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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의료 전문가 로저 콜 박사를 만나다
고정혁기자2011년 08월 27일 15:44 분입력   총 88164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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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콜 박사가 내한했다. 인도에서 유래된 명상단체 브라마쿠마리스에서 초청하였고 마침 그의 베스트셀러인 <사랑의 인사>가 믿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내한 중 6월 14일 <이주희 이완연구소>에서 저자와의 강연회가 열렸다.
로저 콜 박사는 영국 사람으로 종양학 전문의였으나 1984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건강관련 전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죽음수업' 워크숍에 참가하게 된다. 이 워크숍에서 그는 깊은 영적 체험을 하게 되었고 종양학 전문의에서 완화의료 전문의로 인생의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그는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통증완화의료라는 분야와 암환자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죽음을 앞 둔 환자들이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평화에 이르는 길을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임을 깨닫고는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는 호주에서 완화의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가 그랬듯이 아픈 이들의 마음과 영혼의 치유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강연회의 내용 중 암환자와 관련된 질문과 그의 대답이다.

Q | 연세가 많은, 86세 암환자의 임종을 보았는데 그분의 얼굴이 천사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삶에 대해서 평화로운 모습이었고 떠나실 준비가 되었음을 얼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인가?.

로저 콜 | 바로 아름다운 죽음을 의미한다. 어떤 것에도 매달리지 않고, 저항하지 않고, 투쟁하지 않았다. 인도에 브라마코마리스 협회에 초대를 받아서 갔었다. 브라마코마리스는 라자요가를 하는 명상그룹이다. 그곳에서 요가수련을 하는 사람에게서 많은 사랑과 충족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곳 사람들은 모두 내면으로부터 그러한 사랑과 충족감을 갖고 있는 듯 했으며, 아주 높은 곳에 위치하여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졌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그런 수련을 한 사람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마음의 형태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천사와 같은 사람, 아름다운 존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임종을 지켜본 암환자 또한 그런 상태였다. 약 1/4 정도의 암환자는 아무런 고통과 통증 없이 임종을 맞는다.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죽음을 맞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보다 살아 있는 지금, 그런 상태를 찾아가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Q | 한국에서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자살이다. 영혼이 영원하다면 자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로저 콜 |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자살은 하나의 패러독스에 불과하다. 우리가 목격하는 대혼란 중의 하나일 뿐이다. 영혼은 보통 우리가 망각하고 있다. 마음은 몸에 의해서 조건화가 되어있다. 그래서 영혼이 몸에 의해서 인식하고 있는 상태이다. 혼돈은 언제나 극단에 이르러야 질서로 갈 수 있다.
개인적인 신념이지만 마음은 영혼과 같이 있다. 우리의 오류는 육체가 "나"라고 생각하는 데에 있다. 육체가 "나"라고 생각을 하면 우리는 유한하므로 죽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은 필연적으로 불행한 결말을 갖고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잊게 만든다. 자살을 하게 되면 영혼은 굉장히 혼란스러워하며 남은 사람들에게 많은 슬픔을 안겨준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슬픔도 떠난 영혼에게 전달된다.
사실 육신의 생명은 끝났지만 영혼은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의 존재는 영원하다. 다만 지금 이 몸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죽은 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는 모두 영원하며, 지금이나 죽은 후에도 그러할 것이다. 몸이라는 착각이 슬픔을 주지만 우리는 행복하게 이 생을 마쳐야 될 의무가 있다.
우리가 자살을 한 영혼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 영혼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 영혼들에게 빛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명상을 하면 좋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영혼은 반드시 어딘가에 있다.

Q | 아는 분이 대장암으로 투병하고 있는데 재발을 했다. 그분과 얘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아프지 않은 내가 아픈 환자에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로저 콜 박사는 이런 마음에 대해서 어떤 느낌을 갖는가?

