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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긴 예외적인 사람들
고정혁기자2011년 06월 21일 17:44 분입력   총 88135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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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건 |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암전문병원 행복한 병원장 역임.
현 성은실버요양원 원장
문의 | //www.silver100.kr/ 041-675-8879/ 충남 태안군 태안읍 남산리 32-4

'사랑+의학=기적'이란 글을 쓴 미국의 암을 수술하는 외과의사이면서 전인치유 의학자인 버니S. 시겔은 암을 이긴 사람들은 일상의 암환자와 다르다는 의미로 '예외적인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공동체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 책을 통해서 본 암을 극복한 예외적인 사람들은 암을 알게 된 후 확실히 예외적인 투병생활을 하였다. 예외적인 투병생활이란 상식을 초월한 방식의 투병이라는 의미이다. 누구나 다 암이 걸리면 누구나 암환자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환자로만 살지 않았다. 여전히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전인격적인 영역에서 살았다. 마치 영원을 사는 것처럼 살면서도 오늘을 가장 소중한 날로 여기며 살았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버릴 줄 아는 삶을 살면서도 어떤 영역에서는 절대 자신의 결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 그들의 생애는 상식적인 삶이 아니라 역설적인 삶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말기 암환자들을 돌보아온 나의 경험을 보아도 말기암을 이긴 사람들의 삶은 예외적이고 역설적이었다. 그래서 책을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감동과 교훈을 암환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아래의 내용들은 '사랑+의학=기적'에서 표현되어 있는 예외적인 사람들의 삶의 내용과 내가 경험하며 느꼈던 내용들을 함께 간추린 것들이다.

1. 암에 걸렸어도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계속하여 즐기며 사랑하였다
자신이 즐거워하며 성공하고 있는 직업을 즐겼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들을 암을 이유로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일들을 더 재미있고 성취감 있게 해내려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였다. 자신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들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여기며 더 농밀한 시간으로 만들었다.
반면에 사회적 접촉이 별로 없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가장 사교적인 사람들의 2.5배라는 연구 보고가 있다. 마음과 생각이 암환자라는 제한된 자의식 안에 갇혀 암의 치료에만 전념할수록 완치나 생명연장에 실패하였다.

2.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몸, 마음, 영이 함께 원하는 일)을 즐겼다
남들이 인정하는 좋은 일이나 명예와 부가 걸린 일이라도 스트레스가 되고 스스로 만족감과 행복감이 생기지 않는 일은 아낌없이 버렸다. 비록 성공을 이룬 직업이라도 그 일이 자신의 가치관과 상충되거나 본질상 성품과 맞지 않은 일인 경우에는 과감히 버리고 새 일을 찾았다.

3. 암과 상관없이 여전히 풍부한 감수성과 창의성을 누리며 살아갔다
민감하고 순수한 예술성을 추구하던 사람이 현실 때문에 이를 미루고 포기하며 살던 인생에서 암을 진단받고는 오히려 음악과 그림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즐겼고 단조로운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었다. 전문적인 직업이 아니더라도 아마추어로서 자신의 예술 활동을 즐겼다.

4. 자신이 진정 원하는 선택을 할 때 자신의 주관을 포기하지 않아 고집스러워 보였다
합리성보다 자신의 몸을 통해 느끼는 무의식적인 감정과 직관을 신뢰하였다. 때로는 중요한 타인의 합리적인 강권에 적대감을 표시하기까지 하면서 자신의 느낌을 신뢰했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때 정직하게 자신의 내면과 직면하였다. 즉, 무의식적인 회피나 다른 사람을 의식하여 가면을 쓰지 않았으며 기꺼이 상식을 뛰어넘는 모험을 하기도 하였다.

5.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다
질병으로 인해 자신을 비관하거나 원하는 일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며 아픔을 기꺼이 감내하며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누리려 노력했다. 다른 사람의 작은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하였다. 암으로 몸의 상태가 나빠져 허리와 배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어도 자신이 원하는 삶과 건강을 위해 걷고 운동하고 노래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고 축복하기를 계속하였다.

