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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을 앞당길 ‘기성품’ 세포 치료제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3월 31일 16:44 분입력   총 6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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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연구진, 면역 사령관 ‘보조 T세포’ 대량 생산 기술 최초 개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유전자 조작 세포 치료. 하지만 높은 비용과 복잡한 제조 과정은 여전히 환자들에게 높은 장벽이었다. 그런데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연구진이 이 장벽을 허물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7일, 국제 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보조 T세포(Helper T Cell)’를 줄기세포로부터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는 암뿐만 아니라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 치료에 있어 즉시 사용 가능한 ‘기성품 치료제’ 시대를 앞당길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나만의 약’에서 ‘모두를 위한 약’으로
최근 몇 년간 ‘CAR-T(카티) 치료’와 같은 유전자 조작 치료법은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며 많은 생명을 구했다. 환자의 면역 세포를 꺼내 암을 공격하도록 재설계한 뒤 다시 몸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효과는 강력하지만, 환자 개인마다 세포를 추출하고 배양하는 데 몇 주가 걸리고 비용도 천문학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줄기세포’에 주목했다. 공동 선임 저자인 메건 레빙스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미리 대량 생산된 기성품 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환자가 필요할 때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암과 싸우는 군대, ‘사령관’이 필요하다
암세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두 가지 면역 세포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나는 암세포를 직접 찾아가 부수는 ‘킬러 T세포(살해 T세포)’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적인 전투를 지휘하고 킬러 T세포를 돕는 ‘보조 T세포’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킬러 T세포’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투의 지휘관 역할을 하는 ‘보조 T세포’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사령관 없는 군대가 오랫동안 힘을 쓰기 어려운 것처럼, 강력하고 지속적인 항암 효과를 위해서는 이 두 세포가 모두 필요하다.

타이밍의 마법, ‘노치(Notch)’ 신호 조절
UBC 연구팀은 줄기세포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노치(Notch)’라고 불리는 신호의 강도와 타이밍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방법으로 난제를 해결했다. 이 신호가 너무 길게 유지되면 보조 T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호를 줘야 할 때와 끊어야 할 때를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조 T세포는 실제 우리 몸속의 면역 세포와 똑같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완벽하게 작동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탄생한 이 세포들이 암세포 제거를 돕고 면역 반응을 지휘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라고 밝혔다.

더 저렴하고 빠른 치료를 향한 발걸음
이번 연구는 암 치료제 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를 치운 셈이다. 피터 잔드스트라 박사는 “이번 성과는 생명을 구하는 첨단 치료법을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기술을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환우들이 비싼 비용과 긴 대기 시간 없이 ‘준비된 면역 치료제’로 암을 이겨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참조]
Ross D. Jones et al., "Tunable differentiation of human CD4 and CD8 T cells from pluripotent stem cells", Cell Stem Cell, 2026.
뒤로월간암 202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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