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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의 복지와 암환자단체의 필요성
고정혁기자2009년 04월 14일 13:24 분입력   총 88103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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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1996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였으며 올해는 국민소득 2만 불을 넘어섰습니다. 아직 많은 사회적 문제가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 살만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급격한 사회의 발전은 많은 사회적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에 따른 많은 사회적 부담도 더불어서 증가해 왔습니다. 암환자의 증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국민소득을 높이고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맞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과 국가차원의 복지 수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무엇보다 사회의 복지는 잘 살고 못 사는 문제에 앞서서 선행되어야 할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며, 국민 소득이 낮더라도 사회 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면 많은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나라의 국민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빠르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도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진정한 복지 시스템으로 발전하려면 개선이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국가차원에서 암환자에게 복지라고 말할 수 있는 몇 가지 제도가 있습니다.

국가에서 암환자에게 시행하는 복지서비스의 몇 가지 제도와 문제점을 짚어보면,
제일 먼저 의료보험제도입니다. 암환자는 암 진단 후 중증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습니다. 중증장애인 등록을 하면 암환자는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모든 치료비의 10%만 부담하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암환자가 암진단 후에 중증장애인 등록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런 정보 없이 암진단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도는 병원에서의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될 무렵에 알게 됩니다. 또한, 건강보험에서 인정하지 않는 신약이나, 최신방사선 기술은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재가 암환자관리사업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집에 있는 암환자들을 찾아가서 보살펴 준다는 서비스입니다. 물론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이 서비스를 아는 암환자도 적을뿐더러 지역 보건소에 신청하여도 저소득층 위주의 서비스라서 저소득층이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집 있고 차 있는 암환자는 해당 사항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마다 암센터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인정한 호스피스에는 일정금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부분에서 암환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복지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복지는 치료위주의 복지로, 암환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복지서비스와는 별개로 암환자들이 스스로 단체를 조직하고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단체는 2000년도부터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그 후에도 많은 단체가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체들은 암환자들에게 있어 보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처음 진단을 받고 우왕좌왕하는 환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국가에서 해주지 않는 많은 위로와 위안을 암환자들끼리 나눌 수 있으며, 이러한 단체를 통하여 암환자들은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치료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안목을 넓게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암환자들이 조직한 단체는 국가의 관리 없이 자발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열악하여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소로 전락하거나, 건강보조식품 판매자 또는 제약업체와 결탁하여 특정제품 홍보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또는, 특정종교를 단체와 접목하는 등의 일도 생깁니다.
건강보조식품을 단체를 내세워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단체는 단체로서의 일만 하면 되겠지만, 재정적인 열악함으로 단체를 유지하기 위한 자충수입니다.

순수한 목적의 암환자 단체가 이런 식으로 타락해 가는 것은, 암환자에 대한 진정한 복지를 외면하는 관계 당국의 책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암환자에게 시행하는 모든 복지는 제약회사 및 병원과 관계가 있으며, 그 비용을 당사자가 아닌 국가에서 대신 지급하는 개념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진정한 복지가 아닙니다. 또한, 주객이 전도된 복지입니다.

암환자에게 있어 진정한 복지는 비용을 대신 지급해 주는 것 외에도, 순수한 목적의 암환자 단체를 육성하여 암환자들끼리 스스로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백혈병환우회, 한국에이즈연맹, 장애인협회, 노인협회 등 많은 단체가 있음에도 암환자단체는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암환자에 대한 국가의 복지시스템에 부족한 사각지대를 누구보다 암과 직접 투병하는 사람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데,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식적인 암환자 단체가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의 척도를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민법에서 규정한 비영리사단법인의 설립요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보건복지가족부의 담당 공무원들은 암환자단체의 설립을 회피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단체의 법적인 설립근거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이제 암은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차후 많은 사회적 간접비용을 유발할 것입니다.

복지는 책상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나와야 합니다. 암환자에 대한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시행된다면 차후 우리 사회에 암환자로 말미암은 많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며 사회적 간접비용 또한 줄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정부는 이러한 암환자단체의 설립필요성을 인지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암환자의 실질적인 고충을 들을 수 있으며, 그것을 토대로 많은 정책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우리 사회에도 순수한 목적을 갖고 순수한 활동을 하는 암환자들의 비영리 사단법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뒤로월간암 200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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