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에세이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고정혁기자2009년 01월 15일 10:39 분입력 총 87895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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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_시인이며 수필가. 남편 백혈병 투병 중. 보스턴에 살고 Boston Korea신문에 칼럼연재. 저서 시집『하늘』, 수필집『나는 ‘춤꾼’이고 싶다』등.
지난 성금요일에는 꽃나무 둘을 심었습니다. 그 꽃을 심기 위해 땅을 파 올렸습니다. 쟁기가 땅 속을 뚫기도 전 쇠와 돌이 부딪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파내려 갈수록 돌이 자꾸 올라왔습니다.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만났습니다. 아무리 꺼내려 해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제 덩치로 보면 아주 하찮은 돌멩이 하나가 제 온 힘을 다해 끙끙거려도 그야말로 꿈적도 하지 않습니다. 힘이 다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계속 해야겠기에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했습니다.
얼마 후 알았습니다. 그 큰 돌멩이를 꺼내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작은 돌을 먼저 살곰살곰 파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아하! 얼마 후에는 큰 돌멩이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 온 몸을 힘들게 했던 그 큰 돌멩이도 제 손에 뽑혀 나오고 말았습니다. 신바람이 났습니다. 다른 옆의 땅을 파는데도 돌멩이들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 일을 훨씬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꽃을 심고 난 후 잠시 앉아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 돌멩이를 바라보던 내 마음이 하늘의 그 분의 마음을 만나게 하였습니다. 내 가슴에 수없이 박혀있는 이 커다란 돌멩이들을, 돌을 주워내느니보다 흙을 들어 올리는 것이 쉬울듯한 내 속의 돌멩이들을 말입니다.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 땀으로 돌멩이들을 주워 올리고 계셨을까?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아니, 찢어짐이었습니다. 알 수 없을 만큼의 뜨거운 눈물이 가슴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내 안에 남겨진 돌멩이들. 아집과, 교만과, 게으름, 핑계, 위선, 거짓쟁이, 위선, 말 할 수 없을 만큼의 것들이 꿀컥 꿀컥 올라왔습니다. 아, 내 속에 이 더러운 오물들이 세월을 넘어 딱딱하게 굳어져 돌멩이로 있었던 것입니다. 그 분의 말씀이 내게 다가와 권면의 말씀을 주실 때에도 순종하기보다는 쇠와 돌멩이가 부딪혀 나는 소리처럼, 그렇게 내 소리만 켜 올렸던 것입니다.
이제는 내 속에 담겨진 나의 돌멩이들을 하나씩 꺼내 올리길 기도합니다. 그 자리에 고운 흙을 담을 수 있기를, 그래서 어느 꽃이라도 심기우면 생명을 키워 올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것까지도 욕심의 돌멩이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돌멩이들이 답답해졌습니다. 숨쉬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좀 가벼운 숨을 올릴 수 있기를 소원에 놓습니다. 그 분의 손길에 돌멩이가 하나씩 하나씩 올리어지기를….
내 마음의 밭에 예쁜 꽃밭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계절마다 키워 올리는 아름다운 꽃들로 모두가 행복해지길, 그래서 꽃의 향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맑은 날에 날아오르는 벌들도 나비들도 한 번씩 찾아 만남을 즐거워하는 행복한 꽃밭이면 좋겠습니다. 봄에는 봄꽃으로, 여름에는 여름 햇살로 즐거워하며, 가끔씩 내려오는 빗소리도 듣고 맞으며 말입니다. 가을이면 꽃잎이 하나 둘 떨어져 맺혀가는 열매를 만나고, 색 옷을 갈아입는 그런 가을을, 겨울이면 나눌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마련하는 그런 마음의 꽃밭이면 좋겠습니다.
‘가시나무’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나 아닌 남을 탓할 때 얼마나 많았는지요.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시기하고 질투할 때 얼마나 많았는지요.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나 아닌 다른 이를 미워할 때 얼마나 많았는지요.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욕심과, 교만과, 아집과, 시기와 질투, 게으름, 이 모든 것들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하면서도 뒤돌아보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 무거운 돌멩이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제는 더욱 내려놓길 소원합니다.
돌멩이를 골라 내 올린 고운 흙이 되길 소원에 놓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예쁜 꽃밭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아닌, 하늘의 그 분의 손길에 만들어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있습니다.뒤로월간암 200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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