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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조기검진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고정혁기자2011년 04월 30일 15:26 분입력   총 87868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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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방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에 의문 제기하다
영국정부는 매년 약 200만 명의 여성들에게 유방암 조기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의 유방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은 50~70세 사이의 모든 여성들에게 유방엑스선 검사를 제공하고 있고 2012년부터는 대상범위가 47~73세 여성들로 확대가 된다. 그런데 옥스퍼드대학의 전문가로 저명한 역학자인 클림 맥퍼슨은 그런 프로그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발표된 연구논문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본 결과 유방암 조기검진이 많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방암 조기검진에 대해 영국의 의료계는 20년 이상이나 의견이 갈라져 있다. 그런 프로그램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런 프로그램이 매년 1,400명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여성 1사람당 2명의 여성의 목숨을 구해주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그런 수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즉 목숨을 구하는 여성 1사람당 10명이나 되는 여성이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고 심지어 극단적인 경우에는 치료가 불필요한 여성들이 유방절제 수술까지 받게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영국의학잡지 논문, 조기검진 실시하지 않는 지역 오히려 사망 감소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23일 영국의학잡지가 덴마크의 유방암 조기검진에 관한 논문을 1편 게재했다. 그 논문에 의하면 유방암 조기검진을 실시하는 지역보다 조기검진을 실시하지 않는 지역에서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이 더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의 감소는 조기검진인 유방엑스선 검사 때문에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위험요인의 변화와 개선된 치료방법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 논문이 저명한 영국의학잡지를 통해 발표되자 논란은 격화되었다. 조기검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논문을 작성한 연구진은 여성들의 신뢰를 저해하고 영국의학잡지가 한쪽 편을 거든다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조차 조기검진에 대해 찬반으로 갈라져 있고, 사실상 조기검진 무용론을 주장하는 1편의 논문으로 논란이 격화되자, 영국의학잡지는 저명한 역학자인 맥퍼슨교수에게 관련 증거들을 재검토해보도록 요청하게 된 것이다.

맥퍼슨교수는 관련 증거들을 재검토해본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 유방암 조기검진으로 60세 미만의 여성들은 사망률이 14%, 70대 미만은 사망률이 32% 감소했다.

(2) 그러나 이런 사망률 감소는 약간 득이 될 뿐이다. 그 이유는 나이가 60세인 여성이 향후 15년 동안 유방암으로 사망할 위험은 겨우 1.2%로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수치가 14%나 32% 감소해본들 통계적으로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3) 다른 말로 표현하면 조기검진을 받는 여성 258명당 1명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이 된다.

(4) 맥퍼슨교수는 유방엑스선 검사로 개별적인 여성들이 득을 보는 것은 미미한데 그런 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5) 암 중에는 그냥 두면 때로는 자연히 치료되거나 혹은 진행속도가 매우 느려서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다. 그런데 조기검진으로 그런 암까지 발견해서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해서 고통을 주고 불안에 떨게 할 수가 있다. 이게 조기검진의 가장 큰 단점이다.

(6) 유방암 조기검진은 혜택이 제한적이고, 개별적인 여성들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암 조기검진의 득과 실 있어, 조기검진의 정당성 증거 미흡

맥퍼슨교수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1) 암 조기검진의 이점인 조기발견/신속한 치료와 조기검진의 단점이 적절하게 제대로 평가된 적이 없었다.

(2) 모든 관련 자료를 완전히 재검토하는 것을 촉구한다.

(3) 영국 국립건강서비스(NHS)는 과학적인 불확실한 점에 대해 더 솔직해져야 한다. NHS의 조기검진 프로그램은 여성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불확실성에 대해 분명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4) 영국 국립 임상 우수 연구소 (NICE)는 관련 증거를 재검토하도록 권고한다.

(5) 중요한 점은 우리 모두가 이렇게 중요한 국가적인 프로그램이 수많은 의문에 대한 해명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존속할 수가 있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맥퍼슨교수에게 관련증거를 재검토해보도록 요청한 영국의학잡지의 편집자인 고들리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다.

(1) 일반인들은 조기검진이 득과 실이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때로는 의사들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 만약 건강한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의료적인 개입은 하게 된다면 그런 효과를 입증할 책임은 훨씬 더 커지고 또 증거도 훨씬 더 확실해야만 한다.

(3) 조기검진을 찬성하고 로비를 벌이는 사람들은 영국의학잡지가 조기검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고 영국의학잡지는 증거만을 추구한다.

(4) 덴마크의 연구진은 아주 철저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를 했지만, 조기검진을 찬성하는 쪽으로부터는 그런 양질의 논문을 제출받지 못했다. 조기검진 프로그램을 확실하게 정당화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영국의학잡지도 기뻐하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암 조기검진 제도,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
어쨌든 조기검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조기검진으로 유방암 사망이 줄어들었다고 말은 하지만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과학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 유방암 조기검진 제도가 여러 나라에서 폐지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생각된다. 과학적인 확실한 근거 없이 이익집단의 사실왜곡과 로비만으로는 그런 제도가 계속 유지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에 발표된 맥퍼슨교수의 유방암 조기검진에 대한 재검토 결과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모든 조기검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어 앞으로 암 조기검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서는 연방 과학자문 위원회의 일종인 “예방의료 특별 전문위원회”(USPSTF)가 작년 11월16일에 40대 여성들이 매년 유방 엑스선 검사를 받으면 도움이 되는 것보다 해가 더 크다는 결론을 내린 후 유방암 조기검진에 관한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영국에서 저명한 영국의학잡지가 유방암 조기검진이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주장을 옹호하고 나서게 되었다.

이런 문제가 최근에 자꾸 불거져 나오는 이유는 더 이상 진실이 왜곡되거나 은폐되면 사회경제적인 손실만 갈수록 늘어나고 또 의학 전반에 관한 불신만 깊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자정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가 있고 이런 노력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1) Klim McPherson “Screening for breast cancer - balancing the debate” BMJ 2010;340:c3106

(2) K. J. Jørgensen et al., "Breast cancer mortality in organised mammography screening in Denmark: comparative study" BMJ 2010;340:c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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