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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국아우토겐협회 회장 이주희
고정혁기자2011년 05월 30일 17:21 분입력   총 88126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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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한남동 파트너스하우스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이완>을 알리는 한국아우토겐협회 창립3주년 심포지엄이 열렸다. 그 날의 심포지엄 주제는 "모든 사람을 위한 아우토겐 트레이닝"이었는데,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이완을 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로써 1930년대에 독일의 의학박사인 요하네스 슐츠박사로가 개발한 자가이완의 한 방법이다.
사실 국내에서 암환자와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매일매일 연속되는 긴장된 생활 속에서 에너지를 재충전하지 못하여 생기는 완전연소증후군(Burn Out Syndrom)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이완을 통하여 스스로의 에너지를 생성시키는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조병희 교수가 "21세기-주체적 몸과 건강"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시작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완과 아우토겐에 관련된 일 년간의 연구와 경험담을 발표하였다. 또한 아주대 방사선종양내과 전미선교수의 바통을 이어 이주희 회장이 선임되었다. 수술 및 치료가 끝난 암환자들이 운동과 등산 에 머물던 생활이 웃음치료, 미술치료, 명상이나 마사지, 스파 등으로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이완을 말하는 다소 낯선 독일의 아우토겐 트레이닝에 대해 회장 이주희씨를 만나 그 의미와 독일의 의료시스템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내가 아우토겐 트레이닝을 만나기까지
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인턴 과정을 마치고 나서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철학, 인류학, 심리학 등을 공부하였고 빌레펠트 대학에서 철학박사과정을 이수했다. 정신과 의사를 꿈꿨지만 인턴 시절의 사소한 일이 의사의 길 대신 독일 유학을 결심하게 했다. 8년 정도 공부를 하다가 마라톤과 운동을 시작했고, 어릴 때부터 늘 하고 싶었고 꿈꿔왔던 성악레슨을 받게 되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목소리가 긴장이 되어 제대로 된 발성이 되지 않는다며 레슨 선생님이 치료를 권했다. 그 후 2년 반 동안 긴장된 목소리를 치료하기 위해 이완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 심지어는 뉴욕으로 가서 정신분석도 받았는데 그 치료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독일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수억 원에 달하는 큰돈이었다. 유럽사회가 베풀어준 최고의 호의였다. 단지 독일에 온 유학생인데도 불구하고 학생 의료보험의 혜택으로 나는 치료비를 부담하지 않고 원하는 최고의 치료를 모두 받을 수 있었다. 다양한 치료를 하다가 그 마지막이 아우토겐 트레이닝이었다. 처음 배울 때 진행하는 사람이 하라는 대로 따라하면서 속으로는 '이런 것을 무엇때문에 하나!'하는 생각만 들었었다. 독일인들과 같이 진행된 아우토겐 모든 과정이 끝나면서는 '참 편하구나. 이런 것이 직업이 되어도 좋겠다'로 생각은 바뀌어 있었고 10년이 지난 지금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나의 직업이자 삶이 되었다.

독일의 암 치료와 의료 시스템에 대하여
한국에서 수련의를 할때 내과, 외과, 암 병동 등에 있었다. 그때 암은 죽는 병으로만 생각했다. 물론 내가 근무하던 병원에 워낙 중병 환자들이 입원해 있어서 그런 인식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독일 사람들 중에도 암에 걸렸다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나는 속으로 '아, 이제 저분은 곧 돌아가시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이었다. 분명 내가 배운 지식으로 암의 상태와 병기로 판단하면 몇 달 살아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 이상 오랫동안 생존해 있는 것이었다.

이후 독일에서 직접 치료를 받을 기회도 많아지고 독일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병원치료와 병원 외적인 치료, 그리고 심리적인 치료가 서로 공존해서 의료진이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암환자를 돌보게 된다. 또 독일에서는 암이라는 병을 국내와는 달리 큰 병으로 보지 않는다. 또 항암치료나 수술이 진행될 때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환자의 컨디션이나, 의지, 심리상태 등을 종합해서 시간을 두고 결정을 내린다.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와 조금 다른 문화적 차이가 있다. 한국의 병원에 있을 때는 암진단을 받는 즉시 당장 급하게 치료를 시작하는데, 독일의 병원에서는 그런 급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환자들이 더 안심이 되어 치료를 잘 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독일의 의료시스템은 국내와 다른 점이 많이 있다. 국내의 의료시스템은 의사 혹은 한의사 등의 면허증이 있는 사람들만이 남을 치료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고 이를 제도권의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제도권은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사람 외에도 민간요법이나 대체요법을 하는 사람들이 포함되며 이들은 고유의 치유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이들은 "하일 프랙티커(Heil Praktiker)"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힐링 프랙티셔너(Healing Practitioner)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실질적인 치유자"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들 모두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 치유사들이다.

