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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결정과 잘못된 결정 ①
고정혁기자2011년 05월 24일 15:55 분입력   총 87844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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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건 |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암전문병원 행복한 병원장 역임.
현 성은실버요양원 원장
문의 | //www.silver100.kr/ 041-675-8879/ 충남 태안군 태안읍 남산리 32-4

항암제와 방사선치료의 독성에 대한 진실

솔직하게 말하면 항암치료제는 독이 아닌가? 방사선치료는 인체 내에서 독이 되지 않는가? 우리 의사들 모두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의 한계와 효능, 그리고 부작용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비록 다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금만 성의를 가지면 객관적인 자료를 살펴보면 부작용에 대한 정보의 대부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항암치료를 거듭할수록 부작용이 심각해지며 많은 경우에서 여생을 부작용으로 고생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돌보고 있는 환자의 상태라면 지금 처방하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의 평균기대수명과 항암치료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평균기대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부작용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얻을 수 있는 평균기대수명이 2~3개월에 불과한지, 아니면 2~3년 이상 되는지도 예측이 가능하다. 항상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지만 그동안 암환자를 치료해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실제로 항암치료를 통해 기대수명을 얼마나 연장시킬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판단을 할 때는 철저히 객관적이어야 한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은 평균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몇 %인지도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성은 10%밖에 안 되는데 50%로 올려 환자가 자신의 여생을 허비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환자와 보호자가 객관적인 수준을 알아야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최선을 다할 것인지. 혹은 남은 삶을 의미 있게 하는데 노력을 경주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환자의 결정을 돕는 진실한 상담과 협력

나는 말기 암환자를 주로 보아왔다. 물론 2~3기 정도의 암환자들도 상당 부분 보아왔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나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 충남 태안까지 내려온 사람들은 아니었다. 병원으로부터 명확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 많은 분들이 자신이 권유받은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체요법은 또 어떤 효능과 효과가 있는지를 궁금해하였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좀 더 정확한 자료나 데이터를 알기 원했다. 전문가들로부터 정확한 설명을 들은 후 결정하기를 원했다.

실제로 상담하러 온 분들의 1/10 정도만 나의 치료를 받았다. 그들은 나와의 2~3시간 정도의 면담을 통해서 나름대로 결정을 한 것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서 일어난 암의 발병원인을 의학적으로 밝혀진 이외의 것에 대하여서도 언급하였다. 환자의 체질과 심리적인 선천경향성에 대하여서도 언급하였다. 그리고 현재 수술이나 항암치료에 대한 효능과 한계, 부작용에 대하여서도 말하였고 대체요법과 전인치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능과 한계에 대하여도 솔직하게 말하였다. 그리고 환자의 체질과 선천경향성에 비추어볼 때 개인적으로 예측되는 치료 결과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었다.

그들은 나의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의 치료방침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본다. 9/10는 다른 치료방법을 하기로 결심을 굳힐 수 있었을 것이고, 1/10은 내가 권하는 전인치유방법을 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자신이 결정한 방법대로 최선을 다했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어떤 결정을 하든지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임을 누누이 강조하였고 그들도 그 부분에 대부분 수긍하였기 때문이다.

암 투병에 관한 바른 결정

바른 결정 예1. 항암치료와 적극적 전인치유를 병행한 경우

어떤 분들은 처음부터 항암치료를 하면서 대체요법(영양과 면역)에 관한 자문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분들이 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다음 달부터 무슨 항암치료를 어떤 스케줄로 받게 되는데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를 물으러 찾아온다. 그리고 필요한 처방도 챙기고 항암치료를 할 용기도 얻어 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항암을 하다 예상치 않았던 부작용이 일어나면 즉시 전화를 한다. 나는 이미 그 환자의 병력과 체질 그리고 심리적 경향성을 알고 있으므로 전화 상담이 가능하다. 염려할 문제인지,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볼 문제인지. 무시해도 될 문제인지 아니면 지금 즉시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인지를 전화상으로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을 통해 가늠해보고 나름의 권고를 해 주게 된다.

그러면 그 분들은 자신의 문제를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이 있는 것 때문에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나름의 권고를 받아들여 항암치료를 지속할 힘을 얻는다. 그리고 가족들도 수시로 나에게 전화하여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자문하고 나는 최선을 다해 대답한다. 이분들에게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그들이 항암치료를 하기로 결심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항암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나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결정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들처럼 그들의 결정이 나의 권고와 완전히 다를 수가 있다. 나는 이분들에게 당신의 경우 체질과 심리적 경향이 항암 치료 같은 독성이 강한 치료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항암치료가 당신의 암을 치료할 가능성은 단지 20% 이내라고 말하고 그 부작용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를 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무려 9/10가 상담을 받은 후에도 나의 진료보다는 대학병원의 항암치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 본다.

