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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 그렇지!] '암'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라!
고정혁기자2009년 06월 10일 17:38 분입력   총 88206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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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만|대장암 3기. 장로회신학대학원 샌프란시스코신학 대학원 졸업.
대한예수교장로회목사, 교회성장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재임.
다음카페 <바다같이 깊은 만남 //cafe.daum.net/seameet> jesusn@naver.com

지난 10월 20일 어느 모임에서 대화 중 ‘일본의 어느 교수가 건강검진을 통해서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유익한 것도 있지만, 암이란 소리에 겁에 질리고 두려움이 생겨 오히려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말의 요지인즉슨 “암 판정”을 받고 나서 많은 사람이 “이제는 죽었다.”라고 생각하면서 급격하게 나빠진다는 것이다.

최근 나는 암으로 투병하는 크리스천들을 대할 기회가 많다. 상담을 해오거나 기도를 받으러 오는 경우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거의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찌감치 암 투병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암이 두렵고 무서운 존재이긴 하지만 일단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암 환우나 가족에게 있어서 가정 우선되고 중요한 일은 병원과 수술할 의사를 선정하는 일보다 암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일이다.

물론 암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니다.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집중적인 연구를 거듭해서 발견한 치료법이나 약이건만 치료될 확률이라고는 기껏해야 20, 30%가 넘는 암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 그 이유는 암세포의 변화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즉 어디로 다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눈에 보이는 놈만 잡아서 수술하거나 기계로 확인되고 체크된 것만 공격하고 투약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암이 발생한 부위에서 몸 전체로 그 공격의 방향을 넓히면 온몸이 같이 상하고 건강하고 좋은 세포까지 손상을 입기 때문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하면 길이 없다. 정확한 치료 방법이 없다면 진정한 치료의 길은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작은 힘과 약해진 면역력을 무한으로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힘이 들고 어려운 병이라도 두려움을 넘어서야 치료할 길이 열린다.

15년 전 부산 고신대병원에서 암수술을 한다고 하여 아침 7시쯤에 병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서 수술이 어렵다고 의사와 간호사가 왔다갔다만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환자가 너무 두려워하여 급기야 근육이 수축해서 바늘이 혈관에 잘 들어가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간호사를 내보내고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술과 암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을 몰아내고서야 비로소 수술을 하게 한 경험이 있다.

우리의 몸이 긴장하거나 두려움이 몰려오면 근육이 수축하고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술을 해도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 못하고 어려움이 올 것이다. 암은 결국은 세포의 문제이다. 세포 하나하나가 긴장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1998년에 미국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지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암이 생기는 핵심적인 원인이 유전자가 균형을 잃어서 원 상태로 회복할 힘이 없을 때 생기는 대표적인 병”이라는 것이다. 즉 암 환자가 스트레스 등으로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꼬이거나 깨어진다는 것이다. 세포를 만드는 공장이 고장이 났기 때문에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세포가 비정상적인 암세포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암을 진단받은 사람과 가족, 그리고 장기적인 투병에서 두려움을 넘어서는 과정이 있어야 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암이 어려운 병이지만 가볍게도 생각할 수 있다. 어떤 분이 제가 가족의 암 치유를 위하여 기도를 해주고 설명하는 것을 보고 선물을 보냈는데 그 속에 동봉된 편지의 내용 중에 “목사님은 암 치유를 감기 치유하듯 말씀을 하십니다.”라는 표현이 들어 있었다. 나는 암이 현실적으로는 무척이나 어렵고 힘든 병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사실적으로는 간단한 원리라고 생각을 한다. 배배 꼬이고 화가 나고 뿔이 난 세포를 달래고 풀어주면 된다.

실제로 유전자에는 간단한 꼬임을 풀어주는 토포이소모라이제가 있고, 심하게 꼬인 것을 풀어주는 DNA 수리효소, 증폭효소, 봉합효소의 3단계로 수리방법이 있으며 수리 불가능한 경우에는 ‘P-53’이 세포를 자살시키도록 함으로서 유전자를 원상 복구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복구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을 푸는 것이다.

