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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위암에 더 잘 걸리는 이유
고정혁기자2011년 09월 26일 15:27 분입력   총 88042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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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염증으로부터 여성 보호한다

위암, 간암, 대장암을 포함한 몇 가지 유형의 암은 여성들보다 남성들에게 훨씬 더 흔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음식이나 흡연 같은 생활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남녀 간에 기본적인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해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증거를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연구결과가 최근에 MIT 공대의 연구진에 의해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실험동물 수컷을 에스트로겐으로 치료해보니 위암 발생률이 엄청나게 감소했고, 특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으로 인한 만성 염증으로 야기되는 위암이 그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에서는 또 어떻게 에스트로겐이 위암을 막아주는지도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의사들이 에스트로겐으로 남성을 치료할 가능성은 없지만 에스트로겐의 암 억제 효과를 모방하는 치료제는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MIT 공대 연구진은 믿고 있다.

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암 사망 원인의 2대 요인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는 사람들보다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이 병균에 감염되면 감염을 억제하는 면역반응이 일어나지만 위염이 생길 수가 있고, 위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 그게 위암을 유발하게 된다. 그런데 에스트로겐이 여성들을 이런 종류의 염증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갱년기가 지연되어 출산능력이 높아진 여성들은 위암 발생 위험이 낮고, 유방암 치료약인 타목시펜같이 에스트로겐의 활동을 차단하는 약품은 여성들의 위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 또 난소를 제거한 실험동물은 에스트로겐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되어 위암을 방지하는 능력을 상실해버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타목시펜도 에스트로겐과 같은 효과 발휘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실험동물이 위염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 후에 에스트로겐을 투여해보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어 위염이 생긴 수컷을 에스트로겐이나 타목시펜으로 치료해보고, 암컷은 타목시펜만으로 치료하거나 아니면 치료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타목시펜이 암수 모두에게 에스트로겐의 보호효과를 제거해버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이나 타목시펜이나 혹은 이 2가지로 치료받은 수컷은 위염에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위암에 전혀 걸리지 않았고, 이런 약품으로 치료받지 않은 수컷은 40%가 위암에 걸렸다. 또 타목시펜을 투여 받은 암컷들은 타목시펜을 투여 받지 않은 암컷과 위암 발생률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연구결과는 예상치도 못한 것으로 위장에서 타목시펜이 에스트로겐을 차단하지 않고 오히려 에스트로겐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MIT 공대 연구진은 어떻게 에스트로겐과 타목시펜이 위암을 막아주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어떤 유전자가 과잉 발현하는지를 조사해본 결과 세포운동과 면역세포 동원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단백질인 CXCL1이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인간의 경우 이에 상응하는 신효전달 단백질은 IL-8로 이 단백질이 흔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한 면역반응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연구진은 만성적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CXCL1의 생산을 자극해서 호중구와 대식세포와 같은 면역세포를 끌어들이고 그로 인해 염증이 촉진되고 결국은 위염과 위암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또 에스트로겐이 이런 면역세포의 동원이나 활동을 저해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CXCL1의 활동을 억제하는 분자를 개발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암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암이란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에스트로겐이 유방암을 야기하는 1가지 주요한 요인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에스트로겐이 위암 발생을 막아준다니 에스트로겐에 대해 이래저래 생각이 헷갈려버린다.

출처: A. Sheh, et al., "17(lowercase beta)-estradiol and Tamoxifen prevent gastric cancer by modulating leukocyte recruitment and oncogenic pathways in Helicobacter pylori-infected INS-GAS male mice" Cancer Prev Res doi:10.1158/1940-6207.CAPR-1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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