어찌되었든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하기로 한 후에도 그 부작용에 대한 대처방안을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은 생존의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항암치료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치료의 한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나에게 자문하는 이유도 대체요법도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방법 중의 하나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제나 힘과 용기가 넘친다. 항암치료로 인해 얼굴과 피부가 검어지고 머리는 삭발했지만 자신은 잘 이겨내고 있다고 말한다. 반드시 암을 극복한 후 놀러 오겠다고 말하는 그들을 볼 때면 흐뭇한 마음이 든다.

암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런 환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항암치료를 하는 주치의들도 이분들을 보면 나와 마찬가지로 의사로서 위안을 받고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리라고 본다. 물론 이런 분들은 다른 환자들에게도 큰 도전이 되고 용기가 될 터이니 누구에게나 좋은 영향을 끼치는 복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환자를 돕기 위해서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암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암치료를 용기 있게 선택하는 이들에게도 두려움이 속 깊이 똬리 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 누가 암을 선고받고 죽음을 직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애써 부담스러운 그런 숨겨진 감정과 마주치기 싫을 뿐이다. 금방 해결되기 어렵고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그런 감정들과 직면하다 보면 치료에 전념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들 중 대다수는 자신 안에 두려움을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들은 분명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남의 탓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다. 다른 것들을 돌아보지 않고 완치를 위해 돌진할 것임에 틀림없다. 주변에서는 훌륭하다고 추켜세우고 자신이 보아도 다른 암환자와 달리 항암치료의 부작용이 적은 것 같아 보인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볼 때 암으로부터 살아남는 예외적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 될 거라는 확신이 온다.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항암치료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인간의 몸을 하나님이 완벽하게 만드셨지만 언제나 항암치료를 이겨낼 만큼 무한정 강하지는 않다. 인간의 몸은 유한하다. 즉,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처음의 6회 정도의 한 사이클을 하는 동안 남들과 비교할 때 체력적으로도 견딜만하고 부작용도 견딜 만한 것 같다. 이런 추세라면 자신은 항암치료를 통해 암을 이길 극복할 것 같은 용기가 충만하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면역력이 떨어진다. 그 이유는 항암치료가 하나님이 우리에게 안배하신 선천면역시스템을 철저히 공략하기 때문이다.

일단 항암치료를 한 번만 받아도 골수가 억압되어 건강한 혈액을 만드는데 장애가 생기고, 소화기관의 점막을 손상시켜 분비성 점막세포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점막을 따라 배치된 방어선인 림프절의 상당 부분이 훼손된다. 손과 발 등에 이르는 말초혈관과 말초신경이 손상을 입고 최대의 방어막을 형성하는 피부의 에너지장이 훼손을 당한다. 이렇게 우리의 선천 면역력의 보루는 망가졌지만 암이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환자의 몸에는 여전히 암유전자(onco-gene)가 있고, 암억제유전자(suppressor gene)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번의 항암치료로 인해 전이억제유전자(anti-metastatic gene)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의 전이를 막아주고 있던 능력마저 소실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항암치료 때문에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줄었다손 치더라도 언제든지 암세포가 생길 수 있다.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다면 암세포는 내일이라도 당장 전신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가 있다는 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진실이다.

이렇듯이 유한한 우리의 몸이 무한한 하나님의 치유능력을 품지 않는다면 누구도 암으로부터의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비록 이미 5년 이상 아니 10년 이상을 생존하고 있더라도 상황은 변함이 없다. 사실상 암에는 완치가 없다. 내가 이런 부담스럽고 숨겨진 진실을 들추어내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암을 치료한다면서 암을 치료할 능력이 의사에게 없다는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이 진정으로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이 진실을 받아들여야 진정한 치유로 가는 길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이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이 용기 있게 항암치료를 하고 성공하고 있더라도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 안에 있는 영성이 깨어날 수 있도록 신 앞에 무릎 꿇고 나가야 한다. 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생명은 영에 있으니 육체는 무익함이라." 우리의 유한한 영(靈)속에 무한한 하나님의 신령(神靈)함이 임하도록 간절히 기도하면서 하늘로부터 오는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분들은 예외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역설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암을 돌보는 노력을 돌려서 다른 암환자를 돌보기 시작한다. 가족들과 화해하고 모든 사람과 화합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암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을 향해 투쟁적으로만 살아왔던 인생이 변하여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고 노래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완치 판정은 뜻밖의 선물처럼 다가온다.

뒤로월간암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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