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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요법과 인간 유전체 연구사업
고정혁기자2011년 03월 29일 17:19 분입력   총 87889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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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 서울내과의원 원장. 저서 <암예방법과 치료법> <암 치료법의 선택> <희망을 주는 암 치료법> 등.
www.drcancer.or.kr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 107-6 상담 전화 (02) 478-0035

①직접적인 치료방법

암 억제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정상세포에서 무분별한 세포의 분열 및 성장을 억제하여 암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는 암 억제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의해 기능이 상실되면 암이 발생한다. 그래서 고장 난 암 억제 유전자 대신 정상적인 암 억제 유전자를 넣어주어 유전자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암을 치료하고자 하는 유전자요법이 시도되고 있다.
현재까지 약 10여 종의 암 억제 유전자(APC, BRCA1, DCC, MLM, NF1, NF2, RB, p53, VHL, WT1)가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데 관여한다. 암은 여러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발생하므로 이들 유전자의 변이를 모두 바로잡아 암을 치료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이중에서도 중요하고 필수적인 변이가 있다면 이를 교정하여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중에 가능성이 있는 암 억제 유전자가 p53이다. p53이 암의 발생이나 진행을 막는 대표적인 암 억제 유전자(브레이크)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p53 암 억제 유전자의 존재는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필수적이며, 거의 모든 종류의 암에서 가장 흔히 돌연변이가 관찰되는 유전자이다. 따라서 고장 난 p53 암 억제 유전자 대신 정상적인 암 억제 유전자를 추가로 넣어, 새로 넣어준 유전자가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암세포를 죽이거나 증식을 멈추게 하는 것이 p53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의 원리다.

p53 유전자는 1979년에 처음 발견되었지만, 당시에는 그 기능을 잘 몰랐다. 그러나 1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p53 암 억제 유전자가 거의 모든 종류의 암에서 비활성화(돌연변이)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암의 원인과 발생 과정을 규명하고, 나아가서 암의 진단과 예후, 그리고 치료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p53 유전자는 미국의 Science 잡지에 ‘1993년의 분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p53 유전자는 암세포와 같이 유전적 손상을 받은 세포에 대해서 세포 성장주기 중 G1 세포 주기(DNA합성 준비기간)에서 성장을 정지시켜, 이때 손상된 DNA를 수선하여 정상으로 만들거나 또는 손상된 DNA를 수리하지 못할 경우에는 예정된 세포의 자연사멸(programmed cell death, apoptosis)의 길을 가게 하여 암 발생을 억제한다. 이렇게 암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는 p53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의해 기능이 상실되면 유전자 손상을 받은 세포가 생존하게 되며, 이로 인해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이 일어남으로써 암이 발생한다.

각종 암에서 발현되는 p53 유전자의 돌연변이율은 암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암에서 높은 빈도로 관찰된다. 폐암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약 50%(소세포 폐암의 경우는 70% 정도로 놓은 편), 대장암 50%, 식도·췌장·난소·두경부암은 40%, 간암·유방암·자궁내막암은 20%의 돌연변이율을 보인다.
p53 유전자 치료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으므로 이론적으로 매우 우수한 치료 방법이다. 그러나 이 치료 방법이 모든 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p53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암도 많다.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암은 p53의 변이가 동반되지 않는 암이다.

예를 들면 대장암은 환자의 50% 정도에서만 p53의 변이가 발견되므로 p53의 이상이 없는 반수 환자에서는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흔한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 대장암 등은 많은 예에서 p53 변이가 동반되므로, p53은 유전자 치료에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p53 유전자 이표는 실험실에서 얻어진 연구 결과가 임상에서 직접 응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연구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암 유전자나 암 억제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직접적인 치료 방법은 암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한다는 이론적 장점은 있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실험실에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나, 직경 1cm의 조기암이 10억 개 정도의 암세포로 구성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암세포에 유전자가 전달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유전자 전달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직접적인 치료 방법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치료 가능성을 높인 유전자요법이 면역요법을 이용한 치료 방법이다.

②면역요법을 이용한 간접적인 치료 방법

암세포 자체에 면역 조절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넣어서 환자 자신의 면역 반응을 증진시킴으로써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암 수술로 제거한 암 조직에서 암세포를 분리한 후 리트로 바이러스(ritro virus)에 각종 사이토카인 유전자(cytokine gene)를 삽입하여 분리된 암세포에 넣어준다.

이와 같이 체외에서 유전자 조작을 한 암세포를 환자에서 재주사하면, 이 암세포 자체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게 됨으로써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위암의 경우 수술로 암덩어리를 모두 제거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한 잔여 암세포가 체내에 남아 있어, 이것이 화근이 되어 재발하므로 사망하게 된다. 따라서 수술로 제거한 암조직에서 암세포를 분리한 후 여기에 사이토카인 유전자를 넣어준 뒤 이를 환자에게 주사하면 유전자 조작된 암세포가 면역반응을 일으켜 잔여 암세포를 파괴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이 유전자요법에 사용되는 사이토카인이 이용되는데 사이토카인을 이용한 유전자요법은 체외에서 암세포를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개개인 환자로부터 암세포를 얻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항암 치료 방법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그러나 사이토카인이 암세포를 탐지하여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이론적 장점 때문에 암 치료에 있어 이상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면역요법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가 이론상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인체 임상시험 결과는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뒤로월간암 201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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