로저 콜 | 천 명쯤 임종하는 것을 지켜보면 괜찮아진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상황에 대해서 명확하게 대처할 수 없다. 그런 혼란스러움에서 우리는 대체로 무력감을 느낀다. 그럴 때 우리 주변에는 우리를 엿보는 괴물 같은 것들이 돌아다니는데 그게 바로 죄책감이다. 죄책감은 어디서든지 우리를 엿보며 침입한다.
그러나 암환자들은 일상적으로 대우받기를 원한다.
이곳에 오기 전 홍콩에서 암환자를 만났는데 그 환자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 대우하는 것에 불만과 불안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병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평범하게 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암과 같은 병에 걸리기 전에는 죽음에 대해서 농담을 하며 웃는 일이 별로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암에 걸리면 그런 농담이 금기시 되는데 정작 암환자는 그것이 더 못마땅한 것이다. 웃으면서 농담할 수 있다면 암환자들은 더 정상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암에 걸렸다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상태로 있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죄책감이라는 괴물이 내면에서 스멀거리면 그 괴물에게 웃기는 마스크를 하나 씌워버리고 가라고 하면 된다.
우리의 삶은 배움이고,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은 용감한 일이다. 사람을 돕기 위해서 용기를 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실수를 알았을 때 우리는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암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평범하게 대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더욱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Q | 암환자는 일상적으로 평범하게 대해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는 반면 암환자로 특별함을 원하는 마음도 동시에 갖고 있지 않은가?

로저 콜 | 암환자는 병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된다. 환자와 같이 있을 때는 그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삶이나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나는 그저 잘 들어 주기만 한다. 환자가 어떤 식으로는 믿음을 갖고 있다면 갖고 있는 그 믿음으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 주기만 해도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며, 환자의 믿음과 나의 믿음과 근접해 있다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항상 생각해야 되는 것은 우리가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시간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Q | 죽음은 모든 사람의 문제이다. 암환자나 자살을 염두에 둔 사람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열린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은가?

로저 콜 | 우리가 어떤 영성을 가지고 있건 그것은 우리의 태도에 그대로 나타난다. 우리의 태도는 우리의 성질을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의 신념이 강하면 우리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우리의 태도는 남들을 대할 때 상대편에 스며들게 된다. 그래서 나의 태도는 상대편과 의사소통이 된다.
예전에 호주 TV에 달라이라마가 출연한 적이 있었다. 시청자들은 달라이 라마에게 삶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했다. 그 프로에서 인터뷰를 했던 리포터가 마지막으로 한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달라이 라마, 당신은 인생을 살면서 조그마한 실수라도 하지 않습니까?"
이 질문에 달라이 라마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다.
"나는 살면서 때때로 조그마한 실수를 합니다. 그리고 그 실수를 느끼면서 아주 큰 믿음, 큰 그림을 봅니다. 그러면 그 일들이 조용히 없어집니다."

이 대답의 의미는 그 작은 실수, 작은 그림에 자기 자신을 놓치지 말라는 의미이다. 인도에서는 "다르마"라는 단어가 있는데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삶의 방식"이라는 뜻이고 또 하나는 "본래의 존재 방식"이라는 뜻이다. 내가 세상을 볼 때 내 본래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아야 하며 그것이 각자 삶의 방식이다. 그러면 크게 잘못될 일이 없다.

Q | 암과 투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면?

로저 콜 | 암환자에게 가장 큰 희망은 지금 자기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아는 데에서 희망이 나온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줄 필요가 있다. 정확한 정보를 얻었을 때 불안이 줄어들면서 희망을 얻게 된다. 불안정감에서 오는 두려움과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오는 두려움은 차원이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 제일 크다. 그런데 사실 두렵게만 느껴지던 상황이 닥쳐왔을 때 무사히 그 순간을 통과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는 의존성이 서서히 약해지고, 임종하기 전 며칠 정도만 남에게 의존하게 된다.
희망은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정확히 알려주고 교육시키는데 있다. 교육을 잘하면 지금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쉽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모든 일들이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데, 그 상상은 현실보다 더욱 어렵고 힘든 상상이 많기 때문이다.

뒤로월간암 201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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