그런데 암이 발견되었다고, 재발하였다고 두려움을 갖게 되면 더 꼬이는 현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건드려 성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암 때문에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은 불난 곳에 부채질하고 기름을 붓는 꼴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1. 암은 곧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넘어서라!
우리 사회에서 평균 수명보다 일찍 죽는 경우는 교통사고와 암과 심장병이 가장 많을 것이다. 그중에서 교통사고와 심장병은 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암은 최소한 6개월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죽음에 이른다. 교통사고나 심장병은 두려움을 느끼기 전에 죽지만 암은 다르다. 암 진단을 받기 전, 어제까지는 정말 멀쩡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암 진단을 받고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로 가장 큰 것은 마음이 원인이다. 당장 크게 아프거나 열이 나거나 심각한 증상이 없는데도 암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두려움이 몸을 급속하게 나쁜 상태로 몰고 간다.

암을 진단받게 되면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과 화학요법 치료를 받기 전에 먼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으로 할 일이다. 그러나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암으로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고 듣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정보는 ‘암은 무섭고, 암은 곧 죽음이다.’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암을 조금 가볍게 생각한다면 즉,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인데 내가 조금 빨리 발견된 것이다. 그러므로 내 지나온 삶의 태도를 바꾸고 마음을 풀면 나을 수도 있고 죽을 때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병이다.’라고 조금은 느긋한 마음을 먹는 게 중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교통사고나 심장병 등은 인생을 정리할 겨를 없이 급하게 진행되지만 암은 그래도 6개월에서 5년이라는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니 여기에 감사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도 행복한 삶이지만, 주어진 생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사는 것도 보람찬 일이다. 나 자신도 대장암 발병 후 3년 만에 재발하며 보다 깊이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 죽어도 좋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한다.’라는 결심이 선 후에는 더 넉넉한 모습으로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2.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 등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라!
암 진단을 받게 되면 대부분 빠르면 2, 3일 늦으면 한, 두 달 안에 수술을 받거나 방사선, 항암 치료를 받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술과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2, 3차 수술을 연달아 받거나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과 급격한 체력의 저하를 통해서 점차 두려움이 커진다. 특히 머리가 빠지거나 구토, 설사 등 부작용이 많이 나타날수록 고통도 심해지면서 공포와 두려움이 몰려온다.

내 경험으로는 수술보다 항암치료가 가장 힘들었고 고통스러워 차라리, 라는 말을 할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 대장암 때는 그럭저럭 항암치료를 잘 견뎌냈는데, 재발 후 항암과 방사선을 몇 번을 받고나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중간에 그만두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했다. 그렇게 항암과 방사선을 중단하고 현재 10개월이 지났다. 엊그제 종합검사 결과 수치와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내 경우 치료 중단은 도망이 아닌 근원적인 치료를 해보고자 하는 신앙적인 열망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치료의 중단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치료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믿는다.

3. 재발과 전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라!
암 환우와 가족은 기본 치료를 마치고는 재발이나 전이가 없기를 가장 열망하고 고대하게 된다. 그 이유는 암의 성격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암이 더는 번져나가지만 않으면 치료할 확률도 높고 대처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이 재발과 전이가 없다면 이미 암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암 환우가 재발과 전이로 사망한다. 그러기에 재발과 전이를 무서워할 수밖에 없다.

나 자신도 3년을 투병하면서 제발, “재발과 전이”만 안 되면 좋겠다는 열망을 갖고 투병했다. 그래서 암 수치가 높아지자 목회도 그만두었다. 그런데 높아지던 수치가 어느 정도 정상수치에 도달하고 이제 암이 잡히나 보다 생각하던 그 순간, 직장암으로 재발하여 나타났었다. 모든 공포와 두려움이 일시에 몰려왔다. 그러나 더 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 결단은 “더는 암에 질 수 없다. 더는 암의 노예로 살 수 없다. 더는 암환자로 살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암 6주 받으라는 것을 한 주만 받고 방사선 45번을 받으라는 것을 13번만 받고 중단했다. 그리고 죽음이 하늘을 뜻이라면 따른다. 그러나 내가 할 일을 하고, 더 내려놓고, 더 낮아지고, 더 편안해지고, 더 넉넉함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는 먹는 것도 그동안 옥죄였던 모든 식이요법 등에서 자유로워졌다.

이제 가족들도 차츰 암이라는 것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나 자신은 의식에서조차 암환자라는 생각이 사라졌다. 물론 암이란 놈은 무척이나 끈질겨서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암 때문에 죽는다 해도 두려움도 걱정도 없다. 왜냐하면 암 때문에 잃어버린 것도 많지만 얻은 것이 더 많으며 새로운 삶으로 살아갈 기회를 받았기 때문이다.

뒤로월간암 200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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