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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의 기대
고정혁기자2011년 11월 10일 16:42 분입력   총 86998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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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서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낮은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서민들은 물질적으로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난이 각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우리 사회가 가난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결정하는가에 따라 좌우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좋은 마음이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모두들 부자가 되려고 애를 쓰고 갖고 있는 돈의 양에 따라 사회적인 계급이 나눠집니다. 특히, 집안에 중병이나 만성으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생기면 돈 없는 사람은 아프지도 말아야한다는 말이 그야말로 뼈에 와 닿습니다.

요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허기진 영혼을 돈이나 물질로 채우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돈 버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깁니다. 우리들의 행복이 물질의 획득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민주사회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계급이나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역사를 놓고 보았을 때 사람마다 계급이나 지위가 없던 시절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왕족과, 양반, 일반서민이라는 세 가지의 가장 큰 계급이 있었고, 서양 사회도 귀족과 성직자, 농사꾼 등의 지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농사를 짓는 일반 서민이라 해도 사회적으로 존중 받았으며, 귀족이나 성직자들은 농사꾼들이 있어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그들이 일을 하기 때문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관념이 있어서 그들을 존중해주었습니다.

또한, 양반은 양반을 낳고, 종은 종을 낳는 시대에는 누구도 자신의 그런 지위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지위는 신이 정해준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지위를 벗어나려는 생각을 대부분 하지 못했습니다. 계급 사이의 틈이 일개 개인이 깨버리기에는 너무도 확고해서 오히려 체념하고 운명에 순응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물질문명과 과학이 발전하고 민주사회가 되면서 우리의 생각은 신이 정해준 운명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에는 그에 부합하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확고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전에는 신이 정해주는 운명이었다면 지금은 돈이나 학력이 정해주는 운명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목숨을 거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은 부자가 대접받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부자 한 명이 그 밑에 거느린 모든 직원을 먹여 살린다고 하고, 부자들이 지출을 하기 때문에 나라가 돌아간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은 언제나 부자들에게 기대어 삶을 지속한다는 생각입니다.

예전과 같이 사람의 신분이 계급으로 나뉘어져 있는 시대에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신분과 계급이 사라지고 나서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정치를 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그런 희망을 갖고 삶을 살아갑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사회도 누구나 능력에 따라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큰 꿈과 기대를 갖고 살 수 있는 민주국가입니다. 그래서 꿈이라는 것은 삶을 지속시키는 에너지이자 생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자라나는 아이들부터 어른에게까지 꿈은 이루어진다는 교육을 통해 삶에 대한 기대치를 높입니다. 진정으로 삶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사람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그리 높지는 않을 듯합니다. 최근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 내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돈이 없어서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아이에게 큰 상처를 주고 그 부모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암이라는 병이 우리 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생겼습니다.

"심하게 병든 사회에 잘 적응한 몸이 얼마나 건강할 것인가!"라고 이야기한 인도 성자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이를 낳고 3개월의 출산 휴가를 끝내고 직장에 출근하는 워킹맘들이 많습니다. 아이는 어린이 집에 맡기는데, 그나마 서민에게는 국가에서 어린이 집 비용을 어느 정도 보조해 줍니다. 아이가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엄마, 아빠'가 아니라 '원장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서민의 건강한 생활이 건강한 사회를 만듭니다. 돈의 양이 행복의 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병은 공평하게도 부자나 가난을 따지지 않고 찾아옵니다. 그런 면에서 신은 공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치유의 기쁨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따지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최고의 부자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췌장암으로 투병하다가 영면했다는 소식은 며칠이나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했습니다. 그 사람은 어려운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하여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지만 50대 중반의 나이에 암으로 결국 삶을 마감했습니다.
암에 걸렸는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암을 돈으로 고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삶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에게 축복이며 그래서 행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였다고 하여도 이 사실 하나만은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가난해도 큰 행복을 누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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