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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진단받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고정혁기자2011년 03월 08일 18:06 분입력   총 88164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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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 서울내과의원 원장.
저서 <암예방법과 치료법> <암 치료법의 선택> <희망을 주는 암 치료법> 등.
www.drcancer.or.kr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 107-6 상담 전화 (02) 478-0035

암은 하나의 암세포로부터 형성된다. 한 개의 암세포가 세포분열을 계속하여 약 10억 개의 세포가 되어야 그 덩어리의 지름이 1cm, 무게 1g 정도가 되는데 이때 비로소 임상적으로 암 진단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암으로 진단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까?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장기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는 발암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발암과정은 다단계 과정으로 일어나는데 개시, 촉진, 진행의 3단계로 진행된다.

발암개시단계란 발암물질이 DNA와 반응하여 유전자 변이를 초래하는 비가역적 과정으로 비교적 짧은 순간에 일어나며 길어야 1~2일 정도이다. 자동차 매연, 담배 니코틴, 석면 등 발암물질은 우리 주변에 매우 많고 알게 모르게 이들과 접촉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발암개시 단계는 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누구나 개시화된 세포를 지니고 있다.

이 개시화된 세포는 발암 촉진제에 노출되어야만 암세포로 될 수 있는 잠재력만을 갖고 있는 세포이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들여 마시는 산소 일부가 활성산소로 변하는데 이 활성산소가 발암 촉진제로 작용한다. 여기서 우리는 활성산소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발암개시화된 세포의 단계에서 더는 진행되지 않도록 억제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발암촉진단계는 암 개시화된 세포가 발암 촉진제에 의해 유전자 표현형이 변화되어 전암세포가 발현되는 단계인데 10년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이 단계는 암 개시화된 세포 수를 늘려 전암 병변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전암 병변은 정상세포도 아니고 암세포도 아닌 이행단계의 세포 즉, 전암세포가 출현하는 것을 말하며 이형성(dysplasia), 상피내암(carcinoma in situ, CIS)등으로 불린다. 전암세포가 어느 때는 암으로 진행하고 또 어느 때는 암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낫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원인이 제거되면 암 개시화세포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역적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세포 자신도 신체의 조건에 따라 암으로 진행할지 또는 개시화세포로 되돌아갈지 망설이는 불안정한 상태로 이 시기는 제법 길다.

이처럼 발암 개시화된 세포는 긴 잠복기를 거쳐 전암세포가 되는데 이 전암세포가 즉시 증상을 나타내는 임상적인 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암세포가 분열과 증식을 되풀이하면서 길고 긴 단계적 변화가 누적되어야 비로소 암세포 1개가 탄생한다.

암세포가 탄생하는 순간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암 진단시점으로부터 역으로 계산하여 암세포 1개가 생긴 시점은 추정할 수 있다. 암의 성장 속도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려우나 암의 크기가 2배로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 즉 이배화 기간은 암의 종류에 따라 일정하다고 알려져 있다.
한 개의 암세포가 분열을 일으켜 2개가 되고 이것이 다시 분열하여 4, 8, 16개처럼 지수성장을 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여 종괴의 크기가 2배로 증가하여 간다. 한 개의 암세포가 30번 분열하면 그 수가 109 (10억)개이며 지름 1cm, 무게 1g의 암 덩어리가 된다. 이때 비로소 진찰을 통해서나 방사선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만일 이배화 기간이 100일인 암이 있다면 진단받기 얼마나 오래전에 1개의 암세포가 탄생한 것일까? 이배화 기간이 100일이라는 말은 1개의 암세포가 분열하여 2배로 되는 데 걸리는 기간이 100일이라는 말이다. 이 암이 진단 가능한 크기인 지름 1cm, 무게 1g의 암이 되려면 한 개의 암세포가 30번 분열해야 한다. 한번 분열하는 데 100일이 걸리므로 100일 ✕ 30은 3,000일이 걸린다. 1년은 365일이므로 약 8년 2개월이 걸린 셈이다.

암 진단이 가능한 크기인 1cm로 증식하기까지가 모두 암의 잠복기이며, 발암 개시화된 세포가 전암세포로 되는데 약 10년, 그 후 암세포 탄생까지 수년이 걸리며, 이 암세포가 증식하여 진단 가능한 암의 크기인 1cm가 되기까지 또 5~10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20~30년 전부터 이미 환자의 몸에서 암화과정이 진행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크기로는 대부분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암이 더 커지거나 주위 조직을 침범했을 때에야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비로소 병원을 찾게 되고 암으로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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