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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 유방암과 전립선암 조기검진이 별 도움이 안된다
고정혁기자2010년 10월 12일 16:38 분입력   총 88037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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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여자들은 유방암, 남자들은 전립선암에 가장 많이 걸린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조기검진을 실시해보았지만 기대하던 만큼 사망자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캘리포니아대학과 샌안토니오에 소재한 텍사스대학 보건과학센터의 전문가들이 이런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오히려 전체적인 암 발생률은 더 높아졌고 훨씬 더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지만, 공격적이거나 말기 암 발생은 별로 줄어들지도 않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미국의학협회 잡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현재의 조기검진 프로그램은 잠재적인 종양 과잉발견과 과잉치료를 유발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논문의 공저자로 외과 및 방사선의학 교수이며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캘리포니아대학의 유방치료 센터의 책임자인 로라 에서만은 조기검진이 좀 도움은 되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고,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부연해 설명하고 있다.

(1) 가장 공격적인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가려내고 진단 시에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 비활동성 종양이 있는 사람을 식별해낼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2) 만약 별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집단을 식별해낼 수가 있거나 혹은 조기검진을 할 필요가 없다면 그게 좋지 않을까?
(3) 조기검진은 절대 완벽하지가 않다. 더 개선하려고 해야 한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인 경우 초점을 사람을 죽이지 않는 암으로부터 사람을 죽이는 암으로 바꾸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

미국 암협회는 여성들에게 가장 흔한 암인 유방암은 지독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질병으로 매년 20만 명 이상이 걸리고 4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전립선암은 미국의 남성들에게 가장 흔한 암으로 폐암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다. 올해에만 192,280명이 전립선암에 걸리고 27,360명이 사망할 것으로 미국 암협회는 추산하고 있다.

이 2가지 암은 미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의 26%를 차지하는데 매년 386,560명이 암이란 진단을 받는다. 이 2가지 암은 전이되기 전에 치료하면 생존율이 좋아서 조기발견과 치료가 사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란 가정 하에 조기검진이 장려되었다. 그 결과 미국인 상당수가 관행적으로 유방암과 전립선암이 있는지 조기검진을 받고 있다.
즉 발병 위험이 있는 남성들의 약 40%가 관행적으로 PSA(전립선 특이항원)검사를 받았고 40살이 넘은 여성의 75%가 맘모그램(유방 엑스선 사진)을 최근에 찍었을 정도이다. 이 2가지 암 조기검진에 들어가는 비용이 미국에서는 연간 200억 불(약 23조 3600만 원)이 넘는다.

이런 조기검진 때문에 초기 암 발견 건수가 상당히 늘었다. PSA검사로 전립선암이란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거의 배나 증가했다. 1980년에는 백인이 한평생 동안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성은 11명 중 1명이었는데 오늘날은 6명 중 1명이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은 1980년에는 12명 중 1명이었는데 지금은 8명 중 1명이다. 게다가 유방 관상피내암(DCIS)까지 포함하면 유방암으로 진단받을 위험성은 전립선암과 마찬가지로 거의 배가 높아진다.

그런데 연구진은 이 2가지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가 지난 20년 동안 줄어들었지만 조기검진이 기여한 점은 불확실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또 많은 환자들이 실제로는 최소한의 위험이 있는 암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PSA검사가 광범하게 이용되지 않는 영국과 미국의 전립선암 발생률을 비교해보면 사망률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들 연구진은 밝히고 있다. 유방암인 경우에도 조기검진으로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들 연구진은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조기검진을 해도 미국에서는 사망자의 수가 별로 줄어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2가지로 보고 있다. 조기검진으로 성장속도가 느린 비활성 종양은 발견하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조기검진이 가장 공격적인 암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종양 생물학이 병기를 좌지우지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만 하면 말기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는 조기검진 프로그램의 기본 가정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이들 연구진은 비판하고 있다.

정기적인 조기검진이 일부 종양을 초기에 발견해낼 수도 있지만 환자가 적시에 치명적인 종양을 발견해서 죽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자주 조기검진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 연구진은 최소한의 위험성이 있는 유방암과 전립선암과 상당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서, 고도로 민감한 조기검진을 하게 되면 과잉치료를 받게 될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의사로서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을 예방하고 조기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대해 논문을 400편이나 쓴 이언 톰슨은 사람들이 우리가 조기검진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만약 당신이 이들 2가지 암으로부터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조기검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초기에 암을 발견하고 치료하면 말기로 진행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조기검진 프로그램의 기본 가정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고, 만약 종양이 공격적이면 조기에 발견해도 죽음을 방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는 부연해서 설명하고 있다.

유방암과 전립선암과 달리 자궁경부암과 대장암은 조기검진과 비정상적인 조직을 절제해서 침윤성 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상당히 감소시켰다. 따라서 이들 연구진은 대장내시경 검사 중에 전암성 병변을 발견해서 제거하는 것과 같은 것이 조기검진으로서는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들 연구진은 조기에 암을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4가지 점을 조언하고 있다.

(1) 치명적인 암과 위험성이 적은 암을 식별할 수 있는 검사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2) 위험성이 적은 암을 치료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 환자가 사망하지 않을 암을 진단하는 것이 도움되기보다는 더 해가 될 수도 있는 치료만 유발했다.
(3) 의사와 환자가 예방, 조기검진, 조직검사 및 치료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환자별로 환자에게 적합한 맞춤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4) 암에 걸릴 위험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식별해서 입증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로서 미국 암협회의 수석의료 담당관이며 에모리대학의 종양학 교수인 브롤리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그동안 새로운 치료제와 암을 발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이런 방법들을 적절히 사용해서 생명을 구해냈다.
그러나 가끔은 한 발짝 물러서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되돌아보는 것이 적절하다. 일부 암을 조기검진하는 경우 현대의학은 능력 이상의 것을 약속했다. 우리가 거둔 성과 중 일부는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의미가 있지 않았다. 암은 복잡한 질병인데 우리는 너무 자주 암을 단순화시키려고 했고 암에 대한 메시지도 단순화시켜 우리가 도움을 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정도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조기검진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는 이런 연구결과들을 접하면서 의문을 갖게 된다. 잘못된 가정 하에 이루어지는 “지나친” 검사와 그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지나친” 치료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를 끼치는데 대해 이제야 관련된 당사자들 중 극소수가 자성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가정에 바탕을 둔 잘못된 방법을 계속 고집한다면 결국 공신력의 추락으로 이어져서 신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현대의학 내부에서 자성과 성찰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최근에 너무나 많은 “엉터리” 연구가 버젓이 유수한 의학잡지에 게재되는데 대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근거중심 의학(EBM)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일부 형성되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완치할 방법도 없으면서 고성능 장비로 검사만 자꾸 해서 환자의 수만 늘려서 그냥 두어도 아무 일이 없을 사람들까지 치료해서 도움을 주기보다는 해를 끼치고 또 이런 치료가 불필요한 환자들까지 포함해서 5년간 생존율이란 “허구적인” 통계수치만 좋아보이게 만들면서, 정말로 죽을 사람은 살리지도 못하는 현재의 암 진단과 암 치료방법에 대해 의사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심상찮은 움직임은 앞으로 일파가 만파로 번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출처: L. Esserman et al., "Rethinking Screening for Breast Cancer and Prostate Cancer" JAMA, October 21, 2009; 302: 1685 - 1692.

뒤로월간암 200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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