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에세이희망편지 - 항암마인드를 갖자고정혁기자2010년 04월 19일 12:10 분입력 총 87866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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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발병하는 원인은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 원인을 추정만 할 뿐 딱 꼬집어서 무엇이 암을 발병하게 하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할 텐데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치료가 힘들어집니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발암물질’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습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곳곳에 발암물질이 널려 있으며 그 발암물질이 암을 유발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매스컴에서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발암물질은 말 그대로 물질이라는 것만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발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물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에도 있습니다. 암의 씨앗을 품은 정신과 마음을 뜻합니다.발암 물질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담배를 꼽을 수 있는데 담배를 피우는 모든 사람이 암에 걸리지는 않지만, 정신과 마음속에 암의 불씨가 있으면 그 불씨는 담배라는 부싯돌로 점화되어 몸속에 암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특히 담배 한 개비 피워보지도 못한 여성들이 암에 걸렸다면 그 이유는 바로 마음속에 자리 잡은 ‘발암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스트레스에 예민합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참거나 가슴속에 덮어버리기 쉽습니다. 이혼, 남편으로부터의 폭력, 시부모와의 갈등, 자녀의 공부·진학 문제 등 아내와 엄마와 며느리의 삼중고를 안고 살아가며 받는 스트레스는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절대 적지 않습니다.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활이 되어버린 소소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점점 침몰해 가는 것입니다. ‘나(너) 하나만 참으면 집안이 조용해질 것을…’ 드라마에서도 자주 튀어나오는 대사가 아닙니까?월간 암 투병기에도 소개된 적 있는 어느 유방암 환우의 남편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강력한 반대로 가슴을 드러내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헌신적인 남편의 간병으로 다시 건강을 되찾은 경우입니다. 암에 대해 열정적으로 공부하던 남편은 스트레스에 대해 공감을 하고 아내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아내는 울면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실제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암에 걸려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노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남편의 충격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하지만, 그는 빨리 결정을 내렸고 행동으로 옮겨 곧바로 분가를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누구든지 부모를 모시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아실 겁니다. 때로는, 몸에 가하는 직접적인 치료보다 가장 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심적인 부담감을 덜어주는 것이 먼저인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이 경우도 아내가 유방암에 걸려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말없이 듣기만 하던 아내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눈물을 보이며 말문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 남편에게 드린 조언은 식이요법이니 운동이니 치료니 다 소용없고 먼저 분가부터 하시라고 했습니다. 한쪽 유방을 도려내는 큰 수술을 받고 퇴원해서는 바로 김장을 해야 하고 제사를 차려야 하는 처지도 문제지만, 배려받지 못하고 아픈 것이 죄인이 되어 살아가는 아내의 처지로는 몸이 회복하기도 어렵고 최악에는 전이나 재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니 아내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살리고 싶다면 그것 하나만은 꼭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뒤 일 년이 지나 상황이 나빠져 암이 전이되었으며 남편은 그제야 시댁과는 먼 시골로 분가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최근 이러한 내용으로 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의 어떤 심리학자가 발표한 논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지병이라고 이야기하는 심장병 환자와 암환자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환자들에게 아주 작은 전기 자극을 가한 다음에 심리적으로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측정해보았습니다. 암환자는 육체적으로는 심장병환자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였지만, 심리학자의 질문에 대답할 때는 그 반응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실험을 진행하였던 교수는 암환자들에게는 ‘C형 성격’이라고 이름을 지었으며, 심장질환 환자들은 공격적이고 초조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이에 대해서는 ‘A형 성격’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암환자의 성격은 대부분 스트레스에 예민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장암에 걸린 남성들과 대화를 나누면 암 진단 전 매일이다시피 술을 마셔온 사람이 많습니다. 알콜 중독자를 제외하고 술을 먹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스스로 내면에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하소연하고자 함입니다. 그러나 술을 마신다고 스트레스가 해소될 리가 없습니다. 술에 취했던 시간 동안 잠시 잊힐 뿐 술이 깨고 나면 다시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또 술을 마시는 과정을 습관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암환자 대부분이 암 진단을 받기 몇 달 혹은 몇 년 전부터 크게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험이 많습니다. 가정의 불화, 사업의 실패, 가족의 죽음이나 큰 사고, 가까운 친구(친척)의 배신 또는 빌린 돈을 떼인 경우, 보증이 잘못된 경우 등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암을 발병하게 하는 마음의 증상 중 우울증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이미 그리스의 갈레노스라는 의사는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에게서 암이 잘 발병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현대의학에 종사하는 많은 의사들은 암을 그저 몸속의 악성종양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치료에는 몸을 치료함과 동시에 마음도 치유해야 합니다. 육체와 정신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끔 의사들을 만나면 암과 정신적 관계를 언급하며 정신적 요인이 암의 진행에 분명히 영향을 끼친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 말을 공감하는 의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믿지 않으며 심지어는 언성을 높여 비과학적인 무당과 같은 말을 한다는 의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악성종양(암)에 대해 의사가 많이 알지 모르나 암환자 즉, 암에 걸린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쉽습니다.암환자에게는 암과 관련된 치료 외에도 생활 전반에 걸쳐서 바꿔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 첫째가 마음입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몸뚱이만이 아니라 마음(정신)도 함께 있습니다. 암은 몸에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더불어 보이지 않는 마음에도 암은 존재합니다. 물리적인 몸속에 있는 종양만을 보고 오직 그것만을 없애는 일에 치중하는 것이 현재의 치료과정입니다. 마음에 있는 암은 누구도 돌아보지 않고 찾아보지 않습니다. 물리적인 치료가 성공하여 몸의 암이 눈에 띄게 작아지거나, 사라진다 할지라도 마음의 암을 방치하기 쉽습니다. 마음의 병이 몸에 증상으로 나타나고 현재 나의 암이 마음의 병에서 시작되었다면 그 뿌리는 반드시 마음에서 뽑아내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트랜드 중의 하나가 바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암환자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마음치료로는 웃음요법이 있습니다. 많은 책과 TV에서 웃음과 긍정적인 생각이 주는 치료 효과에 대해 얘기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책에서 주는 어떤 지식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스스로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명상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생명의 불씨를 느끼며, 그 불씨로 하여금 다시 나의 몸과 마음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스스로, 혼자만이 할 수 있으며 누구도 그 불씨에 기름을 부어주지 않습니다. 마음이 바뀌어야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사고와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암환자는 혼자 하는 명상보다는 그룹으로 하는 명상이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길입니다. 개개인의 소망이 서로에게 위안이 되기 때문입니다.‘항암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마음이 변화하여 암에 걸린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고 안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암이 두려워서, 암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산을 다니고 현미밥을 먹고 특정한 식이요법을 하고 최상의 치료를 받는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닥치고 맙니다. 최근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암환자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3년 이상 투병 중인 암환자는 이 ‘한계’와 ‘지치는 단계’에 수긍하실 것입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라는 시가 있습니다. 암환자에게 더 가슴에 와 닿는 시입니다. 그러나 계속에서 살아있음에 감사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상처입고 불완전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항암마인드는 따로 존재하는 약이 아니며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생명의 불씨를 발견하고 피어나가는 마음입니다. 그 불씨는 내가 살아 있는 한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나와 함께 있습니다.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가녀린 불씨를 이제는 가꾸고 보살펴야 할 때입니다.
뒤로월간암 200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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