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특집기사
원전사고와 암 발생
고정혁기자2011년 08월 25일 16:56 분입력   총 881321명 방문
AD

체르노빌 사건, UN보고서 참여한 연구소의 견해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지 25년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원전사고로 방사선 낙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다.

일본은 아직도 원전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방사선 전문가들은 일본의 과학적, 정치적 역량을 고려하면 일본의 원전사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자세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랜싯 종양학 잡지에 기고한 논평에서 버펄로의 로스웰 파크 암연구소의 모이시크와 머카티,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할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1986년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 때보다 핵 재앙으로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더 많은 점을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체르노빌 사건의 여파에 관해 UN이 2002년에 처음으로 작성한 주요 보고서를 작성하고 기존에 발표된 자료들을 요약하는 일에 참여했다. 체르노빌 사태에 관한 이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체르노빌 사태로 인한 영향, 제대로 연구되지 못해

(1) 체르노빌 사태의 결과로 암이 발생한 것에 대해 과학적인 논문들이 많이 발표되었지만, 현재로는 체르노빌 사태가 건강에 미친 영향을 추정하는데 의견이 전혀 모이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난관으로 체르노빌 사태는 완전하고 정확하게 보도조차 되지 않아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아직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 체르노빌 원자로는 사고 당시 격납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폭발하면서 발전소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 그 폭발로 핵분열 생성물과 함께 8~180톤의 핵연료가 대기로 방출되었고 북서풍을 따라 비산되었다. 그러나 사고 후 처음 며칠 동안 방사선 양을 제대로 측정해서 계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출된 핵연료의 정확한 양조차도 알아낼 수 없게 되어버렸다.
(3) 체르노빌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상당량의 방사능이 약 3주 동안 방출되었다. 폭발 당시 몇 사람의 작업자가 사망했고 약 100명의 소방관이 화재진압 과정에 광범하게 방사선에 노출되었고 또 100~200명의 작업자들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들 중 약 30명이 먼저 사망했고 또 다른 14명은 그 후 10년 안에 사망했다.
(4) 그러나 체르노빌 사태로 장기적으로 암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불명확하다. 체르노빌 사태와 관련해서 발생한 암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은 주로 어린아이들의 갑상선암에 국한되어 있고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그 수가 훨씬 적다.
(5) 어린아이들의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체르노빌 사태의 여파로 많은 암이 발생했다고 믿을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다.
(6)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소아 백혈병과 유방암 발생이 증가했다는 보고서들이 있지만, 그런 연구결과에 여러 가지 결함이 있어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7) 2차 대전 중에 원자폭탄 투하로 방사능과 관련된 위험요인들을 평가한 일본의 수명 연구 자료에 의하면 유방암 발생위험이 가장 큰 여성들은 원폭 투하 당시 사춘기의 여성들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다른 민감한 시점은 원전 사고 당시에 수유를 하고 있었는지 여부이다. 수유모는 유방 조직이 방사선핵종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체르노빌 사태 이후에 유방암 발생이 증가했다는 연구는 사고 당시에 사춘기에 있었던 여성들에 초점을 맞추어서 역학적인 분석연구를 추가로 실시했어야만 했다.
(8) 체르노빌 사태 이후에 확실하게 연구를 할 수 없었던 이유는 1991년에 소련연방이 붕괴해서 정치적으로 불안했고 또 체르노빌 사태로 가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된 소련의 신생 독립국들이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원은 현재의 일본의 위기 사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1) 방사선 요오드와 세슘에 노출되는 것을 제한하고 또 오염된 지역을 고립시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 어린이들과 젊은 사람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있다. 과거의 자료에 의하면 어린 나이에 노출되면 갑상선암과 같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을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미래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철저히 연구 분석해야
이들 연구원들은 일본의 상황은 체르노빌과는 다르고 따라서 원자력 발전소의 대규모 사고를 보다 더 광범하게 검토해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런 연구를 통해 밝혀지는 점들이 일반인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는데 도움이 되고 공중보건 관료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되돌릴 방법은 없다. 현재로는 하루라도 빨리 사태를 수습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그 여파를 철저하게 연구 분석해서 미래의 교훈으로 삼을 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 그런 연구의 핵심은 원전사고가 암 발생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가라는 점이다. 체르노빌에서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지만 후쿠시마에서는 확실하게 한 수를 배워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Kirsten B Moysich, Philip McCarthy, Per Hall "25 years after Chernobyl: lessons for Japan?" Lancet Oncol. May 2011, 12(5):416-418,

뒤로월간암 2011년 6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