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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암은 왜 생기나? 피할 수는 없나?
고정혁기자2009년 06월 23일 14:05 분입력   총 88009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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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 서울내과원장. www.drcancer.or.kr (문의 02-478-0035)

우리는 생로병사(生老病死) 가운데 어느 것 하나 피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태어난 후 일생동안 살아가다 많은 사람이 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병에는 과학적으로 분명히 정체가 밝혀진 것이 있는가 하면 암처럼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암처럼 끈질기고 지독한 병은 이 세상에 없다.

사람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4명 중의 1명꼴로 암에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이 발생되는 연간 암환자 수는 약 10만 명이며 총 암환자 중 약 6만 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혹독한 현실이다. 암에 대한 혹독한 현실을 부정할 수도, 그냥 남의 일처럼 간과할 수도 없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몸 안에서 생겨나 급속도로 퍼져가는 암세포는 언제 누구에게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일은 암을 아는 것이다. 암의 실체를 파악하면 희망이 있다. 그렇다면, 암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체의 통제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비정상적인 세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암세포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몸 안의 정상세포가 어떤 원인에 의해 비정상세포인 암세포로 변한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의학 및 분자 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암 발생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데 많은 진전이 있었다. 여기서 규명된 것 중의 하나는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암은 세포 내 유전자의 병(Disease of gene)인 것이다.

우리의 피부색깔, 얼굴 생김, 성격, 체격은 부모를 닮는다. 또 우리의 수명이 얼마나 될지, 운동을 잘할지 못할지, 어떤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클지 등의 모든 것이 유전인자에 의해 결정된다. 다시 말해 우리 인체의 기능은 우리 몸의 세포의 기능을 지배하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유전자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우리가 암에 걸리게 되는가?

우리의 유전자는 생명체의 탄생과 더불어 기나긴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외부의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이(mutation)함으로써 생명을 계속 유지해 왔다. 유전자가 변이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인류의 역사는 약 200만 년 정도 된다고 한다. 원래의 유전자는 과거 그 당시의 생활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만들어졌다. 반면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적인 생활 방식은 불과 30년 역사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유전자는 이 짧은 기간에 급격히 변한 현대의 생활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의 유전자는 현대 생활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감당할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각종 발암물질, 중금속, 식품 첨가물, 매연 등은 우리 유전자 자체에 손상을 주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생기더라도 이를 수리해서 원상으로 복구하는 능력이 있어 암세포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고 우리의 유전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잘못된 식습관이나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암의 원인이 된다. 수년에 걸친 긴 세월동안 식생활 및 각종 발암물질 등의 환경인자가 암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가 유전적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하게 한다.

암을 피할 수 있는가는 우리 모두의 깊은 관심사다. 발암물질은 15~20년간 지속적으로 손상을 주며 잠복해 있다가 암을 유발하므로 어려서부터 잠재적 발암요인을 적극적으로 회피한다면 암을 일부 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할 수 있다.

식생활의 잘못된 정도, 성장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발암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발암물질을 해독시키는 식생활을 얼마나 지켰는지, 발암물질을 해독하는 간 기능은 어떠한지, 체질적으로 발암 요인에 얼마나 저항력을 지닌 유전자를 지녔는지 등에 따라 암 발생은 개인차가 있다. 결국, 정상유전자가 이들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결함을 가진 돌연변이가 일어나 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음식, 흡연, 발암물질, 염증 등 각종 여러 자극이 암을 유발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상 유전자에 영향을 줌으로써 암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단순한 메커니즘이다.

실제로 그 근거도 있다.
첫째 음식과 암과의 관계이다. 맵고 짜게 먹는 우리나라에는 위암이 많고 고지방 음식을 먹고 운동량이 적은 서구 등 미국에서는 유방암, 대장암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습관이 서구화됨에 따라 암 발생이 서구화되는 추세이다. 예전에는 국내에 많지 않았던 유방암,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다.

둘째 발암성 식품의 장기간 섭취 즉 훈제한 식품, 인공 감미료, 아주 짜게 절인 식품 등이 암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

셋째 담배 속의 각종 발암물질이 폐암을 비롯해 구강, 식도, 췌장, 방광암 등을 일으킨다.

따라서 유전자 자체만으로는 암을 일으키기 어렵고 유전자가 감당할 수 없는 각종 발암물질에 의해 암이 발생 된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가 화약이라면 이들 발암물질은 도화선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유전자에 손상을 주는 발암물질을 피하는 방법이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식생활습관의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이것만으로 암 없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유전자의 손상을 줄임으로써 암 발생을 어느 정도 늦추거나 암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뒤로월간암 200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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