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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기생충인가?
고정혁기자2011년 10월 28일 22:22 분입력   총 87627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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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들은 암이 자신들의 몸을 장악하고 있는 기생충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학 분자 세포생물학 교수인 피터 듀스버그에게 이는 단순한 비유 이상의 것이다. 그는 암종양이 기생체라고 주장한다. 암종양 하나하나가 새로운 종으로 대부분의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영양분을 숙주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이외에는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때로는 숙주에 해를 가한다고 한다.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듀스버그와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은 발암 즉 암이 생기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종형성 즉 새로운 종의 진화라는 자신들의 이론은 설명하고 있다. 듀스버그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1) 암은 복잡한 것으로 따지자면 박테리아 수준이지만 여전히 자율적이다. 즉 암은 생존하기 위해 다른 세포에 의존하지 않는다.

(2) 인체 내의 다른 세포들은 명령을 따르지만 암은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와 시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성장할 수 있다.

(3) 이런 점들이 바로 종의 특징이다.

(4) 암에 대한 이런 새로운 관점은 암의 성장과 전이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어쩌면 치료방법이나 신약 표적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5) 게다가 새로 진화한 암의 망가진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볼 수가 있기 때문에 더 일찍 암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암이 생기는 것이 새로운 종이 진화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세기 후반에 여러 명의 생물학자들이 그런 점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56년에 진화생물학자인 쥴리언 헉슬리가 신생물 형성 과정이 자율성의 한계를 넘어서면 그로 인해 생기는 종양은 논리적으로는 새로운 생물학적인 종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라는 글을 썼다.
또 작년에는 런던지역 암 프로그램과 웨스턴 온타리오대학의 마크 빈센트 박사가 진화란 잡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발암과 암세포의 클론진화는 엄격한 다윈적인 관점에서 보면 종이 분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빈센트는 언론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1) 암의 진화는 부분적으로는 암의 게놈이 다른 종의 게놈과 같이 안정된 게놈이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면 메뚜기의 진화와는 다른 듯하다.

(2) 가장 어려운 문제는 암이 무엇이 되었는가 이다.

(3) 핵형(核型)에 근거를 두고 있는 듀스버그의 주장은 종의 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는 나의 주장과는 다르지만 서로 상충하지는 않는다.

빈센트는 전염할 수 있는 암이 알려진 것은 3가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머니곰 안면종양증은 기생적인 암으로 주머니곰을 공격해서 죽이는데 암이 암세포를 통해 주머니곰에서 다른 주머니곰으로 전염이 된다. 이와 유사한 기생적인 또 다른 암은 개 속의 전염성생식기종양으로 개가 처음으로 가축화되었을 때부터 나타난 게놈을 가지고 있는 단 1개의 암세포를 통해 개들 간에 전염이 된다. 3번째 전염 가능한 암은 햄스터에게서 발견된다. 빈센트는 암이 성공적인 기생충이 되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듀스버그의 주장은 돌연변이가 된 소수의 유전자들이 세포를 무한정 성장하도록 하면 종양이 생긴다는 암에 관한 통설이 틀렸다는 가설에서 연유한다. 그는 염색체가 망가져서 복제/삭제/파손이 되고 또 다른 염색체들이 손상되어 수만 개의 유전자의 균형이 변하면서 암이 생기게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암이 생기면서 세포는 완전히 새로운 특징을 갖게 되는데 그게 바로 새로운 발현형이라는 주장이다.

암전문의인 빈센트는 돌연변이를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서 수십억 불 규모의 제약업계를 떠받치고 있는 돌연변이 이론을 듀스버그가 비판한 것이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빈센트는 극소수의 암만 표적치료제로 완치가 되었고, 심지어 약품이 환자가 6개월이나 9개월을 생존하도록 도와주더라도 암세포가 그런 약품을 회피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경우가 흔하다고 밝히고 있다.

염색체 손상은 이수배수체(二數倍數體)라고 하는데, 이게 질병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다운증후군은 인간의 염색체 23쌍 중 하나인 21번 염색체의 세 번째 복사체로 생긴다. 암 돌연변이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암세포가 이수배적인 것은 암으로 인해 생긴 결과이지 암의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모든 암세포는 이수배수적라고 듀스버그는 밝히고 있다.

듀스버그의 이론의 핵심은 초기에 생긴 일부 염색체의 돌연변이가 세포의 염색체들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일부 염색체를 파괴하거나 혹은 염색체를 추가로 복제해버린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세포는 죽게 되지만, 드물게는 그런 손상된 염색체가 계속 분열해서 그런 손상을 영구화하고 악화시키게 된다. 이런 세포가 수십 년 동안 계속 분열하면 많은 세포들은 생존할 수가 없지만 극소수는 계속해서 자기 마음대로 분열할 수가 있어서 암의 씨를 뿌리게 된다. 듀스버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암이 계속 분열해서 비교적 안정된 염색체 형태인 핵형(核型)을 만들어낼 수가 있기 때문에 암은 새로운 종이다. 이런 핵형은 숙주가 되는 인간의 염색체 형태와는 다르다.

