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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를 확산시키는 효소 - 텔로머라제
고정혁기자2010년 06월 01일 20:51 분입력   총 88272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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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 서울내과의원 원장. 저서 <암예방법과 치료법> <암 치료법의 선택> <희망을 주는 암 치료법> 등.
www.drcancer.or.kr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 107-6 상담 전화 (02) 478-0035

■암세포를 무한정 확산시키는 효소인 텔로머라제
텔로머라제는 텔로미어를 만드는 효소다. 사람의 경우에는 텔로머라제가 정상적으로 태아의 배아세포에서 활성화되어 세포가 증식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성장기까지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성장이 끝나면 텔로머라제 활성도는 감소하여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게 된다. 세포분열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게 되면 세포분열은 정지되고 결국 노화되어 죽게 된다.

성장이 끝난 사람 대부분의 정상세포에서는 이 효소를 만들지 않고 정자나 난자의 세포에서만 텔로머라제 활성도가 유지된다. 반면 여러 유전자들의 복잡한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 암세포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를 만들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노화 현상을 막음으로써 세포의 수명을 연장시켜 준다. 따라서 암세포는 노화 과정이 정지되어 노화에 이르지 않고 무한정 분열을 계속하여 암 덩어리가 된다. 텔로머라제 효소는 암세포를 늙지 않게 보호해 주며 세포분열을 무한히 할 수 있게 하여 암세포를 영원불멸의 세포로 만든다.

요약하면 정상세포에서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져 특정 길이 이하가 되면 노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암세포는 텔로머라제 활성이 강해 세포분열을 해도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으므로 노화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식하게 된다.

■‘텔로머라제’ 효소, 의학적으로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정상인에게는 짧아지는 텔로미어를 다시 길게 해주는 텔로머라제 효소를 활성화시켜 사람의 세포를 영원히 생존시킴으로써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암 환자에게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에 의해 암세포가 죽지 않고 지속적으로 분열하기 때문에 텔로머라제 효소를 억제하는 약제를 개발하면 암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를 하고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암세포에는 텔로머라제 효소가 활성화되어 있어 노화를 억제하기 위해 텔로머라제 효소를 활성화시킬 경우 암이 촉진될 수 있으므로, 인체에 적용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다행히 텔로머라제 효소가 암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단지 암이 진행된 세포에만 작용해 암세포의 분열을 돕는 것이다.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의 최신호(1999;21:111~118)에는 세포를 영원히 살게 하는 효소로 알려진 텔로머라제 효소를 정상세포에 투여해도 암세포가 되지 않는다는 연구 논문이 실렸다.

텔로머라제 효소를 투여할 경우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될 가능성에 대해 과학자들이 우려하고 있었지만, 이번 연구로 텔로머라제 효소를 사람의 정상세포에 투여해도 암세포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명을 연장해 더 오래 생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상세포를 영원불멸의 세포로 만든다는 것은 노화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결론적으로 텔로머라제라는 효소는 암세포에 많이 있지만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만들지는 않는다.

■암세포에서 텔로머라제 활성도와 암 치료
정상세포에서는 텔로머라제의 활성도가 거의 없는 반면 암세포의 80~85%는 텔로머라제 활성도가 관찰된다. 특히 수술을 통해 얻은 폐암의 거의 모든 조직에서는 텔로머라제의 활성이 관찰된다. 텔로머라제의 활성은 시험관 내 핵산 증폭기법인 중합 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을 이용한 TRAP(telomeric repeat amplification protocol) assay 또는 방사능을 이용하여 측정한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TRAP방법은 소량의 텔로머라제 양성 암세포도 검출할 수 있다. 암세포는 텔로미어를 만드는 텔로머라제 효소를 만들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음으로써 영원히 살 수 있다. 그런데 텔로머라제 억제 암 치료제를 투여하면 다시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져서 암세포가 사망하게 된다.
최근 텔로머라제 억제제(amidoanthracene-9, 10-dione)를 이용하여 난소암 세포주의 성장을 저해시킴으로써 난소암 치료에 있어서 텔로머라제 억제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텔로머라제 억제제 투여 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텔로머라제는 암세포에만 존재하므로 텔로머라제 억제제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다. 그러나 텔로머라제 활성도가 없는 15~20%의 암 환자는 텔로머라제 억제제 치료에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치료 전에 텔로머라제 활성도 검사가 필요하다.

둘째, 항암제는 투여하면 바로 항암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이 약제는 투여해도 암세포의 텔로미어가 짧아질 때까지는 암세포가 계속 증식을 하게 된다. 즉, 이런 약제를 투여하고 환자를 보면 약을 투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계속 나빠지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기존의 항암제는 투여 후 암 환자가 나빠진다면 이 항암제는 폐기 처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약제는 투여 후 효과가 나타나려면 텔로미어가 소멸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므로, 처음에는 환자가 나빠지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암세포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면 그때까지 계속 투여해야 한다.
즉 텔로미어를 억제하는 치료의 특성은 텔로미어가 억제되어도 암세포는 기존의 텔로미어로 장기간 생존하므로 효과가 나타나려면 텔로미어가 소멸할 때까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암 덩어리의 부피를 줄이는 수술 혹은 항암제와 병용 치료 시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뒤로월간암 200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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