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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보충제 조합이 뇌암에 놀라운 효과 보여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1월 29일 17:11 분입력   총 10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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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00년 동안 인류는 암세포를 ‘적’으로 규정하고, 수술과 독성 약물, 방사선으로 이를 파괴하는 데 몰두해 왔다. 하지만 인도 뭄바이의 연구진은 묻는다. “암이 낫지 않는 상처라면, 공격 대신 연고를 발라줘야 하지 않을까?” 포도 껍질 추출물과 구리라는 단순한 조합이 가장 치명적인 뇌암, 교모세포종의 맹렬한 기세를 꺾었다.

낫지 않는 상처(The Wound That Won't Heal)
1986년, 병리학자 해럴드 드보락 박사는 암을 “낫지 않는 상처”에 비유했다. 우리 몸은 상처가 나면 세포를 증식시켜 치유하려 하지만, 암은 이 치유 과정이 멈추지 않고 폭주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폭주하는 상처에 독(Chemo)을 붓고 태우는(Radiation) 방식만 고수해 왔을까? 인도 타타 기념 센터(Tata Memorial Centre)의 인드라닐 미트라(Indranil Mittra) 교수는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는 암세포를 죽이는 대신, 그들이 잃어버린 질서를 되찾게 도와줌으로써 공격성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도구는 놀랍게도 수천만 원짜리 신약이 아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두 가지 성분이었다.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일어난 11일의 기적
연구팀이 타깃으로 삼은 암은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다.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15개월에 불과한, 가장 빠르고 치명적인 뇌종양이다.

미트라 교수는 수술을 앞둔 교모세포종 환자 10명에게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과 ‘구리(Copper)’가 소량 함유된 알약을 하루 네 번 복용하게 했다. 기간은 수술 전까지 평균 11.6일에 불과했다. 대조군 10명은 이 알약을 먹지 않았다.

수술 후 떼어낸 종양 조직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단 11일간의 복용만으로 치료군 암세포의 운명이 뒤바뀐 것이다. 암 세포는 아래에 설명과 같이 몇 가지 특이하게 변했다.

성장 속도 둔화: 암세포 분열 속도를 나타내는 단백질(Ki-67) 수치가 대조군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공격성 완화: 암의 줄기세포 성향(재발과 전이의 원인)을 보여주는 지표가 56%나 낮게 나타났다.
면역 회피 차단: 암세포가 면역 세포의 눈을 속이는 ‘면역 체크포인트’ 단백질 수치가 41% 감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 고가의 면역항암제가 하려는 일을, 이 저렴한 알약이 해낸 것이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병들게 한다: cfChPs의 비밀
도대체 포도 성분과 구리가 어떻게 이런 일을 했을까? 미트라 교수는 암의 공격성을 높이는 숨겨진 배후로 ‘세포외 염색질 입자(cfChPs, Cell-free Chromatin Particles)’를 지목한다. 암세포가 죽으면 그 안에 있던 DNA 조각(염색질)들이 세포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것이 cfChPs다. 문제는 이 죽은 암세포 파편들이 주변의 살아있는 암세포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유전자를 손상해 암을 더욱 독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즉, 죽어가는 암세포가 지르는 비명이 살아있는 암세포를 광폭하게 만드는 악순환이다.

여기서 ‘레스베라트롤-구리(R-Cu)’ 조합이 해결사로 등장한다. 이 두 성분이 만나면 미량의 산소 라디칼을 생성하는데, 이것이 혈액과 조직 속에 떠다니는 cfChPs를 분해해 버린다. 세포 외 염색질 입자(cfChPs)를 제거한다는 것은, 암세포를 자극하는 염증의 근원을 차단한다는 뜻이다. 이 입자들이 사라지자, 암세포는 스스로 사멸(Apoptosis)하는 정상적인 주기로 돌아왔다.

연구 결과, 치료군 환자의 조직에서는 이 독성 DNA 파편들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암세포가 내뿜는 ‘독기’를 걷어내자, 종양은 스스로 온순해졌다.

수억 원의 면역항암제를 대체할까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경제성이다. 현재 암 치료의 대세인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는 암세포의 방어막을 해제해 면역 세포가 공격하게 만든다. 효과는 좋지만, 연간 치료비가 억대를 호가하며 심각한 자가면역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런데 레스베라트롤과 구리 알약은 부작용 없이 동일한 효과(면역 체크포인트 단백질 감소)를 냈다. 이는 고가의 약물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 국가나,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미트라 교수는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이 접근법이 악성 종양을 양성 종양처럼, 관리 가능한 상태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악성을 양성으로 되돌리는 기술
물론 이번 연구는 20명 규모의 소규모 임상시험이다. 이것만으로 암이 정복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방향성은 명확하다. 암을 무조건 죽여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달래고 고쳐서’ 공존하거나 소멸하게 만드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2,500년간 이어온 ‘파괴의 의학’이 ‘치유의 의학’으로 전환되는 변곡점. 그 중심에 흔하디흔한 포도 성분과 구리가 있다는 사실은, 때로 가장 위대한 해답은 가장 단순한 곳에 숨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편집실에서 : ‘레스베라트롤 + 구리’ 섭취 가이드
아직 임상 단계이므로 자가 치료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으나, 예방적 차원에서 참고할 만한 정보입니다.

레스베라트롤: 포도, 오디, 땅콩, 크랜베리 등에 풍부합니다. 지용성이므로 식사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구리: 굴, 게, 다크 초콜릿, 견과류에 많습니다. 다만 구리는 과다 섭취 시 독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보충제보다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연구팀은 두 성분의 특정 비율과 농도가 cfChPs 분해에 핵심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최적의 용량이 확립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조:
Chaitra Bandiwadekar, Leimarembi Devi Naorem, Aliasgar V. Moiyadi, Vikas Singh, Prakash Shetty, Sridhar Epari, Harshali Tandel, Roohi Yelukar, Disha Poojary, Gorantla V. Raghuram, Snehal Shabrish, Pratik Chandrani, Indraneel Mittra. Attenuation of malignant phenotype of glioblastoma following a short course of the pro-oxidant combination of Resveratrol and Copper. BJC Reports, 2025; 3 (1) DOI: 10.1038/s44276-025-00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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