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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임상실험
고정혁기자2011년 06월 21일 17:31 분입력   총 88017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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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이스 쇼프너는 2년 전에 61세로 유방암이란 진단을 받고 듀크대학에서 실시중인 임상실험에 참여했다. 그런데 그 임상실험이 학력을 위조한 듀크대학 의대 교수의 엉터리 연구에 기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쇼프너는 유방암의 일종인 침윤성 유관 선암종에 걸렸고 표준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2008년 7월에 듀크대학의 암전문의가 임상실험에 대해 언급했고 그녀는 간절한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임상실험에 참여하려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2번째로 조직검사를 받았고 종양 주변에는 9개의 티타늄 집게가 심어졌다. 의사들은 항암제가 종양을 녹여버릴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래서 차후에 종양제거 수술을 할 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표식으로 집게를 9개나 심은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암이 커져서 림프절로 퍼졌고 임상실험에서 사용된 항암치료로 혈전까지 생겨버렸다. 원래는 항암제가 종양의 크기를 줄여주고 그런 후에 수술을 종양을 제거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기도 전에 혈전을 걸러내기 위해 심장 정맥에 필터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다음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이 필터를 제거하는 또 다른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그 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다리의 신경도 손상되어 통증이 생겼고 최근에는 당뇨병까지 생겨버렸다. 이제는 계속해서 하루에 2번씩 값비싼 혈액응고 방지제 주사를 맞고 있고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화학실험실에서 온종일 일하고 밤에는 철물점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그녀는 열렬한 여우 사냥꾼으로 승마도 하고 골동품도 수집했는데 지금은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는 신세가 되었고 취미생활은 더 이상 꿈도 꿀 수 없게 되었다. 쇼프너는 "나는 적법한 임상실험에 참여하는데 동의하는 서명을 했지 내가 겪은 엉터리 실험에 참여하기 위해 서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그녀는 듀크대학 암 클리닉에서 받은 치료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지만 듀크대학의 고위 인사들과 학력을 위조한 조교수 포티의 협력자들은 비난하고 있다.

그녀는 "다른 항암치료를 받았다면 지금 상태가 어떨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나는 의문만 가지고 있지 의문에 대한 답은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문은 어떻게 하자가 있는 연구가 암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쇼프너는 아닐 포티박사의 연구에 기초한 3건의 임상실험에 참여한 듀크대학 의대의 환자 110명 중의 1명이다. 포티는 학력을 위조한 것이 들통 나서 지난 11월 조교수직을 사임했다. 동시에 한때 선구적이란 평가를 받은 그의 연구업적도 허점투성이로 드러났다.

포티의 공저자들은 임상종양학잡지와 네이처 의학잡지와 같은 저명한 의학잡지에 기고한 논문들을 철회했는데, 포티의 주 공저자인 네빈즈 박사의 듀크대학 실험실은 연방정부와 개인들로부터 수백만 불의 연구비를 받아먹었다. 발표된 논문에 기초한 유방암과 폐암 임상실험들도 모두 중단되었다.

그런데 한심한 일은 이미 3년 전에 포티의 연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듀크대학은 이를 무시한 점이다. 2007년에 엠디 앤더슨 암센터의 생통계학자인 베걸리가 포티의 연구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했지만 무시되어버린 것이다.

듀크대학 의대에서 포티의 팀이 연구하고 있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나름대로 최첨단 과학이다. 포티는 복잡한 유전자 정보들을 수학적인 알고리듬으로 분석해서 약품에 대한 민감성과 관련 있는 암 종양의 결정적인 유전자 특징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2006년 10월에 처음으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을 때는 대단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로 보였다. 암 유전학을 이용해서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개별 맞춤 의학이 약속한 것으로 미국 전역에 그런 것을 연구하는 연구진들이 깔려있다.

