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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을 지어야할 것과 풀어야 할 것!
고정혁기자2009년 04월 14일 14:03 분입력   총 87926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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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만|대장암 3기. 장로회신학대학원 샌프란시스코신학 대학원 졸업. 대한예수교장로회목사, 교회성장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재임. 다음카페 <바다같이 깊은 만남 //cafe.daum.net/seameet> jesusn@naver.com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모든 사람과 조화를 이룰 때이다. “좋다”라는 말은 “조화롭다”는 말과 어원이 같고, “나쁘다”란 말은 “나뿐이다”라는 말이다. 좋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 조화를 잘 이루는 사람이며, 좋은 물건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는 물건이고, 좋은 음식은 자기 몸과 잘 조화를 이루는 영양식이다. 나쁜 사람은 항상 ‘나뿐이다’라는 독선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기분이 나쁘다”도 기(氣)가 나누어지는 것이다.

사람은 네 가지를 할 줄 알아야 건강하다.
첫째, 웃을 줄 알아야 한다. 남이 웃을 때 웃을 수 있어야 건강한 사람이다.
둘째, 기뻐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눈물을 흘릴 줄 알아야 한다.
넷째는 분을 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건강한 사람의 증거이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 있어도 즐겁지 않고, 기쁜 일이 있어도 기쁘지 않고 만사가 귀찮고 힘들고 표현을 하고 싶지 않고,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한다면 이것은 어디가 크게 아프거나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인생살이가 힘든 이유 중의 하나는 돈이 필요할 때에 돈이 없고, 건강이 중요할 때에 건강을 잃고, 마음을 나눌 친구가 필요할 때에 정작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즉,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에 가장 적절한 필요가 채워지지 않기에 힘이 들고 지치게 된다. 이처럼 삶이 엇박자로 어긋나는 대는 많은 이유가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과 환경에 이런 엇박자가 자주 생기는 것이 병의 원인이고 특히 암과는 무시할 수 없는 깊은 인연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을 매듭짓지 못하고 무심하게 넘겨버리면 나중에 다시 그 일로 인하여 어려운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일이라고 무조건 넘기기보다는 순간순간 매듭을 지어야 한다. 대나무가 곧게 잘 자랄 수 있는 이유는 한 해 한 해 매듭을 잘 지었기 때문이다. 이 매듭을 잘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다. 지나간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도 나쁜 것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나쁜 일들, 어렵고 힘든 것일수록 속히 내려놓아야 한다. 붙들고 있으면서 그 일로 인하여 계속 분노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 병을 키우는 가장 큰 것이다.

분노는 우리 속에 타는 불길이다. 사람들은 감정이 상할 때 터뜨리는 분노가 있다. 그래서 분노는 우리 속에서 타는 불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불길이 탈 때 잘 연소하면 빛이 되고 열을 내어서 폭발적인 힘을 갖는다. 그러나 잘못 타면 연기만 나서 다른 사람 눈에서 눈물을 내고 주변을 어둡게 하고 주변을 불살라 버린다. 그래서 인간이 가진 감정 가운데 분노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 중에서 통제하기 어렵고 복잡한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면 대부분 분노라는 감정일 것이다. 특히 성격이 급하거나 투쟁적인 사람은 이런 분노를 다스리는 데에 커다란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들의 거친 말투나 날카로운 목소리, 그리고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화는 결국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 미움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사람 간의 다툼의 70%는 거친 말투와 화 때문에 기인한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잠 15:1 )고 한다.

