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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기생충제가 암에 효과가 있을까?
고정혁기자2009년 11월 16일 14:37 분입력   총 88078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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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물질대사가 회충의 물질대사와 같아
암세포가 분열 증식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런 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해 물질대사를 해야 한다. 일본에서 연구해보니 암세포의 물질대사가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회충 같은 기생충이 사용하는 물질대사의 유형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대사 산물을 분석해보니 암이 회충과 같은 유형의 물질대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점은 세계적으로 처음으로 밝혀졌는데 이 연구는 게이오 대학의 IAB 연구소와 일본 동부 국립암센터 병원의 연구원들에 의해 실시되었다.

산소가 충분한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물질대사의 핵심 부분인 구연산회로를 이용해서 에너지의 공급원인 ATP를 생산해낸다. 기생충인 회충도 유충단계나 숙주의 몸 밖에서 성장할 때와 같이 산소가 충분한 환경에서는 산소를 흡입하고 인간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구연산회로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해낸다. 그러나 일단 산소가 충분하지 않은 소장으로 침입하면 특별한 유형의 물질대사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해내게 된다.

**항기생충제가 기생충만 아니라 악성 암세포도 죽여
흥미로운 점은 (1) 특수한 유형의 항기생충제가 기생충들이 이용하는 그런 특정한 유형의 물질대사를 선별적으로 억제해서 인체에 어떤 역작용도 유발하지 않으면서 기생충을 죽여 버리는 것이고 (2) 이미 2004년도에 일본 동부 국립암센터 병원의 연구진이 항기생충제가 악성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것을 발견한 점이다.

추가로 암세포가 산소가 제한되고 혈관도 없는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사실까지 고려해서 2004년에 암세포는 회충이 이용하는 것과 유사한 유형의 물질대사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해낼 것이라는 가정이 수립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일본의 연구진들은 결장암과 위암환자들의 암 조직과 정상적인 조직을 채취한 후, 각 조직의 전체적인 대사 산물 상태를 특수한 질량분광기로 분석한 후 암의 대사 산물과 정상조직의 대사 산물을 서로 비교해보았다.

**암에 다량의 숙신산 축적, 회충에서도 동일
그 결과 암 조직에 다량의 숙신산이 축적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산소가 결핍된 환경에서 회충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회충에서 숙신산이 그렇게 축적되는 것은 오직 특정한 유형의 물질대사가 이루어질 때에만 관찰되는 현상으로 비록 간접적이지만 암세포도 동일한 유형의 물질대사를 이용하는 것을 암시하는 강력한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또 산소농도가 높은 위암보다는 산소농도가 낮은 결장암과 직장암 즉, 대장암에 숙신산이 더 많이 축적되어 있는 것도 발견했다.

결국, 모든 암은 아니지만 항기생충제가 일부 암에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이다. 일단 이들 연구진은 암세포가 이용하는 특정한 유형의 물질대사를 확인하고 물질대사 시스템의 핵심적인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품을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즉 정상적인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있는 암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부 암세포가 기생충과 동일한 물질대사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발견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런 연구결과가 사실이라면 기생충 약을 개선시키면 최소한 일부 유형의 암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가 있을 것이다.

출처:
A. Hirayama et al., "Quantitative Metabolome Profiling of Colon and Stomach Cancer Microenvironment by Capillary Electrophoresis Time-of-Flight Mass Spectrometry" Cancer Res. 2009 69: 4918-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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