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특집기사암세포의 성장 스위치, 342개의 ‘돌연변이 지도’가 마침내 완성되다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6년 03월 31일 16:42 분입력 총 91명 방문
-
에든버러 대학 연구진,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의 모든 경우의 수를 해독
우리가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조직 검사를 할 때, 최근 들어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지 확인해 봅시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암은 본질적으로 우리 몸의 세포를 통제하는 ‘유전자’가 고장 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고장 난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와 형태를 알면, 그 약점만 골라서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를 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의 유전자 안에서도 오류(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고, 그 미세한 차이에 따라 암세포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암을 유발하는 아주 핵심적인 유전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돌연변이의 경우의 수’를 완벽하게 해독하여 하나의 정밀한 지도(Map)로 완성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를 통해 발표했다. 이 지도는 앞으로 암 환자들에게 더욱 정교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포의 성장 조절자, ‘베타-카테닌’의 반란
이 방대한 유전자 지도의 핵심 타깃이 된 것은 ‘CTNNB1’라는 유전자다. 이름은 다소 복잡하지만, 이 유전자의 역할은 명확하다. 바로 우리 몸의 조직이 정상적으로 자라나고 상처를 회복하도록 돕는 ‘베타-카테닌(β-catenin)’라는 단백질 일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베타-카테닌은 아주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세포가 어느 정도 자라서 제 역할을 다하면, 우리 몸은 "이제 그만 자라고 휴식해"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베타-카테닌은 스스로 분해되어 사라진다. 마치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속도가 충분히 나면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다. CTNNB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베타-카테닌 단백질이 제 할 일을 다 하고도 파괴되지 않고 세포 안에 계속 켜켜이 쌓이게 된다.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가속 페달처럼, 베타-카테닌은 세포들에게 "계속 증식하라"는 잘못된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결국 세포들은 미친 듯이 분열하며 ‘암’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342조각의 퍼즐, 암의 ‘지문’을 모두 확인하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수많은 암 환자의 데이터를 통해, 이 CTNNB1 유전자의 아주 좁은 특정 부위(핫스팟, Hotspot)에서 돌연변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좁은 구역에서만 무려 70가지가 넘는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학계가 안고 있던 큰 숙제는 "이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암을 일으키는 '강도'나 '방식'이 모두 똑같은 것일까?"라는 의문이었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에든버러 대학교 연구팀은 엄청난 규모의 실험을 기획했다. 그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크리스퍼)을 이용해, 이 유전자 핫스팟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단일 문자(DNA 염기)의 변화, 즉 342개의 모든 경우의 수를 쥐의 줄기세포에 하나하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특수 형광 물질을 달아, 각각의 돌연변이가 베타-카테닌 경로를 얼마나 강하게 자극하는지 그 수치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어떤 돌연변이는 베타-카테닌의 스위치를 살짝만 켜는 반면, 어떤 돌연변이는 스위치를 부서질 듯이 강력하게 켜버렸다. 돌연변이의 미세한 형태에 따라 암세포의 성장 신호 강도가 천차만별로 달랐던 것이다.
암의 종류마다 좋아하는 ‘돌연변이의 세기’가 다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얻은 이 방대한 '돌연변이 강도 점수'를, 실제 수천 명의 암 환자들에게서 수집한 유전자 데이터와 비교해 보았다. 놀랍게도 실험실에서 측정한 데이터는 실제 사람의 몸속에서 암세포가 행동하는 방식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마침내 범죄자의 몽타주를 모두 모아놓은 듯한 완벽한 '돌연변이 지도'가 증명된 것이다.
이 지도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은, 암이 생기는 장기(위치)에 따라 선호하는 돌연변이의 세기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똑같이 베타-카테닌이 고장 나서 생긴 암이라도, 어떤 장기의 암은 아주 강력한 돌연변이 신호가 있어야만 살아남고, 어떤 장기의 암은 중간 정도의 신호만으로도 세력을 확장했다. 이는 암이 자라나는 주변 환경(토양)이 암세포의 진화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면역 세포와의 숨바꼭질: 간암 연구가 남긴 단서
이 지도는 특히 최근 항암 치료의 핵심으로 떠오른 ‘면역 항암제’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간암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아주 중요한 패턴을 발견했다. 약한 돌연변이를 가진 간암 종양 주변에는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 세포들이 아주 많이 몰려 있었다. 반대로 강력한 돌연변이를 가진 간암 종양 주변에는 면역 세포가 텅 비어 있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것은 암 환우들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가 될 수 있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를 깨워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약이다. 따라서 종양 주변에 면역 세포가 많이 몰려 있는 환자(약한 돌연변이)일수록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훨씬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강한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보다는 다른 방식의 치료법을 먼저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돌연변이의 강도에 따라 종양이 우리 몸의 면역 체계와 소통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뜻이다.