참고로 의사도 독일에서는 프랙티커(Praktiker)라 부른다. 하일 프랙티커는 지금의 현대의학이 있기 이전에 민간요법으로 치유를 하던 사람들로 이들도 의료의 범주에서 우리의 표현으로 의사와 같은 의료인의 자격을 갖고 환자들에게 의료를 시행할 수 있고 환자는 병원 치료와 같은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독일에서는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어도 한두 가지의 민간요법을 공부하여 현대의학과 하일 프랙티커를 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사람들도 배운 것만으로는 의료의 한계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의 국민들은 병원에서 치료하는 현대의학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암에 걸렸을 때 또한 의사에게만 의지하지 않으며, 누구나 하일 프랙티커를 찾아서 병행치료를 받는다. 제도권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당연히 의료보험이 된다.
힐링(Healing)은 남을 치유하는 능력으로 어떤 사람에게는 천부적인 재주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독일에서는 이들도 하일 프랙티커가 될 수 있다. 의학 공부를 하거나 면허를 취득할 필요 없이 능력만 입증되면 남을 치료하는 일을 할 수 있고 이 또한 의료의 범주에 포함되어 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인생의 동반자, 힘과 용기와 신뢰를 가져다 준다
아우토겐은 그리스어 Autos와 Genos가 합쳐서 만들어진 말이다. Autos는 우리말로 '스스로' 라는 의미이고, Genos는 '만들어지다'라는 뜻이다. 즉 스스로의 결정과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우토겐'한 상태로 만든다는 뜻이다.
암환자에게는 '스스로의 결정과 실천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다시 회복하는 트레이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암은 한 번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5년에서 10년을 잡고 투병에 임해야 한다. 어쩌면 진단 후부터 생애 전체에 걸쳐서 투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암의 치료를 의사에게 전적으로 일임해서 한 두 번의 시술과 투약으로 낫는 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자세와 역량으로 인생 전반에 걸쳐 전략을 세우고 경영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

서구에서는 아우토겐 트레이닝이 질병의 치유나 건강의 관리를 넘어서서 많은 경영자들과 정치지도자들의 필수 덕목으로 전수된다. 아우토겐 트레이닝을 배우면 '아우토겐'해 진다. '아우토겐'한 사람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고난과 위기 속에서도 태연자약하게 할 일을 꾸준하게 하고 갈 길을 꾸준하게 가는 데에 탁월한 모습을 보인다. 8,000미터 고지 14좌를 세계 최초, 그것도 무산소 단독등반으로 등정한 라인홀트 메스너라든지, 혈혈단신으로 통나무배를 타고 72일간의 항해 끝에 대서양을 건넌 독일의 의사 한네스 린데만 같은 놀라운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무수한 고난과 위기를 아우토겐 트레이닝에서 터득한 심신의 건강과 지혜와 통찰력, 그리고 용기와 태연자약함으로 극복하였다.

암 투병이라는 것도 8,000 미터 고지에 올랐다가 다시 집으로 무사히 귀환하는 것과 비슷한지도 모른다. 끝도 없이 펼쳐진 대서양의 망망대해를 홀로 노저어서 도착할 곳에 도착하는 것 말이다. 물론 돕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구간이 있지만 인생의 어떤 일이든지 중요하고 또 꼭 이루어져야 하는 일에는 반드시 나 혼자만이 가야 하는 구간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진 채로, 모든 이로부터 떨어져서 홀로 남겨졌을 때,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우리의 성실한 동반자로 곁을 지켜 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로부터 놀라운 힘과 용기와 신뢰를 얻을 것이다.

또한,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스트레스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암이 걸렸든, 암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긴 것이든,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스트레스에 강인해 지도록 만들어 준다. 결국 암과 투병함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아우토겐 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계, 면역계, 자연 치유시스템이 활성화 되어 치유와 회복이 원활하게 일어난다. 암의 치유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
독일의 경우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아픈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을 오갈 때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심신의학병원(Psychosomatic clinic) 암전문 병원, 알러지/천식전문병원, 그리고 번아웃 클리닉(Burn-out clinic) 등을 견학 다니는데 가는 곳마다 아우토겐 트레이닝실이 따로 구비가 되어 있고 상설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병원장이 아우토겐 트레이닝을 환자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아우토겐 트레이닝의 특별한 효과를 몸소 알고 있기 때문에 직접 환자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아우토겐 효과뿐 아니라 아우토겐 트레이닝의 8주간의 코스워크를 통해 맺어지는 돈독한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 역시 환자를 위해서나 의사를 위해서나 치유를 위해서 중요한 이득이다.

암환자, 암에 투쟁하지 말고 건강 경영하는 CEO 마인드를 가져라
완전연소증후군(Burn Out)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너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암과 자살의 증가율이 지구상에서 1위인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모두 스트레스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암환자는 일단 잘 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암은 속전속결의 급성질환이 아니다. 시간은 언제나 우리의 편이다. 우선 잘 쉬어서 마음이 차분해지면 맑은 정신으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암'을 다른 시각을 바라보자. 건강의 한 상태, 한 단면으로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심신이 여러 다양한 스트레스의 도전 속에서 기능을 유지하고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이 암이라는 현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즉, 암이란 심신이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는 건강과정, 균형과 조절의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그래서 암에 임하는 자세 역시 투쟁이 아니라 경영, 병에 대적한 투쟁이 아니라 건강과정의 경영이 적절하다고 본다.

위기는 언제나 이제까지의 행태를 버리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격언이 있는 것이다. 위기를 잘 경영해 나가면 회사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서 다시 안정될 것이다. 암을 진단 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위기는 위기이다. 그러나 이는 건강 활동의 정상적인 과정의 일부이다.

CEO의 경영마인드로 다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위기를 CEO의 마음으로 경영한다면, 암을 진단 받아 생활 하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위기 역시 우리 인생에 찾아 온 기회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CEO"의 경영 마인드를 강조한 이유가 있다. CEO가 하는 일의 고유한 역할은 "결정"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결정하고 결제하라. 즉, 내가 나의 주인이고 주체임을 유념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나는 건강하기로 결정"하라.

뒤로월간암 201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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