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희망편지 - 존엄사와 하늘의 뜻고정혁기자2009년 11월 09일 14:44 분입력 총 87799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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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식물인간 상태인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김 할머니는 계속해서 자가 호흡을 하며 풍전등화 같은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양입니다.
존엄사는 말 그대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뜻하는데 이미 선진국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된 나라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명은 재천이라고 우리의 삶과 죽음은 전적으로 하늘의 뜻에 달려있습니다.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었지만 정작 생명은 우리의 뜻과는 무관하게 태어났다가 사라지곤 합니다.
미국에서도 존엄사가 일부 주에 한해 법적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나라에서 1976년 최초로 존엄사 판결을 받았던 “카렌 퀸란”이라는 여성은 존엄사 시행 후에 10년을 더 살다가 폐렴으로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하여도 우리의 삶과 죽음은 여전히 하늘의 뜻입니다.
육체적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어찌 보면 존엄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존엄사를 시행하는 주변 상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합니다. 김 할머니의 상황은 보도를 통하여 상세히 알 수 있으며 존엄사를 당하는 사람이나 그 주변의 가족들, 의료진들의 마음을 얼핏 엿볼 수 있습니다.
김 할머니는 존엄사 시행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6월 23일 오전 8시 50분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9층 중환자실을 나와서 15층에 있는 1인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이동을 위해 중환자실의 기계식 자동호흡기를 떼고 수동식 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이동하였으며 김 할머니는 초점을 잃은 눈을 조그맣게 뜨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침대 주변에 모여 할머니를 지켜보며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으며 오전 9시 35분쯤 할머니의 발이 잠시 움직이자 가족 중 한 사람이 다가가 할머니의 발을 주무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짧은 이별인사를 하고 9시 50분경부터 임종예배를 드리기 시작합니다. 임종예배가 끝나자 차마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자녀들은 병실을 나갑니다.
]그리고 오전 10시 22분경 주치의의 “호흡기를 제거하겠습니다.”라는 선언이 있고 곧바로 입과 코에 연결된 호흡기와 호스를 떼어 냈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도 스스로 호흡을 계속하며 아직 꺼지지 않는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위인 심모씨는 “인공호흡기에 의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는 것이며 그 밖의 치료를 그만두려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수액 공급이나 유동식 공급 등의 병원 치료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모든 것은 하늘의 뜻에 따라서 진행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너무 어렵고 많습니다. 생명은 하늘이 내린 고귀한 것입니다. 나의 생명은 나의 것이 아니며 하늘의 것이고 우리는 그저 살아 있음에 기뻐하며 하늘이 주신 축복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유기적인 생명체입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태어났듯이 죽음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삶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어찌 보면 하나의 축복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삶은 병원에서 끝나며 병원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연명 시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연명 시술을 통하여 그 환자의 삶이 얼마나 연장되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김 할머니의 예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삶이 연명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할머니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도 스스로 호흡하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진실은 자연입니다.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것들보다는 자연적인 것, 자연에 가까운 것이 진실입니다. 자연에 가깝게 살아간다면 삶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조차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며 그런 자연스러운 죽음은 육신의 고통을 덜어 줄 것입니다.
삶과 죽음이 하늘의 뜻임을 알고, 또 나의 몸과 마음을 알게 되면 암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용기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것입니다. 죽고 싶다고 죽을 수도 없을뿐더러 살고 싶다고 살아지는 것 또한 아닐 것입니다. 존재 자체가 하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뒤로월간암 200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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