정밀 의료(맞춤형 치료)를 향한 든든한 나침반
이번 연구를 이끈 앤드루 우드(Andrew Wood) 수석 연구원은 “이 새로운 돌연변이 지도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암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도구”라며, “다양한 암 종에 걸쳐 종양의 성장을 끄는 스위치의 비밀을 한층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 유전자 지도가 당장 내일 새로운 '기적의 알약'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신약 개발과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아직 수많은 검증 단계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암 덩어리의 크기나 위치만 보고 일률적인 항암제를 투여했다면, 이제 현대 의학은 환자 개개인의 암세포가 가진 '유전자 지문'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 약점만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하나의 유전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342개의 모든 경우의 수를 밝혀낸 과학자들의 끈질긴 집념. 그 땀방울로 완성된 이 상세한 지도는, 앞으로 암이라는 험난한 바다를 항해해야 할 의료진과 환우들에게 치료의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줄 가장 든든한 나침반이 될 것임을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편집실에서] 쏙쏙 이해되는 의학 용어 사전
CTNNB1 유전자: 우리 몸의 세포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의 설명서에 오타(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베타-카테닌 (β-catenin): CTNNB1 유전자의 명령을 받아 실제로 움직이는 단백질입니다. 정상일 때는 일을 마치고 스스로 사라지지만, 돌연변이가 생기면 사라지지 않고 쌓여서 세포를 무한정 증식(암)시킵니다.
유전자 핫스팟 (Hotspot): 유전자의 길고 긴 DNA 염기서열 중에서, 유독 에러(돌연변이)가 잦고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아주 취약한 특정 부위를 뜻합니다.
정밀 의료 (Personalized Medicine): 환자의 암세포가 가진 고유한 유전자 돌연변이 특성을 분석하여, 남들과 똑같은 약이 아닌 '오직 그 환자에게만 가장 잘 듣는 맞춤형 치료법'을 제공하는 미래형 의료 방식입니다.
참조:
Anagha Krishna, Alison Meynert, Karamjit Singh Dolt, Martijn Kelder, Agavni Mesropian, Ailith Ewing, Conny Brouwers, Jill WC Claassens, Margot M. Linssen, Shahida Sheraz, Gillian CA Taylor, Philippe Gautier, Anna Ferrer-Vaquer, Graeme Grimes, Hannes Becher, Ryan Silk, Albert Gris-Oliver, Roser Pinyol, Colin A. Semple, Timothy J. Kendall, Thomas Graham Bird, Anna-Katerina Hadjantonakis, Joseph A. Marsh, Josep M. Llovet, Peter Hohenstein, Andrew J. Wood, Derya D. Ozdemir. Mutational scanning reveals oncogenic CTNNB1 mutations have diverse effects on signaling. Nature Genetics, 2026; DOI: 10.1038/s41588-025-02496-5뒤로월간암 2026년 3월호
암을 치료하는 현대적인 방법 5가지과거에 비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술이나 항암치료 그리고 방사선치료가 전부라고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의학이 발전하면서 치료 방법 또한 다양해졌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중입자 치료기가 들어오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중입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독일 등 중입자 치료기가 있는 나라에 가서 힘들게 치료받았지만 얼마 전 국내 도입 후 전립선암 환자를 시작으로 중입자 치료기가 가동되었습니다. 치료 범위가 한정되어 모든 암 환자가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는 없지만 치료...
깨끗한 혈액 만들기 위해 생각할 것, 6가지필요 이상으로 많은 음식을 먹는다 현대인의 생활을 고려해 볼 때 육체노동자가 아니라면 세끼를 모두 챙겨 먹는 자체가 과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살아온 300만 년 중 299만 9950년이 공복과 기아의 역사였는데 현대 들어서 아침, 점심, 저녁을 습관적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게다가 밤늦은 시간까지 음식을 먹거나, 아침에 식욕이 없는데도 ‘아침을 먹어야 하루가 활기차다’라는 이야기에 사로잡혀 억지로 먹는 경우가 많다. 식욕이 없다는 느낌은 본능이 보내는 신호다. 즉 먹어도 소화할 힘이 없다거나 더 이상 먹으면 혈액 안에 잉여물...
[에세이] 사유(思惟)를 만나다글: 김철우(수필가) 가벼운 옷을 골랐다.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놓고, 가장 편한 신발을 신었다. 지난밤의 떨림과는 무색하게 준비는 간단했다. 현관문을 나서려니 다시 가벼운 긴장감이 몰려왔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전시였던가. 연극 무대의 첫 막이 열리기 전. 그 특유의 무대 냄새를 맡았을 때의 긴장감 같은 것이었다. 두 금동 미륵 반가사유상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두 반가사유상을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이었다. 잡지의 발행인으로 독자에게 선보일 좋은 콘텐츠를 고민하던 중 우리 문화재를 하나씩 소개하고자...
나를 위로하는 방법, 한 가지우리 주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러나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밝혀지지 않았을 뿐 죄를 저지른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서는 전체 인구의 3% 정도가 범죄를 저지르며 교도소를 간다고 합니다. 즉 100명 중에 3명 정도가 나쁜 짓을 계속하면서 97명에게 크게 작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입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시냇물을 흐린다는 옛말이 그저 허투루 생기지는 않은 듯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97%의 사람들이 모두 착한...
- 월간암 - 정기구독신청
1년 5만원 정기구독료를 납부하시면 매월 집에서 편하게 월간암을 접할 수 있습니다. - 고려인삼공사 - 문의전화: 02-862-3992
시베리아 자작나무에서 채취 관리, 러시아 정부가 인증한 고려인삼공사 최상급 차가버섯 추출분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