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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도 잠이 보약이다.
고정혁기자2009년 02월 06일 16:33 분입력   총 88034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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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만|대장암3기. 장로회신학대학원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 수료. 대한예수교장로회목사, 교회성장연구소대외협력실장 재임. jesusn@naver.com

‘사람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건강하단 말이 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이 삼 박자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면 어지간한 병은 안 걸리거나 이겨낼 수 있다. 잘 먹는다는 것은 많이 먹거나 좋은 음식만을 먹는다는 것보다는 적절한 음식을 먹는다는 뜻이다. 잘 잔다는 것은 많이 자거나 규칙적인 잠을 잔다는 것보다 진정한 쉼이 있는 평안한 잠을 잔다는 뜻이다. 잘 싼다는 것은 변비나 설사가 없이 변을 잘 본다는 것도 있지만 먹고 소화가 잘되고 남은 것이 바로 배출된다는 뜻이다.

암과 연관해서 살펴보면, 먹는 영양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 결핵과 같은 병이었다면 암은 너무 많은 영양분을 섭취해서 걸리는 경우이다. 그래서 음식을 조절하면서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은 현대인들의 삶의 패턴이 불규칙하고 스트레스로 인하여 잠자는 시간이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잠을 온전히 자지를 못한다. 실제로 4시간만 숙면을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변을 보는 것에 있어서도 먹는 양은 엄청 많은데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등으로 인하여 배변을 잘 하지 못함으로서 소화되지 못한 것들이 독소가 되거나 암세포의 먹이가 된다.

‘밥이 보약이다’란 말도 있다. 그러나 암 환우에게는 “밥보다도 잠이 보약이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암에 걸리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하는 것이 음식조절을 하거나 절대적인 식이요법 등을 우선적으로 실시한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암 환자 본인은 온갖 상상과 들리는 소리로 인하여 잠을 잘 못자거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되면 모든 식이요법 등이 허사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아무리 좋은 음식과 독소가 없는 음식을 먹었어도 잠을 못 이루고 스트레스가 계속된다면 음식들이 잠자는 중의 소화과정 속에 독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은 ‘먹어서 걸린 병이기 때문에 먹어서 고치기보다는 빼내어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상당부분 일리가 있는 말이다. 빼낸다는 것은 변을 잘 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몸 안에 생기는 독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뜻에 더 가깝다.
독소는 음식을 먹으면 누구나 생기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때 생기는 독소보다는 스트레스에 의하여 발생되는 독소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스트레스는 낮에 활동을 하면서 누구에게나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자게 되면 낮에 생긴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다. 그러나 잠을 온전히 잘 수 없다면 스트레스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고 자연히 독소가 그대로 몸에 남게 되니 암세포의 먹이가 많게 된다.

최근 일본에 다녀왔다. 오사카의 한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는데 일본사람들도 상당수 참석을 하였다. 설교를 듣던 일본 사람들 중에서 내가 암환자였었다는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요청해왔다. 나는 요즘에 비록 내일 다시 암이 재발을 하더라도 오늘만큼은 암 환자가 아니라고 선언하며 살고 있다. 그 후로 잠도 잘 자고 먹는 것도 한결 자유롭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의 양도 적고 환경도 좋은데 암환자가 많다. 많은 분들에게 암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대부분 스트레스가 원인 같다고 대답하였다.

10년 전 쯤에 일본을 열흘정도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느꼈던 일본 사람들을 보면 놀랄 정도로 최선을 다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감당하는 것을 보았다. 현재 이승엽 선수가 시합을 하는 도쿄돔이란 곳에서 야구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었다. 내야석에 표를 사서 들어갔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내야에서도 앞부분과 뒷부분의 가격이 틀려서 자리가 나뉘어 있었다. 이를 나누는 부분에 한 아르바이트 청년이 서 있어서 자기 자리에서만 경기를 보도록 통제를 하고 있었다. 이 청년을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정말 성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치의 여유가 없다. 고개만 돌려도 야구를 구경할 수 있는데 언제나 눈은 관중석 쪽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8,9회 정도만 되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자신도 야구를 즐기거나 통제를 풀고 빈자리가 생기면 앞으로 갈수 있도록 하도록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끝날 때까지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는 청년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조금은 답답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금번에 본 일본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일본 정부에서 일본경제가 정체되는 것을 연구하던 중에 교육을 통해서 너무 순종적이고 획일적인 사람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화된 일본 사람들은 특유의 성실성과 긴장감을 통해서 세계적인 경제 대국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처럼 시종여일한 긴장감은 알게 모르게 과도한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음이 자명한 사실이다.

몸과 마음은 물이 흐르듯이 흘러가야 건강하고 스트레스를 피해갈 수 있다. 인간의 인위적이고 인본적인 모습들은 일을 완벽하게 해 낼 수 있을 런지는 모르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아름다움은 점점 파괴하게 만든다.

나는 최근에 나 자신에 대하여 ‘더 잘하려고, 완벽해지려고 하지도 말라’는 주문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나를 옥죄이면서 흠 안 잡히고 이런 저런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고 가능하면 완벽하게 살려고 했던 것들이 얼마나 허망한 모습이었나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인간사 ‘새옹지마’ 라는 말이 있다. 좋다고 끝까지 좋은 것이 아니며 나쁘다고 끝까지 다 나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 노인에게 말 한 마리가 있었는데 잃어버렸다. 동네사람들이 위로를 한다. 그런데 그 말이 야생마 일곱 마리의 말을 데리고 들어온다. 동네사람들이 축하를 한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야생마를 타다가 낙마해서 다리가 부러진다. 동네사람들이 위로를 한다. 그런데 전쟁이 나서 청년들이 대부분 죽어서 돌아오는데 노인의 아들은 전쟁 징집을 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암에 걸렸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재발했다고 다 죽는 거도 아니다. 암이 피해갔다고, 0기에 조기 발견이 되었다고 다 안심하고나 사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치른 국회의원 선거를 보아도 정치생명이 끝나 보이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경우도 있으며 누구나 당선을 보장하면서 최고의 권력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 낙선의 고배를 마시지 않던가.

나는 최근에 암에 걸린 사람들에게 특히 권고하고 싶다. 우선 ‘죽을지도 모른다 큰일이 났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찾아 나서기 전에 잠을 편안하게 잘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죽으면 아내는 어쩌나 자식은 또 어쩌나 회사는 어떡하지’하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지 말고 이제는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암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암으로 인생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점을 삼는 기회로 받아들여라.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고 오늘부터 편안하게 잘 잘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요즘 직장암으로 재발 이후에 너무도 편안함 잠을 자고 있다. 어떤 때는 10시간을 넘게 잘 때도 있고 때론 몇 시간 못자는 경우가 있지만 어느 경우에든 정말 잘 잔다. 잠에 취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면 누군가가 그 일을 대신하겠지(?)하면서 핸드폰도 알람도 꺼놓고 잔다. 그런데 일을 그르친 적도 없고 할 일을 못한 적도 없다. 오히려 쓸데없는 곳에 내 마음과 시간을 빼앗기고 살아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암 환우에게 꿀맛 같은 잠은 항암제보다도 어떤 좋은 먹을거리보다 보약임을 명심하면서 살자!
꼭 좋은 일이 일어난다.

뒤로월간암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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