6. 자신의 삶을 가급적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으며 스스로 관리하려고 노력하였다
타인의 사랑과 관심을 얻으려 병자나 희생자의 역할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밝고 건강하게 보이고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고 필요한 도움만을 요청하였다.
아버지학교의 명사회자인 암환자 한 분은 수년 동안 위암, 대장암, 간암으로 재발과 전이를 반복하였으며 병원의 치료에 몸이 반응하지 않자 스스로 퇴원하여 다시 휠체어를 타고 아버지학교 일을 하며 점점 몸이 회복하였고 일 년 만에 말기암으로 진행되었어도 아주 건강한 몸을 가진 명사회자로 계속하여 아버지학교를 섬기고 있다. 나는 그분의 사회를 보면서 아버지학교를 수료하였다.

7. 감정에 빠지지 않고 이성적이고 지적이면서도 강한 현실 감각이 있었다
슬픔, 두려움, 염려 등의 감성을 억지로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실수를 비관하지 않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자신에게 인정하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정화하고 밝게 만들 적합한 감정해소방법과 환경을 찾아 스스로 그 변화를 유도하였다.

8.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지만 다른 사람들로 인해 자신을 희생하지는 않았다
관계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웃고 자기의 고민거리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욕구를 등한시하는 사람은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환자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아니요'라고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질플러스에 따르면 평화주의자는 불편한 관계를 회피하기 위해 '예'를 하는 경향이 많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하여 부정직하게 반응함으로써 표면상 관계의 긴장을 해소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자신의 질병을 치유할 면역력을 살려내는 것에는 실패한다. 결국은 자신을 희생시킨 것이다.

9. 타인에게 긍휼한 마음과 관심을 보이며 기꺼이 돕고자 하였다
타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실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도왔다.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향한 욕구보다 다른 환자나 가족 그리고 이웃을 진심으로 돕고 사랑을 실천했다. 그것을 정말 기뻐하며 좋아했다. 정말 역설적인 삶이었다.

10. 묵시적인 윤리와 도덕에 순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편견은 없다
사회나 타인에게 이유 없는 비판을 하지 않으며, 일방적인 순종을 하지도 않았다. 마음이 원하지 않는 것을 몸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않았다.

11. 자신을 인정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각 사람들의 반응이 자신이 다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그 사람은 그러한 반응을 보일 만하다고 인정해준다.

12. 의기소침해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였다
역경에도 긍정적인 전망과 자신감을 유지하였다. 항상 긍정적인 메시지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사랑함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나는 매일 암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몸이 얼마나 강하고 또 얼마나 기분 좋게 느끼는가 하는 것도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도 나의 속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것은 내가 전에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입니다." -로이스 베커의 투병 중 일기에서-

13. 문제를 실패로 인식하지 않고 방향전환이 필요한 사인으로 해석하였다
"실패는 없다. 다른 기회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고 뻔뻔하게 행동하였다. 언제나 무한한 선택의 길이 자신 앞에 놓여있고 항상 더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았다.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믿으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자기 인생을 책임지려고 하였다.

14. 어느 장소에 있던지 멍하니 있지 않고 독서, 명상, 기도를 즐겼다
진료대기실, 전철 등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을 가지고 다니고 여행이나 산행을 갈 때 자연을 더 잘 관찰하기 위해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는 등 소중한 시간과 삶을 즐겼다.
현실에서 경험하는 긴장을 해소하는 명상법,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서 객관적 관점으로 보는 명상법을 배워 매순간 즐겼다.

15. 절대 긍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세상과 환경을 바라보았다
항상 눈앞의 문제와 고통을 해결할 방법이 준비되어 있다고 믿으며 주변 상황과 사람을 살폈다. 어느 암환자는 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 계속 구토가 나와 식사를 할 수가 없게되자 시계를 새벽 4시에 맞추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오전 8시에 아침을 먹고 오후에 치료를 받음으로 하루 2끼의 식사를 하고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16.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현명해지고 삶을 더 즐길 수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
암에 걸린 자신을 감사하였다. 암을 통해 비로소 잘못되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방향을 수정하고 새 목표를 세우고 시간과 자원을 선택적으로 투자하게 되었다.

