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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 그렇지!] 이해인 수녀님은 왜 암에 걸렸을까?
고정혁기자2009년 06월 03일 15:49 분입력   총 88747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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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만|대장암 3기. 장로회신학대학원 샌프란시스코신학 대학원 졸업.
대한예수교장로회목사, 교회성장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재임.
다음카페 <바다같이 깊은 만남 //cafe.daum.net/seameet> jesusn@naver.com


“암은 어려운 병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어찌 보면 가장 쉬운 병일 수도 있다.”
나는 개신교 목사이지만 가장 애독하는 시 중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참으로 많았다. 20여 년 동안 목회를 하면서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자주 보기도 하였고, 허락도 안 받고 무단으로 인용한 적도 참으로 많았다. 시가 깊이가 있어 여러 면으로 나의 영적인 생활과 정서적인 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부산에서 목회할 때 수도하시던 황령산 부근의 베네딕도 수도원 근처를 지나면서 여기에 이해인 수녀님이 계시다는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었지만 사진 한번 유심히 본 적 없었다. 그저 그분의 글을 대하면서 그분의 마음과 영적인 상태를 그려보기만 했을 뿐이다.

얼마 전 아내가 이해인 수녀님과 박완서 작가님의 대화록을 읽으면서 간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시가 아닌 사람 사는 냄새를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내가 관리하는 인터넷 카페 화면에 <이해인 수녀님의 암 투병 쾌유를 빕니다>라는 카페 광고를 보고 수녀님이 암에 갈렸다는 사실과 카페에 실린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전의 책에서 사진은 별로 기억이 없었는데 금번에 카페에 실린 사진을 유심히 볼 수 있었다. 연세가 들어 보이는 듯한 인상에 약간의 옆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왜 이해인 수녀님과 같은 분이 암에 걸렸을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9월호를 쓸 시점에서 글을 구상하던 중 조금은 도발적인 것 같은 제목을 내놓게 되었다. 이는 이해인 수녀님 같으신 분이 왜 암에 걸렸을까 하는 가십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암에 대한 이해와 경계심과 대안 등을 보다 면밀하게 살피려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더는 이해인 수녀님이 무슨 암일까, 어느 병기일까 관심을 두고 찾아보지 않았으며, 암을 대하는 수녀님의 태도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만, 스쳐 지나는 길목에서 수술 후에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시는 것을 보아서는 병기가 약간의 있는 것 같으며 앞으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음을 암시하는 듯한 것을 본 것 같아서 그 정도만을 가지고 글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절대로 수녀님의 고결함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암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소중한 기회로 삼기 위함이다.

그러면 수녀님은 왜 암에 걸렸을까? 상식선에서 접근해 보자!

첫째는 나이가 60이 넘으신 것을 알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암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이다. 나이가 들면 어느 부분의 세포와 몸의 구성체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자연사한 분들을 해부한 해부학 교수의 증언과 분석에 의하면 자연사한 분들의 상당수가 암이 있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암으로 죽음에 이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즉, 이해인 수녀님이 연세가 드셨기 때문에 조금은 빠르게 암에 노출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수녀님들과 독신 여성이 유O암과 자O암에 걸리는 경우들이 많을 수 있다. 결혼과 출산을 겪는 여성으로서의 삶보다는 수련과 정진의 삶을 살기에 몸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막히기 때문에 암에 노출될 수도 있을 수 있다. 수도나 수련을 하시는 분들은 고도의 절제된 생활을 한다. 그런데 이 절제가 도리어 가장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흐름을 막을 수 있기에 암과 같은 형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셋째는 암으로부터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현대 사회와 인간의 삶 속에 깊고 넓게 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20년 전에만 하더라도 이삼십만 명이 사는 도시에서 누가 암에 걸리면 한 사건으로 여겨질 만큼 큰 뉴스였고 희귀한 병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변에 누가 조금 이상해서 검사를 받았는데 “OOO 암이더라”하는 소식을 너무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암에 좋다는 청국장만 늘 먹고 채식을 하며 소식을 하면서 평생 살아왔는데 대장암에 걸렸다는 것이다.