용서는 분노를 풀어줄 최고의 열쇠이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알게 모르게 몸과 마음과 환경의 여러 모습에 상처가 있는데 그 상처를 풀어내지 않고서 그대로 넘어가면 필시 그 일로 인하여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서 삼풍백화점이나 비행기 추락 사고나 아비규환의 사고들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생존한 사람은 물론이고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이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이 상처의 대부분은 분노로 남아있다. 사고를 나게 한 회사에 대하여 화가 나고, 조금 더 생각하면 관리를 잘못한 정부에 대하여 책임을 묻게 된다. 하다못해 작은 것에도 분함을 갖게 된다. 이 분함을 풀어야 하는데 풀지 못하면 큰 병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변에도 참으로 좋으신 분이 계시는데 어느 날 암에 걸리셨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물으니? 최근 6개월 동안 미움과 화남과 분노를 풀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911테러 이후에 사람들은 공포와 패닉 상태에 빠졌었다. 이 엄청난 사태에 대하여 심리적·정신적·영적인 안정을 통해서 매듭을 잘 지은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정서불안과 우울증뿐 아니라 암을 포함하여 각종 병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일어나도 풀어가는 길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잊히고 풀리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어느 여인이 병원을 찾아와서 가슴의 통증을 호소한다. 아무리 진찰을 하고 종합검진을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다. 남편이 잘 해주고 아이들이 그 어머니를 위해 효도했으나 여인은 항상 불안했고 삶은 파괴되어 갔다. 어느 날, 그 여인은 자신을 상담을 해보니,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았다. 술고래였던 아버지는 걸핏하면 집에 들어와 어머니를 때렸고, 아이들을 폭행했다. 동네 사람들 보기도 부끄러웠다. 아이는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 결심을 했다.
“죽어도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겠다!” 세월이 지나 성장한 아이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잊고 살았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증오가 서려 있었고, 그 증오는 독버섯처럼 자리 잡아 그 여인의 마음을 풍성케 하지 못했다. 죽은 아버지와 화해하고 용서한 후에 여인은 고침을 받았다. 그의 삶이 풍성해졌고, 그녀의 삶이 달라졌다.

모든 일은 매듭이 잘 지어진 후에야 풀려갈 수 있다. 암 환우들의 특징 중의 하나가 성격적인 것이 있다. 매사에 꼼꼼하며 성급하고 짜증을 잘 내며 여러 가지 일로 생긴 스트레스를 잘 풀어내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작은 일에도 민감하며 잠을 잘 못 자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을 살펴보면 오늘 일은 오늘에 족하고 내일 일을 내일 걱정하면 되는데, 잠자리에 들면서 걱정이 시작된다. 오늘 부족했으면 내일부터 다시 잘하면 되지 하면서 잠을 편히 자면 될 것을 오늘을 반성하는 것을 넘어서 후회하고 계속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즉 매듭을 짓지 못한 경우이다. 그리고 내일 어떤 큰일이 있으면 편히 자고 일어나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풀릴 일을 밤새 잠을 못 자고 전전긍긍하다가 새날을 맞으니 일이 꼬이면 더 꼬이지 풀려갈 수 없다.

암을 쉽게 이야기하면 몸 안에서 변이 세포가 생겨서 꽁꽁 뭉치는 것이다. 그렇게 뭉치고 굳어진 것이 독성이 강해져서 다른 장기나 세포들도 간섭하는 전이성을 갖는 것이 바로 악성종양이다. 그러면 반대로 몸 안에 응어리지고 뭉쳐진 것들이 풀려나가면 암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암의 원인 중의 하나가 “과음, 과식, 과로, 과욕”이다. 즉, 이 때문에 생긴 독소와 암을 유발하는 환경들이 풀어지지 못하고 뭉쳐서 생긴 병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 사람들 간의 관계가 편치 못하면 ‘우리 언제 날 한번 잡아서 살풀이 한 번 하자!’라는 말을 종종 쓴 적이 있었다. 암 환우들이 음식을 조절하고 환경을 개선하고 좋은 약을 복용하는 것은 열심히 하지만, 지나온 삶의 궤적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고 분노케 하며 뭉치게 하였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내는 과정에 대해서는 소홀해 보인다. 몸을 푸는 것은 넘어서 마음과 영혼의 막힌 것들이 풀려나가기 시작할 때에 암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암 환우들이여!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나간 일을 돌아보지 말고 아까워하지도 말고 털어버릴 것들은 신발에 먼지 털듯이 툭툭 털어버려라. 그리고 매듭짓지 못하고 질질 끈 것이 있으면 내가 손해가 있더라도 매듭을 확실하게 지어라! 그리고 마음과 몸과 영혼과 환경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하나씩 풀어가는 일을 시작해 보라! 그러면 몸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새로워질 것이다. “암 그까짓 것, 고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확신이 오면 면역력이 강해질 것이고 어느 순간 내가 암을 이기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게 될 것이다.

뒤로월간암 200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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