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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와 인간
고정혁기자2011년 06월 29일 10:57 분입력   총 88046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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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일본 동쪽의 바다에서 진도 9.0의 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거대한 해일로 일컬어지는 쓰나미가 일본의 동쪽 해안을 덮쳤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이는 화면과 사진들은 우리 인간의 존재가 자연 앞에서 얼마나 미약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번 지진은 자연의 재해이지만 인류의 오만에 대한 자연의 경고이기도 합니다.

지진 이후에는 더욱 힘든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해안가 마을에 있던 원자력 발전소가 피해를 입어서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으며, 목숨을 건졌지만 집과 생활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거대한 체육관을 수용소로 삼아서 추위와 허기를 참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지, 바다에 휩쓸려갔는지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자연의 커다란 출렁임 앞에서 우리 인간의 존재는 너무도 무기력합니다. 인간 고유의 권한인 선택의 자유가 사라지면서 우리의 존재를 자연에 내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인간의 가장 큰 실수는 자연을 도외시하고 심지어는 자연을 적으로까지 간주하는 오만입니다. 인간으로서 인위적인 물건을 만들어 내고,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도 자연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진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슬픔에 잠기겠지만 그렇다고 지구를 미워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소가 망가지면서 나오는 방사선은 발전소 주변의 피해뿐만 아니라 범지구적인 재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선이 기류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을 지나 유럽까지 도달했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입니다. 미량의 방사선이라도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그 피해가 본인뿐만 아니라 후대에까지 이어져서 시간이 지날수록 인류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상상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일들이 바로 이 시간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일을 직접 겪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무서운 경험들로 인해 커다란 상처가 마음속에 남게 됩니다. 집단적으로 생기는 이런 마음의 상처가 어떤 이들에게는 이겨내고 더 성장하는 과정일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로 남아서 평생을 그 안에 갇힌 채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언제나 고통을 통하여 진화하여 왔으며 고통을 겪으며 더욱 성숙한 사람으로 발전합니다. 또한 인간은 이런 자연재해 앞에서 더욱 화합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능력이 있습니다.

나 혼자만의 개인은 원자력 발전소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법을 지키면서 생활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삶도 그렇게 평탄한 생활을 하고자 하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자력 발전소는 붕괴되어 가고 그에 따라서 방사능 수치가 올라갑니다. 수 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이 검출 되고 있습니다. 결국 나에게 봉착한 문제는 인류 전체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옛 성인들은 세상 모든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라고 이야기했나 봅니다.

이런 커다란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는 신에게 더욱 의지하는 마음을 갖고 기도를 합니다. 기도는 우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 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며, 더 큰 용기를 가슴 속에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의심을 품을 수 있지만 결국 우리는 나 자신에게만 기댈 수 없으며 더 큰 존재에 의지하는 미약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람 인(人)자가 그렇듯 서로가 가장 큰 힘이고 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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