17. 내면적 무의식을 드러내는 일을 포함하여 무엇이든 하겠다는 결의가 있었다
상담이나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감추었던 감정과 옛 상처들을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은 무슨 병이라도 치유 받을 수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자신의 자연치유력을 소멸시키는 사람이다. 만약 자신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병자이다.

18. 현실과 죽음을 초월하는 순수한 믿음이 있었다
말기암환자가 완치를 소망하고 말로 표현하는 것은 현실도피가 아니다. 당연한 소망이며 정직한 자신의 욕구와 직면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현실을 인정한 채 자신이 소망하는 것을 담대하게 말하고 그 소망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은 분심 없는 순수한 믿음이다.

19. 인정이 많고 사랑이 충만하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동체를 적극적으로 찾았다
당신이 어떻게 해야 암을 이길 수 있다고 가르치는 곳이 치유공동체가 아니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고통을 같이 아파하고, 슬픔을 같이 슬퍼하고, 기쁨을 크게 기뻐해주는 공감하는 공동체가 치유공동체다. 사랑은 함께 있어주고 공감해주고 몸으로 봉사하고 애정 어린 터치가 있는 행동이다.

20. 기꺼이 하는 희생의 심리학을 추구하였다
내키지 않는 희생을 하면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고 무의식적 희생의 대가로 질병이 생긴다. 반면에 심리적 정신적 성장을 위해 희생을 기꺼이 치러낸다면 병의 진행을 역전시킬 수 있다. 즉 종양을 위해 사용되던 상한 감정의 에너지가 면역을 위한 긍정적 감정에너지로 전환되어 종양을 치료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21. 증오와 분노를 초월하고 사랑하는 능력을 회복하였다
마무리되지 못한 감정은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막는 대표적 장애물이다. 또한 자신의 자연치유력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근원적인 암의 원인이다.

22.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쉬지 않고 나아갔다
치료과정 중 높은 장애물(통증, 다양한 몸의 불편감, 감정적 장애, 불신, 외로움과 두려움 등)을 만났을 때 무조건 대항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 극복한 사람들이 많다.
인생의 목표까지 가는 길은 매우 다양하다.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야할 방향이 어디인지가 더 중요하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여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만이 병을 극복한다.

23. 지금 해야 할 일만 생각하고 집중하였다
추천할 만한 좋은 방법은 감사노트를 쓰는 것이다. 매일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하여 감사해보라. 좋았던 일도 감사하지만, 좋지 않았던 일도 감사하다고 써보라. 하루 중 사소한 것부터 비교적 중요한 것까지 5~10개 정도의 기억나는 사건을 떠올리고 자신의 말과 글로 감사하다고 써보라. 매일 매일이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또 내일 경험할 일들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날 것이다.

24. 희망이 곧 생명이다. 한 순간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들은 암으로 죽은 사람이 아니었다. 암을 가졌지만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분명한 사람들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지만 오늘 살아있기 때문에 내일의 희망을 품고 있었으며, 육체만의 한계적 생명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품고 살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 당연하고 극히 자연스러워 보였다. 죽는 순간까지 이들은 영원한 소망을 간직하고 눈을 감았다.

암을 이긴 예외적인 사람들의 특징들은 다 역설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절망을 정면으로 경험하면서 새로운 변화라는 희망을 바라보았고, 슬픔 한가운데서 무감각해지는 대신 작은 것에 크게 기뻐할 줄 알았다. 감추고 싶었던 상처와 실패를 오히려 드러내어 영광의 훈장이 되게 하였다.

이런 역설적인 삶은 엄밀한 의미에서 교육의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피나는 훈련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삶은 더 이상 노력이란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깨달아 질 때, 자아의 집착이 포기되어질 때, 문득 그 시점에서 번득이며 받아들여지는 진정한 지혜다. 이런 지혜는 몸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영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몸의 방법들이 포기되었을 때 비로소 영으로부터 온 지혜가 몸까지도 관통하여 새로운 삶, 역설의 삶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뒤로월간암 201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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