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
-> 현대의학
맞춤치료 항암제 게임의 룰이 변하고 있다
고정혁기자2011년 11월 29일 14:56 분입력   총 864314명 방문
AD

FDA 맞춤 항암제들 승인, 의학의 전환점 될 것

지난 십수 년 동안 맞춤치료 항암제는 두어 개밖에 되지 않았다. 1998년에 유방암 치료제로 지넨테크가 개발한 허셉틴이 나왔고 2001년에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을 노바티스가 개발한 정도이다. 그런데 지난 8월에는 FDA가 여러 건의 맞춤 항암제를 서둘러 승인했는데 이게 맞춤 의학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제약업계는 오랫동안 맞춤 치료제에 대해 입에 발린 말만 했는데 이제는 많은 제약업체와 바이오테크 회사들이 정말로 자신들의 방법을 바꾸어서 대중들을 위한 평범한 제품에 만족하기보다는 소수의 특정한 환자들에게 아주 효과가 있는 약품을 만들어내기로 한 듯하다.

지난 40년 동안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의 암 치료제 신약들은 신통치가 않았다. 많은 암 치료제가 환자의 3분의 1이나 4분의 1로 종양 크기를 줄여주었지만 그런 운 좋은 소수의 환자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런 약품들은 수명을 한두 달 연장해 줄지는 모르지만 변덕스러워서 마치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2가지는 확실했다. 환자들이 상당한 부작용을 겪는 점과 보험회사가 엄청난 치료비를 지불하는 점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난 8월에 FDA가 몇 가지 약품을 서둘러 조기에 승인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FDA 맞춤 치료제 3종, 효과 판별가능한 진단 테스트와 함께 승인
8월17일에 로슈와 다이이치 산꾜의 베무라페닙(젤보라프)이 전신으로 전이된 흑색종의 일종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판매하는 것을 승인받았다. 이 약품은 BRAF란 단백질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흑색종 환자의 약 50%를 치료하는 맞춤 치료제이다. 임상시험에서 이 약품이 표준 항암치료에 비해 특정한 유전자를 가진 환자의 사망 위험을 63%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아직까지도 이들 환자들이 이 신약으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추적 연구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치료제가 어떤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의사들이 판별할 수 있는 진단 테스트와 함께 승인된 점이다. 진단 테스트는 비용이 150불이고 이 약품으로 6개월간 치료받는데 56,400불이 들어간다.

8월19일에는 시애틀 지네틱스의 브렌툭시맙 베도틴(아드세트리스)이 2가지 희귀한 림프종인 호지킨스병과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을 치료하는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약품은 표적치료제로 CD30이란 특정한 표지자가 있는 암세포만 골라서 곧바로 공격한다. 이 약품은 호지킨스 림프종이 재발한 경우 환자의 약 75%의 종양을 상당히 축소시킬 수가 있고, 또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인 경우에는 환자의 86%가 반응을 한다고 한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을 시작할 때 설정한 2~3년 예상 수명 기간보다 환자들이 더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지를 아직도 추적해서 연구하고 있다. 의사들은 CD30의 상태에 근거해서 어떤 환자들이 이 약품으로 치료받아야 할지를 쉽게 알아낼 수가 있다. 이 약품으로 치료받는 경우 치료비는 환자당 평균 10만 8천 불이라고 한다.

8월26일에는 화이저의 크리조티닙(젤코리)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약품은 ALK란 단백질을 과잉 발현하는 비소세포 폐암을 치료하는 약품이다. 비소세포 폐암 환자 중 약 3~5%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약품은 임상시험에서 50~61% 환자의 종양을 축소시키고 거의 1년간 암이 전이하는 것을 저지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의 ALK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진단 테스트를 애보트 실험실이 함께 팔기로 동의했기 때문에 의사들은 어떤 환자가 이 약품으로 치료받아야 할지 알 수가 있다. 이 약품은 1달 치료비가 9,600불이다.

맞춤 신약, 특정 유형의 환자 선별 불필요한 치료 제거
이번에 승인된 약품들을 보면 한 가지 패턴이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이들 약품은 구체적으로 아주 특정한 유형의 환자만 치료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는 점이다. 생물학적으로 독특한 암만 표적으로 삼아 치료하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볼 수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가격이 다른 항암제들보다 비싸지만 2가지 이유로 합리화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두 번째 이유는 진단을 통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들만 선별해낼 수가 있어서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할 수가 있는 점이다.

어쨌든 이런 약품들로 인해 바이오테크와 제약업계 종사자들의 사고방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10월 2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바이오 투자가 포럼에서 애보트 실험실의 앨런 왈은 바이오테크 약품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진단방법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개발 중인 바이오테크 약품을 자기네 회사가 더 이상 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바이오 투자가 포럼에 참석한 진단 테스트 개발 회사인 어슈라겐의 대표인 칼슨은 보험회사들이 가격이 비싼 약품들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때에 맞춤 약품을 개발한 회사들은 비싼 가격을 정말로 정당화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맞춤 암 치료제가 더 많이 개발되면 손해를 보는 회사들이 있다. 덴드리온이나 지넨테크 같은 회사들은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예측할 방법이 전혀 없는 값비싼 암 치료제를 계속 정당화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진단회사들도 사회가 여전히 약품에 대부분의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으려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일부 환자들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신약이 있지만, 유전자로 인해 자신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치료와 진단방법 패키지 묶어서 승인, 효과 여부는 지켜봐야
하여간 암 치료제 개발의 게임의 룰이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불 수 있다. 훌륭한 과학을 이용해서 약품을 개발하는 회사는 저렴하고 신속한 임상시험을 실시해서 FDA를 만족시킬 가능성이 크다. 보험회사들은 약품에 지출하던 돈의 3분의 2를 더 이상 허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득을 보게 된다.

맞춤 암 치료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하룻밤 사이에 일어날 수는 없다. 최근 FDA 관리인 우드콕은 그런 일은 장기적인 고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FDA가 최근에 서둘러 승인한 맞춤 암 치료제들이 과연 임상시험 결과와 같은 효과를 발휘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FDA가 진단방법과 함께 패키지로 묶어서 승인한 것이 눈길을 끈다. 따지고 보면 이는 너무 당연한 일로 비정상적인 과정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처: Luke Timmerman, "The Cancer Drug Dark Ages Are Coming to an End" Xeconomy, Oct. 31 2011

뒤로월간암 2011년 12월호
추천 컨텐츠 AD