(2) 모든 생명체가 안정된 핵형을 가지고 있고, 모든 세포가 개개 염색체와 똑같은 복사체를 2개나 혹은 4개를 가지고 있지만, 암은 더 유연하고 예상할 수 없는 핵형을 가지고 있고 그런 핵형은 숙주의 온전한 염색체뿐만 아니라 염색체의 일부나 변형된 염색체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3) 만약 사람이 자신의 핵형 즉 염색체의 수와 배열을 바꾸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죽거나 혹은 섹스를 할 수 없게 되거나 혹은 매우 드물지만 다른 종이 되어버린다.

(4) 그런데 암세포들은 그냥 분열만 해서 개체수를 늘릴 수가 있어서 번식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분열을 일으키는 유전자만 온전하면 암세포는 많은 염색체가 손상되거나 불균형이어도 생존할 수가 있다. 바로 이런 손상되거나 불균형인 염색체가 이수배수적인 세포에서 발견된다.

(5) 핵형은 암세포가 분열하면 변한다. 염색체가 손상되어 똑같은 염색체를 복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형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유연하다. 유연하지만 그런 범위 내에서만 안정을 유지할 수가 있다.

듀스버그와 그의 동료들은 세포의 핵형의 이수배수적인 성질과 많은 세포배양을 거치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는 핵형 그래프를 개발했다. 이 핵형 그래프를 이용해서 듀스버그의 연구진은 많은 암들을 분석해서 특정한 암 계통의 모든 세포들의 핵형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지만 다른 암의 핵형과는 완전히 다르고 심지어 같은 유형의 암이라도 다른 환자의 핵형과도 완전히 다른 것을 입증했다.

가장 좋은 실례가 헬라세포이다. 헬라세포는 1951년에 헨리에타 랙스란 젊은 흑인 여성의 자궁경부암에서 채취한 것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암세포주이다. 이 암세포주는 60년 동안 분열을 하고 있지만 비교적 안정된 핵형을 유지하면서 지금도 분열하고 있다.

세포가 자율성의 한계를 넘어서면 그 세포는 새로운 종이 되는 것이라고 듀스버그는 밝히고 있다. 헬라세포는 실험실에서 진화하면서 지금은 아마도 처음에 생겼을 때보다 훨씬 더 안정적일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암세포의 개별적인 핵형은 다른 종의 핵형과 유사하다고 듀스버그는 부언하고 있다. 생물학자들이 대부분의 종의 핵형의 특징을 밝혀내지는 않았지만 2개의 종이 동일한 수와 동일한 배열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고릴라와 인간은 유전자의 99%가 동일하지만 핵형은 다르다.

듀스버그는 자신의 종분화 이론이 암의 자율성, 끝없는 증식, 유연하지만 비교적 안정된 핵형을 설명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론이 최초의 이수배수화와 본격적인 암 발생 간의 긴 잠복기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잠복기가 긴 이유는 자율적인 핵형이 진화해서 생길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어쩌면 엑스레이나 담배 혹은 방사선이 당신의 핵형을 불안정하게 해서 결국은 핵형을 바꾸어버리거나 혹은 핵형이 살아남지 못하도록 해서 이수배수체 즉 염색체가 손상되기 시작한다고 듀스버그는 설명하고 있다. 드물지만 생존 가능한 암의 이수배수는 실제로는 새로운 종의 핵형이라고 그는 부언하고 있다.
그는 암 발생은 곧 종 분화라는 그의 이론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촉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예를 들면 빈센트는 암이 생존의 한계선상에서 게놈의 유연성과 끝없는 분열능력을 유지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암세포를 더 빠르게 진화하도록 밀어붙이면 생존의 한계선을 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빈센트의 생각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도 아직까지 암이 무엇인지 왜 암이 생기는지를 확실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암이 무엇인지 왜 암이 생기는지조차도 모르면서 암을 치료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연구가 부실한 이유는 그런 연구를 해본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듀스버그나 빈센트는 그들의 이론의 진위를 떠나 매우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주장은 암은 기생충 같은 존재로 끝없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끝없이 계속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장점이 되지만 또 약점이 될 수가 있다. 즉 더 빨리 분열해서 진화하도록 만들어버리면 스스로 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서 자멸해버릴 수가 있다. 어쨌든 듀스버그와 빈센트의 주장과 이론은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암을 치료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하고 그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되돌아보면 기존의 암 치료방법은 사실상 모두 실패한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이론에 바탕은 둔 새로운 접근법으로서만 암을 완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1) P. Duesberg et al., "Is carcinogenesis a form of speciation?" Cell Cycle 10(13): 2100-2114.
(2) M. D. Vincent "The animal within: carcinogenesis and the clonal evolution of cancer cells are speciation events sensu stricto" Evolution 64(4):1173-1183.

뒤로월간암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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