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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 유전자요법과 인간유전체 연구사업
고정혁기자2010년 09월 28일 17:06 분입력   총 87939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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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 서울내과의원 원장. 저서 <암예방법과 치료법> <암 치료법의 선택> <희망을 주는 암 치료법> 등.
www.drcancer.or.kr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 107-6 상담 전화 (02) 478-0035

■유전자요법

20세기에 이루어진 의학 분야의 가장 괄목할 만한 발전은 인체의 구조와 질병에 대해 세포 단위의 연구를 하는 분야인 분자생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인체의 신비를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이해하게 된 점이다. 그 결과 암 연구 분야에서 20세기에 이룬 가장 뛰어난 업적의 하나는 ‘암은 유전자의 질환’이라고 밝힌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암과 관련된 유전자, 즉 암 유전자와 암 억제 유전자들이 속속 발견되고, 이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련이 있다는 증거들이 축적되게 되었다.
따라서 암세포에서 발견되는 유전자적 이상을 치료하기 위해 체내에 치료 유전자를 투여하는 유전자요법이 유전자 이상으로 초래되는 질환들을 극복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유전자요법은 새로운 배경을 가진 새로운 학문 분야가 아니라 여러 생명과학 분야(생리학, 생화학, 면역학, 종양학, 유전학 등)의 연구가 분자 수준에서 이루어지게끔 한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의해 생긴 응용 분야다.

분자생물학(유전공학)이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리라 생각되던 세포 내 유전자 수준에서의 암 치료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심도가 의사나 암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높아지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거의 모든 질환의 최종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예견되는 유전자요법이 암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는 무엇인지, 또한 부작용, 윤리적인 문제, 향후 전망 등을 의학적 논리에 의거하여 간략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유전자란 무엇인가?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이것은 자식이 생식세포를 통하여 부모로부터 여러 가지 유전 형질(눈, 피부 색깔, 얼굴 생김, 성격, 체격, 체질 등)을 계승․유지하기 때문인데 이와 같은 현상을 유전이라 한다.
유전에 의해 유전 형질이 전달된다고 하나, 부모의 형질이 직접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고 형질 발현의 기본이 되는 유전자가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된다.
유전자는 멘델이 유전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가정한 특정 인자였다. 1865년 멘델(J. G. Mendel, 1822~1884)은 오스트리아의 수도원에서 약 8년간에 걸친 완두콩 교배 실험 결과를 모아 유전의 기본 법칙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 당시 멘델은 유전하는 것은 부모의 형질 자체가 유전하는 것이 아니라 배후에 있는 어떤 특정 인자로 생각했다. 그 후 1909년 요한센(W. L. Johannsen)이 이 특정 인자를 독일어인 Gen이라는 독자적 용어로 명명했는데, 영어로는 Gene, 우리말로는 유전자(遺傳子)라 부르고 있다.

■유전자란 무엇인가

인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세포인데, 이 세포는 수정란이라고 하는 1개에 세포로부터 파생된다. 수정란이란 양친 각각으로부터 받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1개의 세포다. 생명 현상을 영위하는 최소 기능 단위가 세포이며, 사람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인체의 생명은 세포라고 하는 약 60조 개의 방에 나누어져 보관․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체의 각 세포 안에는 하나의 핵이 들어 있는데 이 핵 안에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 유전자의 물질적 실체가 데옥시리보핵산(deoxyribonucleic acid), 즉 DNA이다. 이 DNA가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이후 거의 모든 생물학은 분자생물학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DNA는 5탄당인 데옥시리보스(deoxyribose)와 인산(phosphate)이 결합하여 생긴 2개의 기둥 사이에 4가지 염기인 아데닌(Adenine), 구아닌(Guanine), 시토신(Cytosine), 티민(Thymine)이 서로 자기 짝이 되는 염기하고만 가로로 연결되어 사다리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아데닌(A)은 티민(T), 구아닌(G)은 시토신(C)과 언제나 짝이 되어 상을 이룬다. 이 사다리는 나선상으로 꼬여 있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DNA구조를 이중 나선구조라 한다. 이중 나선형의 구조는 다시 여러 단백질과 결합하여 염색체(chromosome)라고 하는 특수한 구조로 핵 속에 존재한다.