암은 단순히 식습관의 문제만도 아니고 개인의 나쁜 생활 습관에서 오는 병만도 아니다. 예를 들면 담배도 안 피우는 여성들이 폐암에 걸리는 경우에는 주방의 가스에서 나오는 일·이산화탄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처럼 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도 암에 걸릴 수 있다.

넷째는 사람의 속을 누가 알겠는가? 물 흐르는 듯하며 자연스럽고 순결하며 정갈한 시를 우리들의 마음속에 던지기까지 수녀님의 마음판은 많이 힘들고 지쳐서 속으로는 암을 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키웠는지도 모른다.

또한, 암환자의 특성을 보면 인간인데,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데 이리저리 참고 인내하고 삭여가다가 아주 작은 사건에서 큰 병으로 키운 경우들이 많음처럼…. 영성이 깊지 않은 같은 종교인으로서 수녀님의 마음속 깊은 곳을 헤아려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아무리 그렇지 않아도 하늘이 준 것과 부모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체환경으로 암에 노출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 집안의 내력이 간이나 위가 문제가 있거나 타고날 때부터 약한 장기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수녀님의 암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조건을 두서없이 살펴보고 이해인 수녀님과 같은 분들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보면서 내리는 결론은 “암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고 세밀하고 조직적으로 인간의 삶과 환경에 침투해 들어온다”는 점이다. 나는 예외라고 생각하는데 어느새 암환자로 판명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7월 29일 자 중앙일보 건강란에 “암은 더 이상 난치병이 아니라 만성병”이라며 아주 희망차고 기대되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 기사의 핵심은 세 가지인데 “성공을 높이는 표적 치료제의 개발, 신기술 개발과 맞춤치료, 조기검진으로 초기 대응”을 들었다. 이 기사대로만 된다면 정말 좋겠다. 그런데 이 기사에는 몇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첫째, 표적 치료제의 개발을 이야기하는데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각 개인에게 맞는 표적 치료제를 찾기가 쉽지를 않고 설령 찾았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고가라서 서민들은 엄두 낼 형편이 못되고 때로는 실험 중이라서 쉽게 사용하기가 어려운 점이다. 또한, 표적 치료제가 아직은 이전 항암제보다 사람들의 기대치만큼 생존기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둘째는 신기술 개발과 맞춤 치료를 말하는데 이 역시 첫 번째와 비슷한 실정이다.
나도 직장암 수술을 하고 고가의 방사선 치료에 대하여 알아보았는데 내게는 적용이 안 돼서 포기했지만, 설령 가능하다 한들 10~15회 정도에 일, 이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니 누가 쉽게 할 수 있을까? 그뿐만 아니라 신기술과 신약들은 강력한 만큼 강한 부작용도 우려되는 현실이다.

셋째는 조기 검진으로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데 조기 검진이라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이 암이다. 최고의 암 진단기인 FET-CT 등으로 진단받으려면 일, 이백 만원은 족히 든다. 그 외의 진단법은 이미 다 자란 상황에서 간신히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암을 0기나 1기나 발견하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한다. 이때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율이 90%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중앙일보의 기사를 반박하는 의도는 암이 그리 만만하지 않으며, 현대의학적인 진단과 치료보다는 암이 활동할 수 없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존경하고 누구나 보아서도 그분의 삶을 인정할 만한 이해인 수녀님 같은 분들이 암에 걸리는 현실을 보면서 암에 대한 경계를 보다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암은 어려운 병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어찌 보면 가장 쉬운 병일 수도 있다. 그 근거는 외부에서 들어온 질병이 아니라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세포 조직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뿔”이 났다는 것이다. 요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를 보면 수십 년간 가정에서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살아온 한자(김혜자 분)가 40년간 밀린 휴가를 한 번에 받는 사건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암은 이처럼 평생 병원 한 번 안 가던 사람에게 잘 발생하는데, 쉽게 말하면 몸속의 세포들이 뿔이 나서 단백질을 선동해서 한 번에 휴가를 간 셈이다. 그래서 모든 활동이 마비된 상태이다. 그러기에 이 뿔만 것을 잘 다스려주면 아주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든 암에서 쉽게 피해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무서워하지 말고 암에 걸렸다 해도 함께 살아갈 마음 한 자리를 내어주는 여유만 있다면 암의 뿔도 풀리지 않을까 싶다.

뒤로월간암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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