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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TV 시청과 올림픽 경기
고정혁기자2009년 06월 03일 16:55 분입력   총 87908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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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식 | 샘안양병원 통합의학 암센타 면역요법 연구소장

현재 베이징 올림픽이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 선수의 경기에 모든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금메달을 향한 국내 선수들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선수에게 위로를 보내고 있다. 또 비록 메달에서는 밀려났지만 우리 민족의 투혼을 알리는 경기 장면에도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준다.

정신-신경계-내분비-면역계로 연결된 고리는 이미 증명이 되었듯이 우리의 감정과 느낌은 고스란히 면역계에 영향을 미친다. 간단한 예로 끔찍한 장면을 시청하면 소화도 잘 안 된다. 어떤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즐겁고 힘과 용기가 난다면 만남을 지속해도 좋지만 반대로 만나기만 하면 불쾌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면 피해야 할 사람이다.

내가 종종 환우들에게 “바보가 되라”, “암에 대한 공부를 너무 자세히 하지 말고 보호자에게 대신 시켜라”, “돈 관리를 하지 말고 전기를 멀리하라”, “자연과 가까워져라”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환자가 정작 신경 써야 할 다른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카페나 인터넷상의 글을 읽을 때 어떤 내용이라도 긴장감과 불안감, 분노 같은 감정이 올라온다면 굳이 읽지 말고 넘겨버리는 것이 좋다. 전기와 분노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TV를 보는 암 환우와 가족들을 위해서 몇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비단 이 글은 아픈 분들 뿐 아니라 건강인에게도 해당된다.

1. TV를 시청하는 시간과 시청거리를 꼭 유지하면 좋다.
과도한 시청 시간이나 너무 근접해서 시청하는 습관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요즘은 칼라 TV만 보급되기에 눈의 피로감도 더 할 수밖에 없다. 또 전자기파는 전파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 존재한다. 비록 안전장치가 있다 하더라도 핸드폰, 가전제품 등을 통한 전자기파의 실제 유해성은 논란을 주긴 하지만 어쨌든 결론이 나기까지는 일단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고압선이 지나는 지역이나 수맥이 안 좋은 곳 역시 건강에 안 좋다는 내용의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듯이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우리에게 해를 주는 요소는 매우 많다. 환경호르몬도 마찬가지이다.

주말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늦은 시간까지 TV를 시청한다면 휴식은커녕 당장 월요일부터 몸에 지장이 올 수밖에 없다.

2. 시청하는 내용을 선별한다.
긴장감을 야기하는 프로는 교감신경 우위를 야기하므로 건강에 절대적으로 해롭다. 특히 면역이 떨어진 환우들에게는 권할 시청내용이 못된다. 손에 땀을 나게 하는 운동경기, 남을 헐뜯고 비하하고 나만 찍어달라는(?) 선거방송, 전쟁물이나 수사하고 파헤치는 형사물, 추적 60분, PD수첩 등의 방송. 그리고 치고받는 싸움 장면, 불륜과 질투 등을 다루는 「사랑과 전쟁」이나 같은 부류의 연속극 등이 해당된다.

지나치게 비참한 장면(전쟁, 테러, 미얀마의 태풍과 중국의 지진 등)의 내용도 피하길 권한다. 특히 케이블방송에 방영되는 액션 영화, 공포 영화, 기괴한 사건 등을 다룬 내용도 피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경쟁적인 운동을 하는 것을 자제하면 좋다. 내기를 하게 되면 경쟁심과 승리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1점당 10원짜리라도 돈내기 고스톱을 비롯해 돈내기 노름이나 카드 역시 지양해야 한다. 소위 바가지 쓰면 기분 좋을 리가 만무다. 돈을 잃으면 기분은 물론 면역까지 떨어지게 된다.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바둑, 장기, 낚시 등도 안 좋긴 마찬가지다.

또 TV를 통해 나오는 음악도 신나고 즐거운 음악 위주로 하면 좋다. 안단테보다는 알레그로나 폴카곡이 더 낫다.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의 애절한 노래(고 권혜경, 차중락, 배호, 김현식, 김광석, 유재하, 장덕 님 등등)는 대부분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를 가져온다.

옛날 가요도 대부분 한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따오기」, 뜸북새가 나오는 「오빠소식」 같은 곡은 사람 마음을 구슬프게 한다. 물론 슬픈 노래라 해도 들으면 원하는 곡을 들었다는 만족감과 필요가 해결되었다는 느낌이 들어 득이 많은 경우는 들어도 무방하다.

60-70년대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자는 운동을 편 전석환님의 곡은 거의 밝은 곡들이다. 지금도 그분은 「아침이슬」 노래의 가사를 ‘태양은 묘지위에’ 대신에 ‘대지위에’로, 「아리랑」도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이 부분은 ‘나와 함께 가시는 님은’ 으로 긍정적인 가사를 바꾸어 부르기를 주장한다.

송대관, 하춘화, 태진아, 설운도, 장윤정 님 등의 곡은 매우 밝은 곡이 많다. 그 외 「주주클럽」 등의 애완동물이야기나 「가족 오락관」, 「6시 내고향」, 맑은 물과 푸른 숲이 나오는 자연 다큐멘터리 등은 부교감 신경 우위를 조장하기에 면역에도 도움이 된다.

모르는 사람끼리 함께 있게 되는 기차나 비행기를 탈 때도 함께 웃음이 나오게 하는 짧은 코미디도 도움이 된다.

3. 이 경기만큼은 꼭 보고 싶다는 경우
오히려 그 경기는 안보는 것이 낫다. 특히 올림픽 경기를 보는데 경기 내용이 비참하게 패한다든지 아니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패한 경기는 면역에도 매우 안 좋다. 가뜩이나 날씨도 푹푹 찌고 습도는 높아 불쾌지수도 높은데 입맛도 떨어지게 하고 기분도 상하게 한다. 요즘 기대와 달리 패하거나 예상외로 저조한 결과가 나온 선수들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폐쇄한다고 한다. 게임도 지고 악플까지 이중으로 고통을 당하는 것이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게임에 져도 자랑스러운 경우가 있지 않은가? 비록 졌지만 너무 잘 싸웠다고 하는 경기도 있다. 그러므로 환우분이 어느 경기만큼은 꼭 봐야한다면 차라리 이겼다는 결과가 나온 후에 재경기 방송을 보는 것이 훨씬 낫다. 비록 스릴은 좀 떨어지더라도 어차피 이길 것이라는 안도감 때문에 지나친 긴장이나 흥분을 피할 수 있다.

경기내용이나 결과에 개의치 않는다면 어떤 경기를 봐도 무방하다. 그렇지 않다면, 가뜩이나 면역이 저하된 환우들이라면 이런 방향의 시청을 권하고 싶다.

뒤로월간암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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