교육·치료·사회적 인식 개선·국제 협력을 아우르는 종합적 대응입니다. 메스암페타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안정과 미래 세대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이미 깊숙이 들어온 마약, 이번에는 내 차례가 될 수 있습니다.
뒤로월간암 202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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