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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속의 치열한 싸움
고정혁기자2009년 04월 17일 16:28 분입력   총 88136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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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은 세균의 온상, 살기 좋은 서식처
대장은 상행 결장, 횡행 결장, 하행 결장, S자 결장의 총칭이다. 직경 약 5cm, 길이 1.5m의 신축성이 뛰어난 관으로 소화관의 출구인 항문으로 연결된다.
바퀴모양의 주름 위에 융모, 거기에 더 미세한 융모가 빽빽하게 돋아있는 소장에 비해 대장은 주름도, 융모도 없는 매끈한 관으로 음식물이 남긴 가스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변을 만든다.
위산이라는 제 1방어벽에 연이어 담즙과 이자액이라는 제 2방어벽을 돌파하고, 회장에서 세력을 확보한 세균이 대장으로 우르르 밀어닥치면 이미 손쓸 방법은 없다.
대장에는 박테로이데스를 시작으로 내용물 1g 당 100억~1,000억 개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장내세균이 서식하며 그 세력을 자랑하고 있다.

**장내세균은 몸 속의 제 2의 화학 공장
우리는 음식 섭취를 통해서 영양(에너지원)을 얻고 체내에서 소모한 물질을 보급하거나, 성장에 필요한 재료를 얻는다. 이것은 배 속에 사는 100조 개의 세균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생물은 이런 대사를 하지 않고서는 생명 활동을 영위할 수 없다.
인체 내에서 대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잇는 곳은 간으로,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효소의 힘이다. 이 효소를 가지고 있는 간이 바로 인체 내의 화학 공장이다.
하지만 이 효소의 활성을 능가하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100조 개의 장내세균이 균생하는 장내 플로라이다. 즉 우리는 간 외에도 장내 플로라라는 또 하나의 화학 공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내세균은 어디까지나 사람과는 독립된 별도의 생물이다. 그 때문에 간과는 달리 인체에 언제나 유익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다.

**장내 플로라, 건강의 척도
장내 플로라란 장내세균의 밸런스를 나타내는 말이다.
성인의 대장 속에는 약 100종류 100조 개의 장내세균이 장 상피에 붙어 있거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서식하고 있다. 그 모양을 현미경을 살펴보면 마치 풀 숲처럼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잘 보면 장소별로 같은 종류끼리 모여 있으며, 그 모습이 마치 꽃밭처럼 보이기도 하여, 장내 플로라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들 각자가 고유한 균에 의한 고유의 균상(菌相), 즉 고유의 장내 플로라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유용한 세균이 우세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깨끗한 장내 플로라는 심신의 건강이나 젊음을 유지시키고 촉진시키지만, 유해한 균이 많은 장내 플로라는 노화나 질병을 부르는 원흉이 된다. 장내 플로라야 말로 진정한 건강의 척도라 할 수 있다.

**목숨을 건 땅 빼앗기가 일어나는 우리의 장 속
세균이라고 하는 미세한 존재들에게 있어 우리의 장 속은 광대한 공간이기는 하지만 그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장 내벽에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어떤 세균이든 동일하게 자기들의 공간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살아갈 장소를 확보하지 못하고 떠도는 세균은 장 속에서 정착할 수 없다. 공간이 없다는 것은 세균에게 있어서 죽음을 의미한다.
땅 빼앗기의 비결은 일단 빠른 놈이 승자이다. 그리고 숙주와 궁합이 맞는 균은 정착하기 쉽고, 궁합이 나쁜 균은 배제되어 버린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비피더스균을 예로 들면 A의 장 속에 살고 있는 비피더스균과 B의 장 속에 살고 있는 비피더스균은 같은 비피더스균이기는 하지만 그 종류가 다르다. A의 비피더스균은 A의 고유 타입이기 때문에 A의 장 속에서만 증식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장 속에서는 절대 증식할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숙주와 균의 관계는 밀접하다.
또 세균들은 생명을 영위하며 대사작용을 하고 그 부산물로 여러 물질을 만들어내며 생존을 건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

▶비피더스균은 산으로 공격
몸에 유익한 대표격인 비피더스균과 같은 유산균류는 아세트산이나 유산을 배출해 장 속을 산성으로 만든다. 이것은 자신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부패균 등의 유해균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유해균 중에는 산성의 환경에서는 살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때문에 장 속에 유산균이 많으면 공간면에서는 물론 환경면에서도 유해한 균이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유해균은 부패로 공격
역으로 유해균은 단백질을 부패시켜서 만들어내는 암모니아나 황화수소 등의 유해물질이나 인돌, 스카톨 등 악취 물질 속에서는 유익한 균이 살아남지 못한다.

▶언제나 우세한 세균을 응원하는 중간균
유익한 균이 우세한 장내 플로라의 경우, 중간균(박테로이데스균 등의 장내 최고 우세균)은 유해균이 세력을 넓혀가면 원래 가지고 있는 병원성을 발휘한다. 항상 이 체제를 지키기 위해 장 속에서는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서로 겨루며 패권을 다툰다.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장내 플로라도 유익균이 우세한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지만, 이 밸런스는 쉽게 무너지기도 하고, 유해균이 쉽게 우세해지기도 한다.

뒤로월간암 200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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