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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번째 월간암을 만들며
고정혁기자2011년 09월 30일 11:15 분입력   총 88076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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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암(癌)을 창간하고 5년이 흘렀습니다. 첫 권을 만들면서는 앞으로 60번째 책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덧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책을 만들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 의료시스템의 일방통행을 목격하고 있으며, 암은 몸의 병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병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젊은 암환자가 처자식을 뒤로 한 채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도 지켜봤고, 5년 전 병원에서 3개월 진단 받은 간암 할머니가 5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의 사진을 페이스 북으로 보내주실 때는 실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5년 전 함께 "암환자지원센터"를 만들고 지켜온 많은 암환자들이 먼 길을 떠나고, 저는 아직 일반인으로 월간암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처음 "암환자지원센터"에서 월간암을 발행할 때는 상황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인쇄비조차 없어서 십시일반 투병하는 암환자들이 보내주시는 비용으로 충당했으며, 몇몇 실무진이 매월 책을 만들기 위해서 애를 썼습니다. 경험이 많고 암에 대해 노하우를 지닌 암환자들이 책을 제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외국의 논문이나 자료들을 번역하셔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동안 표지에 나왔던 분들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암환자의 사는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암을 진단받고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모습을 통해서 "암과 함께 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표지에 나왔던 많은 암환자들과 그 외에 같이 시간을 보냈던 많은 분들이 이제는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또한 예전에는 계절마다 투병 중이신 분들과 같이 암환자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몇 년 전에 진행했던 캠프가 문득 떠오릅니다. 어느 산 속에 있는 펜션을 빌렸는데, 저녁들 맛나게 드시고 밤이 되자 산 속에 전기선을 끌어다 노래방 기기를 설치했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산골 밤하늘을 달빛과 백열등 하나로 불을 밝히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때 암으로 몸 상태가 워낙 좋지 못하여 제대로 걷지 못하는 어르신이 참석하셨는데 동병상련의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시더니 어느새 지팡이를 치우고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임시로 맺어진 짝과 함께 브루스를 추시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그때만큼은 암의 통증도, 나이도 다 잊으셨다고 합니다. 그날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서로의 인생과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대화를 나누며 종교에서 주는 교훈보다 더 진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모두가 친구이며, 동지였습니다.

암과의 투병은 암과 함께 전쟁과 휴전을 반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한 번 진단을 받으면 주홍글씨처럼 나의 몸과 마음에 새겨져서 평생을 같이 보내야하는 존재입니다. 어느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더 큰 고통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두려움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죽음과 고통을 바라보면서 초연하고 담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래서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의 의지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벗과 함께라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그렇게 60번의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사이 결혼을 했고 아이 셋을 두었습니다. 고만고만한 아이 셋을 돌보는 일은 힘들지만 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우리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도 신의 뜻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투병하는 많은 분들과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보며 많은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하루가 새삼 감사합니다. 그리고 먼저 가계신 임들이 그립습니다.

앞으로의 5년을 상상해봅니다.
암이라는 병이 우리에게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아서 월간암이 사라지기를 꿈꿔봅니다. 이런 바람이 현실이 될 날이 올까요? 힘없이 더는 안 보내셔도 되요 하는 구독 중지 전화보다 몸에 암이 없답니다 하고 밝은 목소리로 구독을 중지 요청을 하는 전화를 많이 받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저희 월간암을 구독하는 많은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뒤로월간암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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