포티의 연구팀이 개발한 예측 모델을 판매하거나 사용권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돈벌이가 되고, 그래서 포티와 네빈즈가 2006년에 처음으로 그들의 대단한 논문을 발표한 후 1달 만에 그런 모델로 돈을 벌기 위해 온코제노믹스란 회사가 생겼고 포티와 네빈즈가 그 회사 임원으로 참여했다. 이 회사는 그 후 이름이 캔서가이드 다이어그노스틱스로 바뀌었고 창업자금으로 수백만 불을 끌어들여서 암 특징 기술을 판매하게 되었다. 듀크대학도 이 회사에 투자를 했지만 포티의 이력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손을 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듀크대학의 포티의 연구팀이 대단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다른 암전문의사들도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포티의 예측방법을 이용하는데 열을 올리게 되었다. 엠디 앤더슨 암센터의 연구진도 바로 그런 의사들로 자기네 생통계학자들에게 포티의 연구결과를 검증하고 환자들을 도우려면 어떻게 그 모델을 이용해야 하는지 연구해보도록 부탁했다. 그때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엠디 앤더슨의 생통계학자인 배걸리와 쿰비스는 즉시 포티의 연구결과를 검증해보았는데 포티의 자료를 가지고는 그 연구결과를 재현할 수가 없었다. 배걸리는 더 많은 자료를 요청해서 검증해보았지만 여전히 연구결과를 재현할 수가 없었다. 또 그 이후에 포티의 연구팀이 추가로 유방암과 난소암 예측방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것도 검증을 해보니 연구결과를 재현할 수가 없었다. 배걸리는 최악의 상황을 의심하게 되었고 포티의 자료 일부가 너무 부실해서 문제가 단순한 착오가 아닌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베걸리는 포티의 연구팀에 문의하고 답변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협조를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포티의 논문을 게재한 의학전문 잡지의 편집인들에게 연락해서 문제를 제기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듀크대학의 고위 인사들은 배걸리와 쿰비스의 문제 제기를 단순한 학문적인 말다툼으로 견해가 달라서 트집을 잡는 흔한 일 정도로 치부해버렸다. 그러나 배걸리와 쿰비스는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판을 했고 마침내는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논문까지 발표했다.
배걸리와 쿰비스는 포티의 예측방법에 근거한 임상실험에 환자를 등록하는 것을 알게 되자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필요성을 느꼈고, 마침내 환자들의 안전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되자 듀크대학은 재작년 11월에 임상실험들을 중단한 후 외부 전문가들에게 포티의 예측모델을 검토해보도록 의뢰했다.

그 당시에 쇼프너는 이미 포티의 예측모델에 따라 항암치료를 다 받았는데, 포티의 연구결과를 조사하는 것에 대해서 들은 바도 없고 임상실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어쨌든 듀크대학의 요청을 받은 외부 전문가팀은 자료의 일부 착오를 발견했고 포티와 네빈즈는 그런 착오를 바로잡았고, 외부 전문가팀은 실험이 실시된 방법에는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임상실험이 작년 1월에 재개되었다. 그런데 배걸리와 쿰비스가 근본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듀크대학 측은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초 자료를 모두 살펴보도록 부탁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듀크대학 측은 당시에는 연구의 부정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고, 환자의 안전성이 문제가 되어 누군가가 방법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외부 전문가들은 핵심 자료는 옳다는 전제하에 연구방법이 제대로 되었는지만 확인한 것이지 핵심 자료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작년 7월에 모든 게 달라졌다. 포티가 학력을 부풀렸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포티가 로드 장학금을 받았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듀크대학 측도 화들짝 놀라게 된 것이다. 포티는 11월까지 듀크대학에서 월급을 받다가 사직을 했다.

포티는 자료의 변칙에 책임을 지고 듀크대학에서 물러났지만, 이 사건은 여전히 과학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3개 논문이 취소되거나 재검토를 받고 있고 더 많은 논문이 취소될 수도 있다. 게다가 포티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노트 캐롤라이나주 의료위원회가 처벌을 내릴 수도 있다. 듀크대학이 이 사건을 처리한 과정도 대학 내부와 의학연구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첨단과학일수록 속임수가 판을 칠 가능성이 큰 것을 알 수가 있다. 게다가 엉터리 연구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설사 발견을 해도 그걸 바로 잡기가 매우 어려운 것도 알 수가 있다. 포티가 학력을 부풀리는 거짓말만 하지 않았다면 듀크대학이 제 식구를 감싸고 저명한 의학잡지 편집인들은 책임이나 회피하면서 문제가 흐지부지 넘어가 버렸을 것이다. 몰라서 그렇지 알고 보면 너무나 많은 엉터리 논문이 과학이란 미명하에 횡행하고 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암환자들을 상대로 엉터리 임상실험이 실시될 수 있는 무서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출처: Charlotte Observer, Jan. 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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