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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생체 표지자 검사
고정혁기자2011년 05월 18일 16:40 분입력   총 87812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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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동안 암 연구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데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0년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아마도 암 조기검진 분야일 것이다. 특히 조기에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부추기는 생체 표지자가 그러하다.

최근에 발표한 논문에서 임상 생화학자인 디아만디스는 암 진단기술에 큰 문제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실험 자료를 잘못 해석해서 획기적인 연구로 발표한 후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암 생체 표지자는 암 환자의 생체액 속에 들어있는 한 가지 물질로 단백질일 수도 있고 세포일 수도 있고 핵산일 수도 있다. 이걸 이용해서 진단을 내리고 예후를 예상하고 혹은 진행과정을 모니터할 수가 있다. 따라서 생체 표지자는 암이란 질병의 생물학적인 표지자가 된다.

그런데 획기적인 생체 표지자를 발견했다는 대대적인 언론 보도로 기대감만 잔뜩 부풀린 후 흐지부지해져 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디아만디스는 그의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그런 실례를 여러 개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 실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질량분석기로 혈청 프로테옴을 분석해서 난소암을 진단하는 방법이 2002년도에 논문을 통해 발표되었다.

(2) 이 논문은 11명의 유명한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연구해서 작성한 논문으로 의학잡지 중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랜싯에 게재가 되었다. 게다가 질량분석기란 새로운 기술을 이용했고 논문의 저자들은 거의 100% 정확하게 난소암을 진단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3) 이런 내용들은 뉴스 전문 방송인 CNN에서도 보도가 되었고 미국 의회에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4) 그런데 논문을 꼼꼼히 확인해본 결과 많은 오류가 드러났다. 다른 연구가들이 이 논문의 내용을 검증하는데 3~4년이 걸렸는데 검증해본 결과 난소암을 진단하는데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5) 처음에 사용한 표본들이 동질성이 없기 때문에 전부 가공해서 꾸민 것이 되는 것이다. 암 표본 일부는 대조군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생물정보학자들이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에 오류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6) 고의적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결과적으로 11명의 유명한 연구가들이 작당해서 제대로 된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엉터리 논문을 작성하는 사기를 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이런 엉터리 논문이 버젓이 세계적인 의학잡지에 게재될 수 있는 이유는 컴퓨터와 관계가 있다. 연구방법이 잘못되었다면 그 연구결과는 보나마나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란 요물 때문에 연구방법이 잘못된 것인지를 쉽게 찾아내기 힘들게 된 것이 이유가 된다.

(1) 논문이 의학잡지에 게재되려면 소위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 정통한 것은 아니다.

(2) 논문의 저자들이 수학적인 알고리듬을 이용해서 이런저런 공식을 개발했고 그걸 이용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면, 심사를 맡은 전문가들은 그런 과정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인푸트(입력)와 아웃푸트(출력)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컴퓨터 속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3) 이런 논문이 잘못되었는지는 의학잡지를 통해 발표된 후에 원자료를 가지고 생물통계학자들이 확인을 해보야만 알 수가 있다. 의학잡지의 심사 전문가는 이를 확인할 수가 없다.

잘못된 논문이 발표되면 그 내용을 믿는 사람들은 희망을 갖게 되고 임상 적용에 많은 돈을 쓰게 된다. 이런 일을 피할 수는 없을까? 유감스럽게도 현재로는 방법이 없다. 진단학은 치료학과 다르기 때문이다. 치료방법은 개발되더라도 환자들에게 이용되려면 매우 엄격한 기준이 있다. FDA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제1상, 제2상, 제3상 임상시험도 거쳐야 하는 등의 정해진 규정이 있다. 그러나 진단기술인 경우에는 이런 엄격한 규정이 없다.

언론은 통해 획기적인 연구라고 보도가 되지만 그 후 흐지부지되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획기적인 연구로 호도해서 헛된 명성을 얻거나 혹은 연구비를 타내기 위한 속임수로 볼 수도 있다. 오늘날 의학연구 논문 중에는 조작/왜곡된 것이 너무 많아서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연구의 질이 떨어져 있다. 근거중심 의학이란 구호가 무색하다.

출처:
(1) Time, Aug. 18, 2010 "Why cancer biomarkers haven't lived up their hype"
(2) Eleftherios P. Diamandis "Cancer Biomarkers: Can We Turn Recent Failures into Success?" J Natl Cancer Inst, Advance Access published on August 12, 2010; doi: doi:10.1093/jnci/djq306
(3) E. F. Petricoin et al., "Use of proteomic patterns in serum to identify ovarian cancer" The Lancet, 359, 572-57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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