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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과 해열제
고정혁기자2011년 08월 26일 17:22 분입력   총 88294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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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폐렴·쓸개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 암·백혈병과 같은 악성종양, 류머티스성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등 특정 질환에 걸렸을 때만이 아니라, 가벼운 질병에 걸리거나 단순히 피로할 때도 몸에서 열이 날 때가 많다. 이때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조차도 해열제를 사용해서 조금이라도 열을 내리는 데만 혈안이 되는데,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요법이다.
물론 감기나 기관지염으로부터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항생제나 해열제를 투여하면 바로 몇 시간 뒤부터 열이 내려가 몸이 편해진다. 그러나 다시 병이 재발하거나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병을 치료할 때 열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점을 던져준다.

발열은 암도 낫게 한다
그러면 우리 몸에 열이 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 몸에서 만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백혈구의 활동, 즉 병원균을 탐색하고 살균하는 능력과 암세포를 먹어치우는 면역력은 체온이 평소보다 1℃ 내려가면 30% 이상 낮아지고, 반대로 평소보다 1℃ 올라가면 5~6배 높아진다. 따라서 어떤 병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병을 고치려고 하는 신체의 치유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은 꾸준히 있어왔다. 옛날에는 암을 비롯한 중병 및 난치병 환자들에게 일부러 류머티즘 같은 감염증에 걸리게 하여 치료하는 발열요법을 시행했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파르메니데스는 발열의 중요성을 알고 "환자에게 발열할 기회를 주시오. 그러면 나는 어떤 병이라도 고쳐보겠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예로,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로마 근교의 늪 지대 근처에서 말라리아가 대유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의 수상 무솔리니는 늪을 메워서 말라리아 박멸에 성공했지만, 그 후 20년 동안 암에 걸린 사람이 증가하였다. 바꿔 말하면 말라리아에 걸려 많은 사람이 고열을 앓던 시대에는 암 환자가 적었다는 의미다.

발열에 대한 중요성이 서양의학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866년 독일의 부시 박사에 의해서였다. 그는 암 환자가 단독(인쇄구균에 의한 피부 및 피하조직의 질환)이나 그 밖의 고열을 동반하는 병에 걸리니 암이 치유된 사례를 목격했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해 학계에 알렸다. 1900년대 초에는 미국 뉴욕기념병원의 정형외과 의사인 콜리 박사가 발열과 암의 치료에 관한 문헌을 폭넓게 검토한 결과, 수술조차 할 수 없었던 악성종양 환자 중에서 단독에 감염된 환자가 38명이었는데 이중 20명이 완전히 치료되었음을 발견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과 사례,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암에 대한 온열요법이 서양의학에서 성행하게 되었다. 온열요법은 암 전이가 진행되는 환자의 체온을 41.5~42.0℃로 높인 뒤에 2~10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인데, 이것을 1~2주마다 2~5회 정도 실시한다.

발열은 최고의 자연치유의 현상
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치료와 발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서양의학의 많은 의사들이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내과의 맥워크 박사는 "억지로 열을 내리는 것 때문에 병이 만성화되거나 악화하는 증례가 보고되고 있으니, 의사는 해열제의 사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발열이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때나, 열로 인한 악영향을 해열을 통해 줄일 수 있을 때에 한해서만 해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발열이 감염증에 걸린 환자의 저항력을 높여지는 예방도구라는 사실이 많은 증례를 통해서 증명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베스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센터 감염증과의 모렐링 Jr. 박사도 "해열 치료를 하면 안 되는 발열 증상은 많다. 열이 있으므로 열을 내리는 치료를 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노벨상을 받은 프랑스의 A. M. 르보프 박사는 다양한 실험을 거듭한 결과 "열이야말로 최고의 묘약"이라고 단언했다. 나 역시 일상적인 진료에서 관찰한 여러 가지 증례를 통해 발열이 얼마나 훌륭하게 자연치유력을 촉진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류머티스성 관절염 때문에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불편하고 보행하기도 어려우며 가슴도 제대로 쭉 펼 수 없었던 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가 어느 날 감기에 걸려 고열이 며칠간 계속되었는데, 자연적으로 열이 내린 후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가슴을 활짝 펼 수 있게 되었으며 손가락의 움직임도 좋아졌다.

또 아토피에 걸려 피부에서 냄새 나는 노란색 분비물이 나오고 부스럼, 긁어서 난 상처, 출혈을 동반하는 심한 증상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있었다. 어느 날 피부에 박테리아가 침입해 어깨, 겨드랑이 밑, 사타구니의 림프샘이 붓고 고열이 났는데 거짓말처럼 온몸의 피부가 깨끗해졌다.

여러 사례들을 통해 느꼈을 테지만, 발열과 자연치유의 관점에서 동양의학의 처방은 참으로 지혜롭다. 동양의학에서는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목 뒤가 뻐근하며 발열이 시작되는 감기 초기에는 칡뿌리, 마황, 생강, 계피, 대추 등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약으로 만든 갈근탕을 처방한다. 갈근탕을 먹고 20분 정도 지나면 몸이 따뜻해지고 열이 나면서 그대로 낫는 경우가 많다.
즉, 몸은 병을 고치려고 필요한 열을 내는 것이니 발열을 더욱 촉진해 스스로 병을 치유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두고 해열제를 써 열을 내리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두자.

<몸이 원하는 장수요법>, 이시하라 유미,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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