염색체는 세포분열 시 특수한 염색에 의해 광학현미경으로 관찰되는 구조이며, 하나의 핵 안에 46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DNA는 핵 안에서 소립상의 염색질(chromatin)로 흩어져 있는데 세포분열이 되면 실처럼 구부러지고 촘촘히 감겨서 사람은 46개의 굵고 짧은 염색체가 형성된다.
이 가운데 44개는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염색체가 2개씩 쌍을 이루고 있다. 이 2쌍의 염색체를 상염색체(常染色體, autosome)라 하고 길이의 순으로 1번에서 22번까지 번호를 붙여 구별하는데, 개인의 다양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나머지 2개인 23번 염색체는 남녀가 다른 성염색체(性染色體, sex chromosome)로 남성, 여성을 결정하는 염색체다. 성염색체는 X와 Y의 2종류가 있는데 남성은 X와 Y염색체를 1개씩, 여성은 X염색체를 2개 갖고 있다.

사람의 세포에는 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으며 이들은 총 30억 쌍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 세포 1개가 갖고 있는 DNA 두 가닥 중 한 가닥을 풀어서 실처럼 늘어뜨리면 약 1.0m에 이른다.
하나의 세포 안에 들어 있는 DNA의 절반은 길이가 1.0m나 되지만 규칙적으로 접히고 꼬여 응축된 상태로 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작은 핵 안에 보관될 수 있다.
이같이 긴 DNA가 모두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는 아니다.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부분들은 DNA의 이중 나선 길이를 따라 띄엄띄엄 떨어져 존재하고 있는데,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조각의 각 단위를 유전자라 한다.
이 유전자라고 하는 블랙박스 내에 생명의 비밀이 들어 있고 현재의 모습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DNA는 쉽게 변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물리․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물질이다. 인체 세포 한 개가 가지고 있는 DNA는 총 30억 쌍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23쌍의 염색체에 나누어져 나선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최근에 분자생물학, 특히 유전자 검색법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미지로 남아 있던 많은 암 관련 유전자가 밝혀지면서 암의 원인이 유전자의 이상으로 밝혀지고 있다. 암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인체의 여러 암에서 암 유전자가 발견된 1982년부터이며, 그 후 새로운 암 유전자를 찾기 위한 꾸준한 노력으로 현재까지 약 100여 종의 암 유전자가 알려졌다. 실제로 여러 종류의 암에서 여러 가지 암 유전자가 과발현된 것이 밝혀졌다.
암 억제 유전자는 이들이 세포로부터 소실되었을 때 확인되기 때문에 실험 방법상의 어려운 문제로 인해 암 유전자가 발견된 지 10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서 알려지게 되었다.

1980년대가 암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유행병처럼 번지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암 억제 유전자가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등장한 시대였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형되는 데 관여하는 중요한 유전자는 암 유전자(oncogene)와 암 억제 유전자(tumor suppressorgene)인데, 이 유전자들은 세포의 정상 활동에 꼭 필요하며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암 유전자는 정상세포의 분열 및 성장을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 명칭과 달리 세포에서 암을 유발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유전자는 아니며, 이들의 기능이 증폭되거나 돌연변이에 의해 활성화되면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형시킨다.
암 억제 유전자는 정상세포가 정상으로 존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유전자다. 정상 상태에서 무분별한 세포의 분열 및 성장을 억제하여 암 발생을 방지하는데, 어떤 이유로 이들이 기능을 상실하면 일부 조직이 지나친 성장을 하게 되어 암이 발생한다.

암은 이처럼 세포 내 특정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이들 유전자의 이상을 비유하자면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암 유전자는 자동차의 가속 페달로, 암 억제 유전자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페달로 표현할 수 있다. 정상적인 우리 몸은 이 두 유전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자동차의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기능에 혼란이 오면 속도 조절이 되지 않아 교통사고가 발생하듯이 이 두 유전자의 균형이 깨어지면, 다시 말해 암 유전자가 활성화되고 암 억제 유전자가 소실되면 암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한 개의 암 유전자 또는 한 개의 암 억제 유전자의 변화가 단독으로 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년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식생활 및 각종 발암물질 등의 환경인자가 암과 관련된 여러 개 유전자의 유전적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화시켜 암을 일으킨다. 이처럼 암 발생에는 유전자와 환경요인이 함께 관여한다. 유전자가 화약이라면 환경인자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뒤로월간암 200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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